따뜻한 차와 함께 잠깐의 불멍
2년 전에 여러 개의 향초를 만들었다. 크리스탈 향초는 아껴두었다가 새벽 시간에 꺼냈다. 따뜻한 차와 함께 잠깐 불멍을 때렸다. 촛불의 움직임을 이토록 열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한 순간도 똑같지 않다. 쉼 없이 움직이는 촛불의 울렁임을 지켜본다. 춤춘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하다. 어떤 생명력이 느껴졌다. 이 많은 책들을 한순간에 태우고도 남을 강렬한 힘을 숨긴 한 조각의 불꽃.
불을 끄고 나면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마음껏 들이마시고 이제 정신을 차린다. 하루 계획표를 꺼내서 무리하지 않게 스케줄을 짰다. 하루 목표란에 하나 또는 두 가지만 적는다. 오늘은 벽돌 책 '증언' 반 이상 읽기, 독서일기 작성하기. 서평 고치기. 내일 주말까지 하면 된다.
제일 미루고 싶은 일, 바로 서평 퇴고. 하지만 제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벽시간에 서평 첨삭한 파일을 열었다. 글을 고치다가 직면한 것 하나. 선생님의 '서평가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책 요약과 내가 이해한 것만 나열하기 바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읽고 대화할 때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가서 잘 몰랐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만 정작 내 생각이 부족하다는 것은 글쓰기를 해보면 안다. 비판적 사고, 사유의 힘이 길러야 한다. 다독보다는 책 한 권을 읽어도 주체적인 입장에서 자기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군더더기 표현을 간결하게 고치거나 불필요한 문장을 빼야 하는 부분은 금방 고쳤다. 하지만 나의 해석과 생각을 적어야 할 부분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오늘 하루 종일 고민해봐야겠다. 이제 달리기 하러 나갈 시간이 되었다.
달리기 시작할 때 너무 느리게 달려서 평균 페이스가 8분 이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넘어서버렸다. 너무 아쉬웠지만 숨이 차서 도저히 다시 뛸 수가 없었다. 여전히 달리기는 힘들다. 무리하지 말자. 내일 또 달리면 된다. 내일 기록 측정도 신경 쓰면서 달려보자. 10분 이상만 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