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감사하기

24.03.16.SAT

by 이헤윰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오전 내내 바다를 보며 정처없이 걸었다.

추천 받은 선물 가게에 갔다. 사장님께서 굉장히 친절하시고 가격도 저렴했다. 작가 레지던시로 왔다가 추천받고 들렀다는 얘기를 했더니 작가님이시냐며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레지던시가 끝나고 전시가 열리면 반드시 구경하러 가겠다고 해주셨다. 내 그림이 걸릴 객실 호수도 말씀 드리고 인스타그램도 맞팔했다.

더 좋은 작업에 대한 긍정적인 욕심이 생겼다.

점심은 D 작가님과 돌문어 소면을 먹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이어서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데, 함께 가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D 작가님은 다음 주 월요일이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치고 동생분 집에서 며칠 머물다가 가신다. 솔직히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곧 수도권으로 이사 오신다고 하시고, S 작가님 작업실에 함께 초대되어 볼 수 있으니 좋다.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을 보니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크게 보였다. 한눈에 반했던 서빈백사도 아주 잘보였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도 보일 정도로 말이다.

멀티팀과 사역 관련하여 연락 했다. 최선을 다해 예배를 위해 섬기는 모습들을 보니 나도 열심히 기도로 예배로 준비하고, 돌아가서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때까지 충실히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해서 낮잠을 자려다가 레지던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낮잠 대신 작업을 조금 했다.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채꽃 색을 자수로 올릴 수 있어 즐거웠다.

포틀럭 파티에 참석했다. 피자를 사가려 했더니, 대표님께서 마트 들른 김에 대신 피자를 구매해주셨다. 나는 피자 금액을 송금만 하면 됐다. 훨씬 저렴하고 맛있었다. 새로 오신 작가님 두 분의 환영회와, 곧 가실 D 작가님의 송별회를 겸했다. 다음 주면 나 또한 마지막 파티에 참석한다. 리더학교, 팀모임과 같은 시간대이다보니 팀장님과 팀원들 생각이 많이 났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현재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성남으로 돌아가면 이 곳의 시간을 가끔 추억할테니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끝없는 생각이 아주 오랬동안 선명해서 지쳤는데, 지금은 좀 더 잘 잊어버리는 것 같아 감사하다. S 작가님과 D 작가님이 감사하단 말이 툭하면 나오는 내 모습에 많이 웃어주셨다.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 휴강 공지를 교수님께서 하셨는데, 그 때 나도 모르게 감사하다고 했다가 혼난 얘길 했더니 더 웃으셨다. 감사가 몸에 배어있다며 칭찬해주셨다. 그것도 감사했다.

감사하지 않아도 일단 말로 감사하다고 뱉으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난 비관적인 사람이다. 어차피 주님께서 허락하신 때까지 계속 살건데, 슬퍼만 하기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나도 사람인지라 우울하고 슬플 때가 있다. 연약해서 자주 가라앉는다.

이제는 안다.

고통과 슬픔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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