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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행복할까 상상 펼쳐보기 "레드, 썬!"

돈이 없었지 깡이 없었나, 아 예예예예예, 일이 없었지 감이 없었나.

by 이하비

잠시 꿈을 꾸어본다.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레드,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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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금을 확인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 돈이 내 통장에 있다. 무려 5,000만 원. 이제 이 돈으로 무얼 해볼까? 여러 가지 기분과 생각이 나를 지나쳐간다. 여기까지 오기에 길고도 험한 여정이었지.

가난에 허덕이던 지난 시간들. 아니, 가난이라기엔 넉넉했지만 마음만은 계속 넉넉하지 못했던 듯하다. 항상 불안함에 시달렸고, 열등감은 날 괴롭혔다. 이것만 있다면, 저것만 이루어진다면 하면서 차일피일 나의 행복을 미루어두었다. 지금 바로 행복해야 한다고 날 그토록 세뇌시켰지만, 현실의 거대한 벽은 나를 금방 불안의 늪으로 데려갔다.


넉넉해진 주머니 속 돈으로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금전에 대해서 독촉하지 않을 테니까. 이제 내가 할 일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데 열중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그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이제 좀 자유로워졌나 싶었는데, 내 전화기는 조용할 새가 없다. 매니저가 계속해서 나의 다음 일거리를 주고 싶어서 안달 나 있다. 어느 정도의 꿈만 이루면 자유를 되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5천만 원이란 왕관의 무게는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어떻게 Going with the flow 해가지고 여기까지 잘 흘러왔는데, 그 흐름에 따라가다 보니 멈추는 것도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다.


휴대폰을 끄고서라도 잠시 도망가야 할까. 한 달 살이 글쓰기를 핑계로 조용한 저 나라로 떠나가고 싶다. 거기 가서도 난 끝끝내 자유롭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영감들이 떠오르며, 내가 나로 하여금 글을 써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으으,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지도 않았고 매일 가장 자유롭게 살았던 거 같은데. 눕고 싶을 때 눕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싹쓰리(SSAK3)의 [그 여름을 틀어줘] 노래가 흘러나온다. "돈이 없었지 깡이 없었나, 아 예예예예예, 일이 없었지 감이 없었나, 아 예예예예예, Youth Flex 이 계절을 아끼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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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나고 나니, 지긋지긋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모든 게 변해도 나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결국은 지금을 사는 것은 나고, 현재를 고통으로 받아들일지 행복으로 가득 채울지 선택하는 것도 나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5천만 원이 생겨도 행복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비록 돈도 없고 일은 없어도, 나는 깡도 있고 감도 있으니까 괜찮다. 계속해서 써나가겠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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