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23일 (일)
아침식사는 숙박비에 포함돼있는 거라서 호텔에서 해결했다. 이제 준비해서 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de Santiago-Rosalía de Castro)으로 가야 하는데,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질 않았다. 이렇게 비가 계속 내리면 버스 대신 택시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10시 반까지 비가 그치지 않으면 호텔에 부탁해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침실을 나와 지하1층(그곳에 호텔 프런트와 출입구가 있었다)으로 내려가 출입구를 들락거렸다. 10시가 조금 지났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비가 잠시 멈춘 사이에 어제 호텔에서, 공항 가는 버스 타는 곳이라고 알려준 세르반테스 광장(Plaza de Cervantes)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버스가 다니는 길 같지가 않아, 복권 파는 부스에 앉아있는 아줌마한테 물어봤더니 다른 곳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 아줌마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비가 또 내렸다. 급한 김에 비를 피해서 빵집으로 들어가 버스 타는 위치를 물었더니 열심히 가르쳐주긴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는 주인이 번역기를 돌려 보여주니까 대충 알 것 같았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서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앞으로 좀 더 갔더니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이곳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냐’니까 대답대신 벽면을 가리켰다. ‘6A’, 공항으로 가는 버스번호였다. 그 밑에는 여러 언어로 ‘공항버스’라고 쓰여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지붕이 있어서 비는 맞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20분쯤 기다렸더니 공항 가는 보스가 왔는데,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지난번에는 종점인 버스터미널에서 탔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미처 몰랐었다. 당연히 서서 가는데, 앞자리 손님이 내리면서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이 내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사람은 커플이 타고 있었는데 둘이서 서로 앉으라고 하다가 그냥 내게 앉으라고 한 거였다. 아무튼,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공항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공항 가는 동안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산티아고 대성당 쪽으로 걷고 있는 순례자들이 많이 보였는데, 참으로 누추해 보였다. 나도 엊그제까지 저러고 걸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니 보기에 너무 안쓰러웠다.
탑승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아있었지만 티켓부터 발권하려고 창구로 갔더니 벌써 대기하는 줄이 엄청 길었다. 하나 흥미로운 건 버스에서는 모두마스크를 쓰도록 했는데, 이 줄은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있는데도 마스크 쓴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버스 안에서는 쓰도록 규정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 써야 하는 건지 애매할 때가 많았다.
내 차례가 올 때까지는 4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예매해놓은 거라서 여권을 줬더니 바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배낭을 보면서 자꾸만 뭐라고 했다.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배낭에 태그를 하나 달아줬다. 아마도 창구에서 체크했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오래 기다리느라고 지체할 시간이 없어 바로 보안검사를 받으러 갔다. 신발과 점퍼까지 벗어 검색대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전에는 배낭 안에 있는 노트북을 꺼내놓으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조용하면 문제 없는 거다.
낮 12시가 지났으니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면세점은 여럿 있었지만 음식 먹을 곳은 딱 한 곳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거기에도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내 차례가 되어 오렌지주스와 닭고기가 들어간 보카디요를 골랐다. 보카디요 중에서는 계란프라이가 들어간 게 가장 부드러워서 먹기에 편했다. 대부분은 하몽을 넣은 게 많은데 맛도 식감도 별로였다. 그나마 닭고기는 차선은 됐다.
점심을 먹고 나니 곧바로 탑승시간이었다. 여기도 역시 줄이 길었다. 출발 30분 전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오늘은 운 좋게 두번째 줄에 앉았다(예약할 때 원하는 좌석을 사긴 했다). 그런데 바로 옆자리 남자가, 자기 와이프와 다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OK! 그들도 연이은 자리를 예매했을 텐데 하필이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 앉게 된 거였다. 사람들이 탑승을 거의 끝냈을 무렵 자리를 바꿔줬다.
파리까지 가는 1시간 반의 비행시간 동안 기내서비스는 아무 것도 없었다. 승무원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길래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지만 물 한잔도 주지 않았다. 아마도 사전에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서비스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내 주위에는 서비스 받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예약하면서 그런 조건을 보지 못했었다.
파리의 공항(Aéroport de Paris-Charles-de-Gaulle)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한참 가서 내려줬는데, 공항청사가 아니었다. 분명히 ‘Arrival’이란 안내판은 있는데, 전혀 낯선 곳이었다. 그래도 시내로 가는 전철을 탈 수 있는 ‘RER B’란 표시가 있어서 그곳으로 따라갔다. 오늘은 공항에서 출발하는 RER B를 타고 북역(Gare de Nord)에서 내려 숙소(Hôtel Résidence de Bruxelles)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RER B역까지 갔는데 전철이 운행되지 않았다. RER B 노선은 두 군데서 출발하는데, 안내원이 다른 곳(Mitry-Claye)으로 가라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밖에서 안내하는 사람의 말대로 지금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탔더니(셔틀이어서 무료였다), 시골방향으로 20분 넘게 달렸다.
버스가 Mitry-Claye역에 도착했는데, 내리자마자 그곳의 안내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더니 전철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전철 티켓이 없는데 어떡해야 하지? ‘오늘은 전철이 모두 무료인가?’ 하는 의구심을 들었지만 티켓 끊은 기회조차 없이 전철을 타게 됐다.
결국 북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티켓이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창구에 있는 안내원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어쩌라구!
그렇게 잠시 실랑이를 하다가 왼쪽 끝 개찰구를 보니 그냥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그때 마침 다른 사람들이 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길래 나도 얼른 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휴우~!
파리에 오기 전에 프랑스 지도를 다운받아 놓은 게 있어서 숙소까지 찾아가는 건 문제가 없었다. 숙소의 프런트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여권을 주고 예약을 확인한 다음 침실 열쇠를 받았는데, 5층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매번 오르내려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건물구조를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폐쇄된 상태였다. 아마도 관리하기 어려워서 그랬겠지!
침실에 배낭을 내려놓은 다음 저녁거리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파리 외곽에 자리잡은 숙소라서 그런지 주위가 지저분하고 사람들도 외국인(아랍이나 아프리카인)들이 많아 보였다.
숙소로 오면서 봐뒀던 가게에 들러 통닭과 음료수를 샀다. 요구르트도 하나 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아니, 마셔보니) 너무 짰다. 뭐, 이런 요구르트가 다 있어! 요구르트는 대부분 겔(gel) 상태인데, 이건 완전히 물이었다. 게다가 짜기까지 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결국 조금 마시다가 버렸다.
숙소 직원이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가르쳐주길래 침실에서도 되는 줄 알았더니 오로지 1층에서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4시간 오픈이니까 언제나 와서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제 인터넷을 보려면 5층을 계속 오르내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