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

아차!

by 씀씀이

#01

“부딪히는 바람도 평화롭구나~~”

폴 킴 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반쯤 말렸을 때, 아차 싶었다. 드라이기를 끄고 생각해봤다. 머리에 샴푸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긴가민가했다. 그러고 보니 말리면서 느껴지는 머릿결도 기름진 느낌에 뻣뻣했다. 더욱 확실한 증거는 미x센 샴푸의 특유 향이 나질 않았다는 점이다.


벌써 이번 달만 두 번째다. 샤워하러 들어가서 머리를 안 감고 나왔다. 정신이 없어서일까. 너무 생각이 많아서일까. 삶의 중요한 톱니바퀴 하나가 빠진 듯이 사는 것 같다.


#02

지난주에는 식은땀을 쭉 빼낸 일이 있었다. 금요일 2시쯤 스터디 단톡에 한 선생님의 톡이 올라왔다. 급하게 시댁에 내려가 봐야 해서 스터디 시간을 바꾸자는 거였다. 시간 변경 동의를 구하는 글에 난 괜찮다고 답했다. 4시 반, 토요일! 잘하면 독서모임에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카톡을 열자,

“저 도착했어요~”

처음엔 카톡을 잘 못 보내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4시반인게 떠오르면서 카톡을 다시 확인했다. 그렇다, 오늘 4시 반이었다. 헬스장에 출석체크만 하고 나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급하게 스터디 장소로 출발했다. 다행히 아빠찬스로 5시 전에는 도착했다. 4시간에 걸친 스터디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기진맥진하여 멍 때리고 돌아왔다. 오늘의 사태가 왜 발생했을까?



때론 일상의 무게가 중하다. 가끔 버거워질 때면 덜어내는 작업을 한다. 나한테는 이게 글쓰기다. 마음의 방을 쓸어 청소한다. 갖가지 공부, 책과 생각으로 어질러진 마음의 방. 구석에 쌓인 먼지와 바닥에 떨어진 각종 쓰레기들을 주워 한데 모아놓으면 마음의 방에서 내 몸 밖으로 배출되는, 하나의 글이 된다. 글은 마음의 쓰레기지만 내 생각의 정수다.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생각이며, 내 자아다.

이 글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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