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버스와 도깨비 아저씨
# 시골 시내버스 수난기
300원을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버스정류장까지는 내리막이라 뛰어가도 좋다. 천천히 가도 늦지 않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다리에 힘을 풀고 가는 게 난 좋다. 가끔씩 뒤돌아보면 언제나 엄마는 베란다에 서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은 지난 매미에 한 대 얻어맞아 기울어진 채 서있다,
‘땡그랑’ 300원이 요란스럽게 버스 저금통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기사아저씨는 관심이 없는 듯이 큰 창문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다.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제값을 내었는지 아는 모양이다. 하루에 몇 번 안다니는 시골 버스는 기사 아저씨도 담당이 정해져 있다. 나는 그 기사 아저씨를 ‘도깨비 아저씨’라고 불렀다. 쌍커풀이 짙은 눈에 머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흰 머리카락이 섞여있었고 항상 화가 난 듯한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6년 동안 그 버스를 타고 도깨비 아저씨를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도깨비라는 인상을 놓지 못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6시에 있다. 그 차를 놓치면 말 그대로 집에 가지 못한다.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았던 그 때의 나는, 늘 그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막차는 덜하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는 대게 회색으로 물들어 있다. 학교로 오는 버스의 출발점에는 유명한 절이 있었다. 그래서 버스는 절을 다녀오신 회색 옷을 빼입은 아주머니들이 차지했다. 집까지 서서 가는 건 별로 좋지 않지만, 어려서 좋은 점은 꽤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늘 땅콩 캐러멜이나 요구르트를 들고 다녔다. 아주머니들이 주신 작은 간식에 헤벌레 했지만, 그때먹은 땅콩 캐러멜이 질려버려서 아직까지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어떨 때는 기분 좋은 아주머니들이 천 원씩 용돈을 쥐어주시기도 했다. 초등학교 일주일 용돈이 천원이었으니, 나로서는 쏠쏠한 수입이었다.
나는 나에게 신기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잠이 들어도 나는 집 앞 버스 정류장 한 정거장 전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벨을 누르면 잠도 오래자고 딱 좋은 타이밍에 내릴 준비를 할 수 있다. 물론 그 능력이 가끔씩 꺼질 때도 있었다. 한번은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내려서 한 정거장 정도를 걸어간 적도 있었다. ‘아, 아저씨 저 내릴래요!.’ 그때 너무 놀라 호들갑을 떨며 내려서 인지, 그 이후로는 도깨비 아저씨는 종종 미리 깨워주셨다.
“너 그러다 또 걸어간다!”
|여담
내가 타고 다닌 시골버스는 하루에 6번 다녔다. 첫차는 아침 6시, 막차는 저녁 6시.
초등학교는 논으로 둘러싸여져 있어서, 버스정류장을 비추는 건 가로등 하나뿐이었다. 때문에 버스기사아저씨가 정류장을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한번은 6시 막차를 타려고 서있었는데, 유난히 겨울밤이 더 짙은 날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버스는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가버렸다.(요즘은 정류장을 의무적으로 꼭 정차해야하지만, 옛날에는 그리고 시골에서는 정류장을 지나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울면서 버스를 쫓아갔지만, 버스는 그대로 달렸다. 결국 아빠에게 전화를 하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훌쩍이며 전화번호를 누르던 나를 발견한 담임선생님이 이야기를 듣고 집까지 태워다 주신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버스가 오면 일부러 팔을 흔들거나 꼭 다른 친구와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