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대화

24.03.19.TUE

by 이헤윰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갈 수 없었다.

실내에만 있으면 가라앉지만,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차분함, 거센 바람과 달리 고요하고 아늑한 실내, 이따금 들리는 빗소리, 눕다시피 흔들리는 나무를 영화처럼 볼 수 있는 통유리창.


조식을 먹은 뒤 곧바로 객실에 돌아와 작업을 했다.

하루종일 했지만 1개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일이면 할 수 있겠지.

아직 여유가 있다. 기회도 있다. 내일도 오늘처럼, 부지런히 보내면 된다.


저녁에 회를 먹었다.

대표님 친구분께서 가파도에 지내시는데,

직접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여기까지 오셨다. 원래라면 두 분의 반가운 시간이었겠지만, 작가님들까지 초청해주셨다. 나도 초대 받아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부시리를 3일 간 숙성시킨 것과 벵에돔, 무늬 오징어 숙회를 직접 회 떠주셨다. 마지막은 지리탕까지 끓여주셨다. 매운탕만 먹어보고 지리탕은 처음 먹어봤는데 지리탕 특유의 맑은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다양한 얘기를 하다보니 자정이 넘어 자리를 정돈했다. 지금은 졸리지만 그 시간은 재미있었다.

친구분께서 낚시를 좋아하셔서 물고기에 대한 것들도 알려주시고 잡은 물고기를 어떻게 맛있게 먹는지 조리법도 알려주셨다. 물론 내가 할 수는 없지만, 얘길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뱅에돔으로 간장조림을 해서 먹는게 맛있다는 사실과 회보다는 익혀 먹는 요리가 훨씬 맛있으니 회를 먹고 나중에 탕이나 요리를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식당에서는 결코 많이 먹지 못했을 양의 생선들을 덕분에 배부르게 양껏 먹을 수 있어 감사했다.


자정까지 붙잡은 것 같아 미안하셨는지 대표님께서 계란 하나를 챙겨주셨다.

"대표님 저 진짜 즐거웠어요." 라고 설거지를 다 한 뒤 일부러 한 번 더 말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늬 오징어 얘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집에서도 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보셨다.

물론 집에서는 좀 더 편하니 못할 때도 많겠지만

평소에 설거지 하는 것도 좋아하고 부모님이랑 얘기 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끝까지 자리에 계셨던 다른 작가님과도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어떠한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만나 대화를 통해 사람들을 더욱 많이 알아간다는건 언제든 기분 좋은 일이다. 내게 있어 인간관계는 관심과 대화, 그리고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으로 이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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