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검단산, 어쩌다 새벽산행

by 이흥재

2023년 1월 12일(목)


오늘부터 다시 백수가 됐다. 당분간(3개월 정도) 작업할 물건이 없다고 했다. 동서네 공장에서도 당분간 인원을 반으로 줄여서 운영할 거라고도 했다. 이제 어쩌지? 아내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암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각설(却說), 오랫동안 별렀던 검단산엘 드디어 간다. 지난해 말부터 가려고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새해 첫날에는 북한산엘 가고 지난주에는 날씨 때문에(눈 온 다음날이라 차를 갖고 갈 수 없어서) 청계산엘 다녀왔었다. 딱히 검단산엘 가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그저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가지 못하게 되니까 마음에 담아두게 된 것 뿐이다.


하남검단산역이 생기면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검단산엘 갔었는데, 같은 5호선이지만 강동에서 한번 갈아타야 해서 가는 시간이 꽤 걸렸었다. 그러다 꽤가 나서 차를 갖고 가니 20분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주차요금은 3시간에 2천원도 안됐다. 이래저래 차를 갖고 가는 게 훨씬 편하다.


산에 가는 날은 언제나 6시 기상이다. 아침 먹고 밖에 나가니 아직은 주위가 어둡다. 하남벤처센터(하남시 검단산로 239) 앞 공용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정확히 7시. 차를 주차하고 나왔는데, 아직은 해 뜨기 한참 전이다. 사물을 분간할 정도로 밝긴 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 시간에 산에 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그런데, 오르다 보니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 올라간 거야?)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지금 기온이 영하 3도라고 나온다. 많이 추운 건 아니지만 장갑과 털모자를 썼다. 산행 시작부터 계단이 있지만 이젠 이골이 나서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난 매일 운동 삼아 아파트 계단을 일부러 오르니 이것 쯤이야!


첫번째 이정표를 만났는데, 출발지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까지 1.11km, 검단산 정상까지 2.46km란다. 합치면 3.57km(그런데 검단산 정상에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까지 3.92km라고 써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산행에서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한 건지 알 수가 없다).


25분쯤 걸어서 ‘호국사’ 갈림길까지 갔더니 <검단산의 역사와 유래> 안내판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검단산은 하남시 창우동•하산곡동•상산곡동•배알미동, 광주시 일부를 끼고 있다. 산 동쪽에는 팔당호 상류가 있고, 북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있다. 북악산과 마주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남한산이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서울을 바라보며 관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영산이다.


1414년(태종14) 태종이 검단산 신에게 제사 지냈고 검단산에서 사냥을 즐겨 했다(태종실록 14년 3월18일, 태종 17년 3월24일). 뿐만 아니라 세종 때는 검단산의 사냥몰이꾼 2천여 명을 광주에서 징발해 오기도 했다(세종실록 세종 1년 2월22일).


검단산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광주목의 진산(鎭山)”이라고 기록돼있다. 진산이란 옛날 도읍이나 성(城) 등의 뒤쪽에 큰 산을 이르던 말로, 그 지역을 호위하는 주산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17세기에 쓰인 유형원의 <동국여지지>에서는 백제의 승려 검단(黔丹)이 거(居)했기 때문에 검단산이 됐다고 기록하고 있고, 다산 정약용은 <삼국사기>의 백제 건국신화에 나타나는 동쪽의 높은 산이 검단산이며 북쪽의 한수(漢水)는 도미강이라고 주장했다. 도미강은 지금의 검단산 아래 팔당지역으로 추정되며, 도미부인 전설과 관련 있다.”


조금 더 오르니 바닥에 눈이 얼어있다. 많이 위험하진 않아도 혹시나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했다. 곳곳에 마른 땅도 있지만 벗었다 신었다 하기 귀찮으니 착용한 채로 계속 걸었다.


1시간 남짓 올라가니 팔각정이 있는 공터가 나오고, 그 옆에 하남시에서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재미있는 구조물을 설치해놓았다. 이름하여 ‘솔라스톤(Solar Stone)’. 그 안에는 설명문도 붙어있었다.


“본 조형물은 한강과 도시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검단산 풍광을 담는 친환경 전망쉼터다. 유기적 형태로 디자인된 본 조형물은 주변 검단산의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암석형상에 기반한 친환경 강재구조물로, 태양광으로 자체 발전해 비상조명•유무선충전•피뢰침 등 등산객을 위한 스마트 쉼터기능을 제공한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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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 설명문을 나중에 읽어보는 바람에 충전콘센트는 미처 찾아보지 못했다. 하긴 비상상황이 아니면 그곳에서 충전할 일은 없을 테지만.


검단산 정상을 300여m 남겨 논 지점에 왼쪽으로 가면 330m, 오른쪽은 380m란 이정표가 있다. 단지 50m 차이. 전에는 오른쪽으로만 갔었기 때문에 오늘 처음으로 왼쪽 길을 택했는데, 경사가 너무나 심하다. 한번 경험했으니 다음에 올 때는 필히 오른쪽으로 가야겠다.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8시30분. 1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른쪽엔 태양이 왼쪽엔 달이 떠있다. 함께 떠 있는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니, 언제 봤었는지 기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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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예봉산 쪽으로 낮게 깔린 구름이 장관이다. 산이 높은 것도 아닌데 구름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사진을 찍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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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길. 다른 길도 있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충혼탑’을 보기 위해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그제서야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힘들여 올라오는 사람들은 보면서 속으로, ‘힘내세요, 나도 다 겪었던 일이니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했다.


45분쯤 걸어 내려와 현충탑에 도착했다. 화강암으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역광이어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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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탑을 벗어나니 ‘월남전참전기념탑’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다른 길이 없으니 그 길을 따라가는 수밖에. 그런데, 10분 남짓 걸어서 도착해보니 주차장이 바로 코앞이다. 우선 사진 한장 찍고 주차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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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문이 열리지 않는다. 자동차 키에 문제가 있나? 배터리가 다 된 건가? 마침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면서 키에 있는 배터리를 빼려고 하는데 열리질 않는다. 그러면 배터리를 사더라도 교환할 수가 없는데, 어쩌지? 그러는 동안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차에서 불이 들어왔다. 이건 또 뭐야? 아무튼, 키가 작동된다. 다시 주차장으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열린다. 어휴! 다행이다. 주차장을 나오면서 정산하는데 주차요금이 1,500원이다. 입차시간 07:01:05, 출차시간 09:45:51. 그러니 주차시간은 2시간 45분이다. 그렇지만 단가는 얼마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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