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4.THU
휴애리를 갔다.
유채꽃과 귤나무가 귀여웠다. 한복 차림의 어머니를 찍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즐거웠다. 벼르던 몸국 정식도 아주 맛있었다. 어머니는 멜조림(멸치조림)이 입에 맞으신 모양이었다. 이전에 작가님들과 함께 왔을 때, 줄곧 엄마도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났는데, 이번 기회에 함께 먹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김녕 쪽에 있는 카페에서 휴식하며 말차 빙수를 먹었다. 전에 친한 동생에게 추천 받은 장소와 메뉴였다. 양이 정말 푸짐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빙수 얼음 위에 말차 아이스크림이 더 올라가 있었다. 마치 위태로운 탑을 보는 것 같았다. 모래언덕 정상에 깃발을 꽂아두고 쓰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파내는 놀이처럼, 엄마와 함께 빙수를 먹었다. 카페 창가 너머 바다 멀리 배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빠른 속도로 지나갈텐데, 카페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은은하고 천천히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모습이었다.
첫 날처럼 마지막도 포옹으로 인사했다. 나는 차가 없어 바로 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다. 공항까지 배웅하기는 어려웠다. 엄마는 공항에 가기 전, 렌트카를 반납한 뒤 혼자 공항으로 가셔야 했다. 함께 보낸 시간은 마치 여행을 같이 온 것처럼 즐거웠는데, 이별을 공항이 아닌 길가에서 하니 어색했다. 여태 엄마와 여행을 갔을 때에는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늘 함께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차 반납을 위해 떠나는 모습을 보니 쓸쓸했다. 분명 금방 다시 만날텐데,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만일 날씨가 맑지 않았다면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 내내 슬퍼했겠지만 오늘은 완연한 봄날씨였다. 주님께서 '단비야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함께 있단다.' 하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다.
조식을 먹은 뒤 대표님께서 우리 엄마 배웅을 함께 해주셨다. 따님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키우셨느냐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난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키도 크고, 외모도 객관적인 미인상은 아니다. 살면서 예쁘단 말보다 멋지단 말을 많이 들었고, 몸은 허약하지만 어딘가 믿음직한 인상을 풍긴 것 같다. 그치만 그냥 나대로 스스로를 잘 대해주기로 했다.
돌아와 사진 정리를 할 때 즈음에는 아주 피곤했다. 중간중간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370장의 사진을 추렸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때의 시간이 떠올라 정말 좋았다. 그런데 사진 속 엄마 얼굴 주름이 부쩍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