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lunteers, <Time to fight back ...>
2021년, 마스크로 가려진 무더운 여름의 평범한 날들이었다. 평범하게도 지독한 야근이 계속되던 날들. 좀처럼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던 나날들. 하나를 들어주면 둘을 요구하는 관계가 지속되었다. 마감이라는 강력한 압박 아래 우리는 자신을 하나 둘 내려놓고 있었다. 푸석푸석한 머리와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매일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기를 몇 주 째.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간다고 느꼈을 즈음이었을까.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는 모든 걸 끝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고막으로 이 곡이 흘러나왔다. The Volunteers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자가 가장 무서운 자라는 사실. 바닥까지 내려간 누군가는 반대로 말하면 비상하기 바로 직전의 사람이다. 이 곡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피어나는 생명처럼, 담담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다양하지 않은 코드 진행과 얼마 없는 가사의 반복에서 담담함이 묻어난다. 묵묵함 속에 결연함이 존재하며, 내 안의 가장 강력한 힘의 근원으로부터 세상을 향해 부르짖고 있음이 전해진다. (Growl! Howl!) 가녀린 백예린의 보컬이 강렬한 록 사운드와 언뜻 충돌하는 듯 보이나, 역설적으로 순수한 자아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 방식으로 다시 맞서 싸워야 할 때야. 후퇴는 없어.'. 힘들어할 누군가가 선택할 방법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 을이 갑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는 것이고, 한 발 물러나서 이를 악 물고 참을 인을 한번 더 새길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사표를 내던질 수도 있는 일이고. 그 선택이 무엇이 되었던 이 곡을 듣고 내리는 결정이라면 믿을 만한 결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일에 정답은 없지만, 내 목소리에는 귀 기울여 마땅하기 때문. 일 잘하는 꿀팁 같은걸 기대했다면 조금은 미안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깊은 내면의 본질을 외면할 수는 없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