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로

by 이흥재

2022년 10월22일 (토)


어제, 6시45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잤다.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첫 버스가 9시45분이기 때문에 서두를 게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떴더니 알람이 울리기 까지 아직 10분이 남았지만, 그냥 일어나서 씻고 침대로 가서 다른 사람들이 깰 때까지 1시간 정도 유튜브를 봤다.


그런데 8시가 되도록 일어나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짐을 싸기 시작했더니, 그제서야 하나 둘씩 일어났다. 저녁에 늦게 자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래 자는 거야?


배낭을 꾸려서 알베르게를 나서니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리고 있어서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아침식사 할 수 있는 바르로 갔다. 바르 맞은편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버스 타기에도 편리한 곳 같았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밖을 내다봤더니 버스표를 팔고 있어서 배낭은 바르에 두고 티켓창구로 가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요금은 7.05유로. 다시 바르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서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이지? 여기서는 산티아고 말고도 여러 곳으로 버스가 가기 때문에 행선지가 궁금했다.


한참 지났는데도 줄을 그대로 있었다. 시간을 보니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시간도 다 됐다. 그제서야 나도 배낭을 메고 줄 끝에 가서 섰다. 앞에 버스가 한대 와있었지만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는 몰랐다.


버스 출발시간이 거의 됐을 무렵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는데, 그 버스가 산티아고로 가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배낭을 짐칸에 먼저 싣고 버스를 타려고 했더니 온라인 버스표를 가진 사람들만 타라고 했다. 무슨 일이지? 나만 아니라 종이 버스표를 가진 사람들은 다들 당황했다. 그래서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곧 버스라 올 거라고 했다. 얼른 짐칸에 넣은 배낭을 꺼내서 잠시 기다렸더니 정말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가 또 한대 왔다.


그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고 버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에 버스 문이 열렸는데, 앞문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문이었다. 서둘러 뒤로 가서 버스에 올라타 맨 앞자리로 이동했다. 그렇지 않으면 타고 가는 동안 멀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버스를 탄 게 정말 잘 된 거였다. 조금 전에 먼저 떠난 버스는 여러 군데를 거쳐 산티아고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리가 탄 버스는 한번도 정차하지 않고 산티아고로 바로 가는 직통버스였던 것이다. 다른 순례자들도 말은 안했지만 아마도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 정도면 좀전에 버스 타면서 비 조금 맞은 게 뭔 대수겠나?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가는 동안 여러 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걷는 동안 만나는 소나기는 저주의 대상이지만 버스 안에서 보는 소나기는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다. 운전기사야 조금 신경이 쓰이겠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버스는 1시간 반 정도 지나서 산티아고의 버스터미널(Estación de Autobuses de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했다. 그때는 마침 비도 그쳐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숙소(Hospedería San Martín Pinario)까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만약 비가 온다면 택시를 타려고 했었는데,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를 봤지만 방향을 잘 모르겠어서 킥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오른쪽으로 가다가 다리를 건너면 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고 있어서 따라갔다. 그렇게 30분도 채 걷지 않아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권을 제시하고 예약을 확인한 후 방을 배정받았다. 며칠 전에 묵었던 곳과 비슷한 4층이었다. 요금은 역시 25유로. 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이 가격이면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었다.


낮 12시가 지났지만 아직은 점심을 먹을 때가 아니다. 그쳤던 비도 다시 내리고 있어서 밖으로 날 수도 없으니 이 호텔의 점심시간인 1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기념품 가게에 들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식당으로 갔더니 그제야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는 콩이 들어간 에피타이저와 송아지고기 요리였다. 오늘도 역시 와인과 물이 나왔는데, 와인은 몇 잔만 마시고 물은 마시다가 침실로 갖고 갔다. 디저트는 사과파이와 커피를 줬다. 요금은 14유로. 이 또한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이다. 밖에서 이 정도의 음식을 찾으려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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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내고 숙소 밖으로 나가서 기념품가게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침실로 돌아갔다. 참 요상한 갈리시아 날씨였다. 지금이 우기인가? 어쩌면 이렇게 매일 비가 오는 건지? 인터넷으로, 내일 갈 예정인 파리의 날씨를 찾아봤더니 다행스럽게도 비 예보는 없었다.


저녁에도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가격은 점심 때보다 1유로 싼 13유로였다. 비슷한 음식인 것 같은데 왜 가격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저 싸면 좋은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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