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르에서 배를 타고 40여분 바다를 달리면 렘봉안 섬에 도착한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부터 발리와 사뭇 다른 바다색에 감탄이 절로 나는 작은 섬이다. 렘봉안의 바다는 푸른색과 하얀색 물감을 딱 반반 섞어 푼 것 같은 오후 1시 하늘빛이다. 나는 이 바다가 밀키스 같고, 친구 1은 뽕따같다. 뽕따라는 이름은 촌스러우니 밀키스가 낫지 않냐, 생각해보면 밀키스는 파란색도 아니다. 희미한 미색의 음료니 뽕따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옥신각신 3년째쯤 친구 2가 이 바다는 캔디바 같은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셋 중 가장 그럴싸해서 무릎을 탁 쳤다. 캔디바의 소다맛 하늘빛 테두리는 렘봉안 바다색과 꼭 닮았고 하얀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바다 끝에 걸린 구름과 닮았다.
렘봉안섬은 발리 여행자들이 당일치기 스노클링도 많이 하고, 장기 숙박을 하며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온라인에선 다이빙이 좋아 이 섬에 눌러살게 됐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딱 한번 이 섬에서 스노클링을 했는데 만타 포인트의 높은 파도에 일행들이 다 기진맥진했다. ㅌ씨는 스노클링을 하다 말고 사라져서 30분 동안 나타나질 않아 애를 태운 적이 있다.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스노클링 하던 외국인, 렘봉안 바다에..." 기사 헤드라인이 제멋대로 날아다녔다. 간신히 찾아내고 보니 높은 파도에 멀미가 나서 육지로 헤엄쳐가서 누워있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다시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았다.
렘봉안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또 다른 작은 섬 쯔닝안이 나온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쯔닝안 섬에 있어서 렘봉안과 쯔닝안을 잇는 작은 노랑 다리를 건너야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좁고 짧은 다리는 이 섬들의 랜드마크라 관광객들은 노랑 다리 배경 삼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옐로 브리지는 몇 해 전 큰 사고가 있었다. 물을 멀리해야 하는 힌두의 명절이라 육로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 벌어진 사고였다. 하중을 못 견딘 다리가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사고가 안타까운 한편 종교를 중시하는 발리 사람들이 미신을 지키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제 코너만 돌면 환상적인 캔디바 색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캔디바 색 바다 한가운데 그네 타는 사진을 보고 반해서 무턱대고 달려왔다가 간조라 휑하니 드러난 모래바닥만 보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던 그곳이다. 이 섬에 5박 6일씩이나 여행을 오다니.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건 내가 알던 그 바다가 아니다. 바다는 흐릿한 초록색을 띠고 있고 물속엔 정체모를 사각형이 가득 차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로 찾아가는 길목에서 초록색 사각형의 정체를 알게 됐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해초를 다듬고 있었다. 바다엔 셀 수 없이 많은 김밭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리던 바다는 없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관광객이 끊어진 이 작은 섬 주민들이 김밭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렘봉안섬과 쯔닝안 섬을 잇는 작은 다리, 옐로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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