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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비 Oct 05. 2022

케이팝 인플레이션, 어떤 역사로
부흥기를 맞았을까?

그간의 삶에 걸쳐 쌓아 온 K-POP 인사이트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K-POP, 그중에서도 아이돌 산업이다. 음악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학창 시절부터 오직 순수한 관심만으로 쌓아온 지식 타임라인은 나무 위키에 적혀있는 인사이트들과 대적할 정도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쌓아온 관심의 결정체를 내 이름을 빌려 '하비위키'라고 칭하고 싶다.


'하비위키'를 쌓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습관적 연예뉴스 클릭하기였다. 대중가요를 본격적으로 접했던 중학생 시절부터, 포털사이트 시작페이지를 접하면 바로 연예뉴스 탭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만큼이나 내겐 '연예'탭이 일상이었다. (물론 나도 초등학생 시절엔 게임을 즐겨했지만,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게임에 대한 허무주의가 나를 지배했다.)




처음으로 푹 빠지게 만들었던 아티스트는 영원한 아시아의 별, 보아(BoA)였다. [My Name]과 [Girls On Top]을 필두로, 뽕밭(뽕 발라드 밭)이었던 K-POP씬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었던 보아. 보아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J-POP으로 관심을 향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 한동안 복사 붙여넣기 일색의 K-POP에서 멀어져,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 J-POP을 군입대 전까지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나의 트랙리스트를 뒤바꿔놓았던 것은 2세대 아이돌의 등장이었다.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와 카라(KARA), 원더걸스(Wonder Girls)의 등장은 그야말로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조영수 작곡가가 일구어놓은 뽕밭에 드디어 제대로 된 케이팝이라고 할만한 음악이 등장했다. 소몰이 창법과 뽕삘에 신물 났었던 나였기에, 케이팝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계속해서 K-pop 산업의 번영 및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연신 연예뉴스 탭을 클릭해오고 있다.




아이돌 산업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세우는 신기록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다. 아이돌 최초, 최연소, 해외가수 최초, 최단시간, 최고기록! 올림픽을 능가하는 재미와 기네스북에 오를듯한 각종 신기록들은 나를 집중시켰다.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건지에 대한 고찰과 사람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다. 세상이 반응하는 메카니즘을 배워가는 과정이었으니까.


솔직히 이 정도로 케이팝이 성장할지 몰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K-POP은 J-POP 트렌드를 쫓아가기 바빴고 우리나라 음악은 세계적인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문화만 보더라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에서 멋진 대상으로 소비되는 아시아 문화는 일본문화가 유일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서는 완전히 그 트렌드의 주역에 K-POP이 자리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문화는 고집스런 아날로그와 고전 방식을 버리지 못해 자국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서두를 끊어보니, 어디까지 말이 이어질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다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오늘날의 케이팝 성공이 우연히 생겨난 일이 아니며 그동안 수 없이 노력해온 케이팝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칭하고 싶다. 거기에 국뽕을 더하자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지형 탓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능하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사회에서의 생존에 더욱 악바리 기질이 강했으리라. 


어쩌면 오늘날의 케이팝 인기는 그 본질에 비해 과도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좋은 퀄리티의 음악과 아이돌인 것은 알겠지만 이게 100만 장이 팔리거나 혹은 빌보드, UK 메인차트 1위나 차지할 정도의 결과물인가 싶어 진다. 성적에 대한 인플레이션과 거품이 무조건 껴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앞으로 케이팝 산업의 과제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것과 더욱 성장하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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