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31일(화)
지난주부터 가려 했던 사패산을 오늘에야 간다. 지난주에는 설도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날이 너무 춥고 눈 오는 날까지 있어서 선뜻 산행에 나서지 못했었다. 그러다 오늘쯤 기온이 좀 오르고 날씨도 맑다고 해서 산행하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기온은 올랐지만 맑은 날씨는 아니었다.
사패산은 선조가, 여섯째 딸 정휘옹주(貞徽翁主)와 유정량(柳廷亮)이 혼인할 때 하사한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의 출발지점은 회룡역 3번출구. 회룡역까지 가려면 군자역과 도봉산역에서 2번 갈아타야 한다. 지하철 타는 시간만도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거의 1년 만에 가는 산이지만 몇 번 다녀봤기 때문에 가는 길은 익숙하다. 앞에는 산에 가는 듯한 복장의 남자 먼저 가고 있었다. 아무려면 어때? 나랑은 무관한 일인데.
20분쯤 걸어서 회룡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왼쪽으로 다리를 건넜다. 위로는 서부로(西部路)가 지나고 있다. 아직은 겨울 한가운데라서 산에는 눈이 꽤 쌓여있고, 계곡물은 반쯤 얼었다. 그래도 시냇물은 얼음 속으로 졸졸 소리를 내며 열심히 흐르고 있었다.
출발한지 40분이 채 안돼 회룡사(回龍寺)에 도착했다. 가는 길 바로 옆이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눈에 띄는 건 ‘회룡사 연혁’이다.
“회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 남양주시 진접읍 소재)의 말사(末寺)로, 681년(신문왕1) 의상(義湘)이 창건해 법성사(法性寺)라 했다. 936년(경순왕1) 동진국사가 중창하고 1070년(문종24) 혜거국사가 삼창했다. 1384년(우왕10) 무학(無學)이 중창한 뒤 조선태조와 무학이 함께 3년 동안 창업성취를 위해 기도하고 조선건국 후 왕위에 올라 절 이름을 ‘회룡사’로 했다고 한다. 또한, 1403년(태종3) 태조가 끈질긴 함흥차사들의 노력에 의해 노여움을 풀고 귀경한 뒤 무학을 찾아왔으므로 무학이 회란용가(回鸞龍駕, 왕의 말과 가마가 돌아왔다)를 기뻐하며 ‘회룡사’라 했다고도 한다. (하략)”
이 절은 좁은 터에 대웅전(大雄殿)극락보전(極樂寶殿)약사전삼성각종각은 물론 선원(禪院)인 취선당(翠禪堂)과 요사(寮舍)인 설화당(說話堂) 등 많은 건물이 들어서있다. 또한 이 절은 경기북부 최고의 비구니 선원이라고 하는데, 절을 둘러보는 동안 신도들만 들락거리고 스님들은 보지 못했다.
회룡사를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본격적인 산행길이다. 돌계단을 몇 개 올라가니 바닥에 눈에 쌓여있어 미끄러질 까봐 조심스럽다. 다행스럽게도 눈 위에 낙엽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서 그리 미끄럽지는 않았다.
이정표에 써있는 거리를 계산해보니 회룡역에서 사패산 정상까지는 대략 4.8km쯤 된다. 구체적으로는, 회룡역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 1.2km, 다시 회룡사까지 0.9km, 그리고 사패산까지 2.7km 등이다.
사패산으로 가는 길은 서울 근교의 여느 산들보다 한결 수월하다. 물론 여기도 계단과 가파른 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산이 낮고(552m), 험한 길도 별로 없어서다.
오늘도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를 봤다. 너무 높이 있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에는 한번도 본적 없었는데, 지난해 12월 처음 본 후로 오늘이 벌써 두번째다.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사패산 정상에 도착했다. 벌써 몇몇이 올라와서 사진 찍은 후에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은 기온도 오른데다 바람도 별로 없어서 춥진 않다. 그래도 옷에 땀이 젖어 축축해서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
정상석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오랜만에 찍은 정상 인증사진이다. 내 사진을 찍은 후 자기도 찍어달라 길래 가로세로로 몇 장 찍어줬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 사진도 쓸만했다. 그동안은 누군가 찍어준다고 해도 못미더워서 부탁을 거절했었다. 앞으로는 종종 찍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정상에 앉아 가족들에게 근황문자를 보내고, 커피도 한잔 마신 다음 곧바로 하산이다. 내려가는 길은 의정부시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사길이 좀더 짧다고 표시돼 있어서다. 그 길로 계속 내려가다가 다시 범골과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이정표에 그 길이 더 짧다고 표시돼있어서 그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중간에 호암사(虎庵寺)에 들렀다. 이 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라고 한다. ‘말사’의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본사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것 아닌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말사가 ‘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 또는 본사에서 갈라져 나온 절’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아무래도 후자인 듯하다. 법주사에서 이곳까지 관리하긴 곤란할 테니!
이 절의 연혁을 보니, 암봉 아래 동굴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현신(現身)했다 해서 예부터 수행자들이 초암(草庵)을 짓고 수행하면서 응신(應身)을 친견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그 굴을 관음굴(觀音窟) 백인굴(白人屈)산신굴(山神屈) 등으로 부른다는데, 지금도 굴 안에 작은 부처님을 모셔놨다. 또한 이 절에도 대웅전과 종각이 있고, 뒤늦게 일주문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계속 내려오다 보니 ‘북한산 둘레길’과 만나는 굴다리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정표에 범골입구라고 표시돼있어서 ‘범골역’으로 내려온 줄 알았는데, ‘회룡역’ 표시가 돼있다. 거리가 얼마인지는 표시가 없지만 아마도 더 가까우니까 그렇게 표시돼있는 거겠지!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그곳에서 회룡역과 범골역은 비슷한 거리에 있었다.
지난번 산티아고 북쪽길을 걸으면서 다운받아 놓은 ‘mapy.cz’ 앱을 열어 회룡역을 찾은 후에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한참 내려가다가 고가철로가 보이기 시작하니 그때서야 주위 지리를 알겠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회룡역이다.
그런데, 거의 도착해서 또 한번 실수! 찻길을 건너야 하는데 앞으로 계속 가다 보니 오른쪽에 회룡역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제서야 신호등이 바뀌기 전인데도 황급히 도로를 건넜다. 바로 옆에 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운동 삼아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아직은 힘이 남아있었다.
화장실에 들러 젖은 옷을 갈아입고, 2번 갈아탄 후에 집까지 무사히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