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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비 Oct 11. 2022

더럽게 귀찮지만 어쩌겠어요 써야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꾸준함이란

아, 진짜 글쓰기 너무 싫은 날이다. 글은 왜 쓰겠다고 시작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필 꼭 오늘 같은 날에는 일정이 바쁘고 모든 게 꼬여버린다. 미련하게 친구와 약속은 왜 청첩장 받는 날에 겹치게 받아가지고. 남에게 해 끼치는 게 너무도 싫은 나머지 나를 자책하며 하루를 망치기 시작한다. (왜 괜히 카톡 답장이 없는 게 신경 쓰이는 건지.)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다. 에고가 강해지는 날이면 그날은 꿈자리부터 뒤숭숭하다. 그 꿈자리는 아침의 컨디션으로 이어지고, 그 뒤숭숭한 기분은 모닝페이지라는 뒷간에 모두 쏟아버린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극심한 사투를 벌이고 나면 한동안 피곤함에 절어있듯, 그날 하루는 보란 듯이 망쳐버리게 되는 결말로 이어진다. 




한 글자도 쓰기 싫고, 말 한마디도 뱉기 싫더라도 꿋꿋하게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 집안일과도 같을 테다. 아무리 지치고 아파도 밥때만 되면 배가 고파지듯이 글쓰기도 역시 그런 성질의 일일까. 귀찮고 힘들어도 꾸역꾸역 먹여 소화시켜버려야 할 글이라는 존재. 


정말 하기 싫지만 그런데 또 쌓여가는 텍스트를 보고 있자면 다시금 뿌듯함이 밀려온다. '와,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쓰다니'. 지금까지와는 상반되는 뿌듯함을 느끼고 나면 투덜투덜 또다시 글을 쓸 동기가 생겨난다. '쳇, 쓰고 나니까 좋긴 하네?'. 




꾸준함이란 어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꾸준했던 시간들이 쌓여서 나의 에고를 이룬다. 그렇게 형성된 에고는 다음날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는 나비효과의 연속이다.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아 보여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Nothing is nothing. 그렇기에 귀찮고 때려치우고 싶은 이 글쓰기를 오늘도 지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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