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보는 서빈백사
24.03.12.TUE
나는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올곧고 성실한 성품은 우리 집안 내력이자 자랑이다.
중요한 가치를 물려받아 감사하다.
엄마와 조식을 먹은 후 우도에 가기 위해 성산항으로 향했다. 비 소식이 있어 걱정했는데, 주님께서 화창한 날씨를 허락해주셨다. 배도 30분마다 한 번씩 있어 편하게 오고갈 수 있었다. 풍랑 주의보 때문에 마지막 배가 1시간 당겨졌지만, 덕분에 우도에서 전기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 배의 갑판 위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는데 갈매기들이 우릴 따라 날아왔다. 새우깡을 먹기 위해 주변을 맴돌았다. 엄마와 나는 과자를 따로 사지 않아 신기하게 구경했다.
그러던 중 어떤 외국인 관광객께서 내게 사진을 부탁하셨다. 일행이 없이 혼자 온데다, DSLR 카메라로 셀카를 찍기 어려우니 옆에 있던 내게 부탁하신 모양이다. 교회 행사 사진을 본당에서 찍는 것처럼 아주 성심성의껏 여러 장 찍어드렸다. 원하시는 장면이 나오도록 갈매기도 같이 찍어드렸다. 이후로 고맙다며 내게 새우깡을 한움큼 선물해주셨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런 순간들에 있다.
엄마와 새우깡을 나눠서 갈매기들에게 주려 했는데, 우리 손에 있는 것은 집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바다로 새우깡을 떨어트리니 바로 와서 주워먹고 날아올랐다. 갈매기는 사람의 손에 있는 것보다, 바다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떠있는 새우깡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기자동차는 앞뒤로 2명이 탈 수 있었는데 정말 작고 귀여웠다. 임차인만 운전 가능하기 때문에 내 면허증을 담보로 빌린 뒤 간단한 작동법을 배워 운전을 시작했다. 보통 차만 운전해서 아주 부드러운 승차감만 경험하던 터라 전기자동차의 거칠고 덜덜거리는 진동이 재미있었다. 아주 요란하기까지 하다. 후진을 하면 귀를 때리는 삑삑 소리 때문에 주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난 주목 받고 싶지 않아 초반에 후진을 되도록 안하려 노력했다..
천천히 해안을 따라 달리니 2-3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들러 소품샵도 구경하고, 서빈백사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우도의 서빈백사는 하얀 모래사장이 정말 아름답다. 나중에는 우도에서 숙소를 잡고 서빈백사에서만 계속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물은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니, 이 자연을 창조하신 주님께 감사했다. 중간에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그마저도 운치 있었다.
차를 반납한 뒤 직원분께 추천받아 훈데르트 힐이라는 카페에 갔다. 우도넛이라는 몽블랑, 우도땅콩라떼, 그리고 우도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그런데 얼큰한 국물이 땡겼다.
김녕의 회국수집은 아쉽게도 오늘 문을 닫아 숙소 쪽에서 갈치조림을 먹게 되었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엄마는 예전 같았으면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기분이 나쁘기만 했을텐데, 퇴사 전날 출근길에 마주했던 새하얀 눈길이 너무 아름다워 주님께서 선물을 주신거라고 생각하셨다. 엄마의 놀라운 변화를 들으니 너무나 감사했다. 눈이 소복히 쌓여 목화솜처럼 핀 나무 사진들을 구경했다. 엄마 말씀대로 참 아름답고 깨끗했다.
시간이 애매해 어디갈 지 고민하다가 숙소 옆 별방진에 갔다. 그동안 근처에 있어 몰랐지만, 그곳은 문화 유적이다. 높은 벽 옆에 나 있는 계단을 열심히 올라간 뒤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높은 곳을 아주 무서워 한다는 것을..
롱패딩으로 옆 시야를 가린 뒤 움츠린 채 겨우겨우 내려왔다. 엄마는 용감하게 맨 끝까지 올라가셨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기 시작해 난 더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거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벽과 하나가 되어 붙어 바위 곁 따개비처럼 조심조심 내려왔다.
숙소에 돌아오기 전 편의점에 들러 엄마와 함께 이것저것 장을 봤다. 계속 더 먹을 것이 안필요한지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고 나서야 간신히 계산을 할 수 있었다. 벌써 모레면 엄마가 집으로 가시는데, 내일도 엄마랑 소중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