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4.SUN
아침은 비가 내렸다. 시간이 지나니 비가 그쳤다. 어젯밤에 울면서 잠들었는데, 오늘은 웃으며 잠들 것 같다.
작업을 하고 예배를 드리고 작업을 했다. 제주에서 드리는 마지막 예배였다. 말하지 못해도 주님은 나의 마음을 다 아시는 분이시다. 일주일 간 받은 말씀 구절들이 생각났다. 언제나 내 곁에 함께 하시고, 살아 역사하시는 주님을 느낄 수 있는 예배였다. 주님이 나를 사랑해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3번째 작업을 마쳤다. 본작업은 총 4개를 둘 예정인데, 이제 1개만 남았다. 내일 부지런히 하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보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 감사했다. 더이상 힘들단 말 하는 것도 폐가 될 것 같아 혼자 울며 밤을 보내던 과거가 떠올랐다. 모두 너무나 소중하고 따듯한 사람들이다.
주님은 온전히 주님을 신뢰하되, 할 수 있는 것에 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을 말씀해주신다. 더이상 의심하지도,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꿈을 향해 주님께서 인도해주실 것이라 격려해주신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어려울 일 분명 있을테지만, 그 때도 주님은 함께 계신다. 말씀으로, 그리고 나의 삶 가운데에서 친히 보여주신 것들을 통해 다듬어주셨다.
나에게 그림은 이상인 동시에 짐이다. 애증의 감정을 가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애정만 남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소중한 것이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나에게 그것은 그림이었고, 지금도 그림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다른 길을 모색했고, 그림을 놓기 직전, 제주도에 올 수 있게 되었다. 어떠한 타이밍과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선택에 기로에서 여전히 그림을 선택한다.
안정된 삶과 거리가 먼 선택을 하는 순간, 아주 많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당연하다. 나는 여유 있는 집안도 아니고, 개인 자산은 더더욱 없으며, 오랜기간 공부를 하면서 모아둔 돈 또한 없다. 그럼에도 내 손으로 힘든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다. 무엇보다도 나의 선택을 거둘 때 누구 하나 뭐라할 사람도 없고, 오히려 안심할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뒤쳐짐을 넘어서 동떨어진 삶을 산다는 선택에 대해 겁먹지 않을 사람은 드물거라 생각한다.
나의 현재 상황과 환경을 보면 그림을 업으로 삼지 않을 이유만 늘어갔다. 하지만 자꾸 한켠에 둔 그림이 마음에 걸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힘든 길을 걷는 것과, 적당히 안정된 삶을 꾸리며 적당히 하고 싶은 취미를 가지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생활동안 나는 그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만큼 행복했다. 그림 생각을 하고, 그림 얘기를 하고, 그림 작업에 파묻힌 매일이 선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