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에 젖어버린 이야기, 'N'이 'S'가 되다.
오늘은 고백하듯 웬일로 글을 존댓말로 써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브런치를 시작했었죠. 그런데 브런치를 열심히 쓰다 보니, 이것만으로 살아질까? 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브런치에 아무리 글을 써도 개인적인 만족감은 얻을 수 있었지만 제 생계를 해결해주지는 못했으니까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광고도 달 수 있고, 글쓰기로 수익도 얻을 수 있으니 1석 2조 아닌가요? 그렇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점점 제게서 멀어져 갔죠. 아무리 글을 써도 당장 10원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제 마음을 각박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생계를 꾸리는 사람인지라 돈이 필요했으니 말이죠.
그렇게 티스토리 블로그 5개를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었지요. 블로그를 시작하고, 광고가 붙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수익이 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지요. 10원을 바랐지만, 정말 하루 10원(0.01달러)이 들어올지 누가 알았을까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수익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0.01달러였던 수익은 0.1달러로 늘어났고, 어느 날은 '옜다, 수고비' 같은 느낌으로 어느 날은 배 이상 들어오기도 했었고요. 제 체험을 담은 정보글을 쓰다 보니, 글이 쌓일수록 수익이 늘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속하면 궤도에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예상치 못한 데서 생겼습니다. 제 반쪽과 대화가 잘 안 되기 시작했던 거죠.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세상의 통찰을 나누는 대화에 나도 모르게 심드렁해졌습니다. 그건 단순히 관심사가 다른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서로 간의 연결감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제겐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어요. 하루 이틀 동안은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었고, 옳다고 생각했던 방향이 어디론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이라면 MBTI 검사를 다시 하면 'N'이 아니라, 'S'가 나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었달까요. (나 자신이 N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저는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아니, 행동부터 바꾸기로 했죠. 가장 에너지 레벨이 높은 시간대인 오후 6시까지(그러니까 직장인들 퇴근시간까지)는 자본주의적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곤, 오후 6시 이전의 활동을 모두 제 영감을 활용하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죠. 어떤 영감의 고갈이 있어도, 기어코 '1일 1 브런치'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선언의 중요성 또한 알고 있기에 이렇게 글을 남겨둡니다. 별거 아닌 시작이지만 마음을 새로이 길들이다 보면 한 달 뒤에는 또 다른 제가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