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12일 (일)
개롱역~ (오금역)~ 구파발역~ 704번 버스~ (북한산성입구 하차)~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의상봉(502m)~ 용출봉(571m)~ 용혈봉(581m)~ 부왕동암문~ 나한봉(681m)~ 청수동암문~ 대남문~ 문수사~ 구기탐방지원센터~ 이북오도청에서 7212번 버스~ 세종문화회관 하차~ 교보문고~ 광화문역~ 귀가
거리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 의상봉 1.5km ~ 대남문 3.0km ~ 구기탐방지원센터 2.5km 총 7.0km +α
엊그제(금요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까지 먹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전날 일기예보에서는 밤에만 비가 내린다고 했었는데, 아침까지 내릴 줄은 몰랐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출발할 순 없어서 다시 집으로 들어와 남은 시간(8시)까지 잠을 더 잤다. 그런데,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토요일 하루 거르고, 오늘 산엘 가기로 한 거다.
오늘의 목적지는 북한산 중에서도 의상능선 코스. 3년전쯤 한번 가본 길이다. 북한산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의상봉을 비롯한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그런데, ‘능선’이라서 수월하게 산행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3년 전에도 이렇게 힘들었었나?
요즘 들어 기온이 조금 올라가서 오늘은 산행하기에 적당했다. 다만 날씨가 너무 흐리고 미세먼지가 많아 산에 올랐을 때도 뿌연 도심과 산봉우리들만 볼 수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구파발 역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입구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산에 가는 사람들이 여럿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과는 행선지와 산행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괘념(掛念, 이게 한자란 걸 오늘 검색하면서 알았다)치는 않는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 5분쯤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의상봉 이정표가 나온다. 거리는 1.2km. 앞서 몇몇이 먼저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이내 따라잡았다. 처음부터 경사 급한 오르막이라서 힘들고 숨은 차지만 천천히라도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게 더 낫다.
흐린 날씨에다가 미세먼지도 많아서 그런지 시야가 너무 뿌옇다. 앞의 산이나 뒤돌아본 도심이 안개 속 같다. 산을 오르는 게 목적이지만 주위를 구경하면서 가는 게 더 좋은데,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뿌연 경치나마 사진을 몇 장 찍으면서 계속 올라갔다.
오르다 보니 성랑지(城廊址) 표지판이 보인다. 북한산성 안에 둔 143군데 성랑 중 한 곳이 있던 자리란다. 성랑은 성곽에 딸린 초소건물이자 병사숙소였으며, 성랑 터에서 기와 파편이 다량 출토된 걸로 봐서 지붕에 기와를 얹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입구에서 40분쯤 걸어 의상봉에 도착했다. ‘봉(峰)’이라곤 해도 딱히 봉우리 느낌은 아니다. 게다가 오늘 지난 봉우리들 중에서 높이도 제일 낮다. ‘의상봉’ 표지목을 찍고 지나간다. 앞에는 오늘 갈 봉우리들이 보인다. 그런데 길은 내리막이다. 이런! 그리고는 이내 급경사를 또 올라간다. 다행히 쇠말뚝을 박고 쇠밧줄을 걸어놔서 잡고 올라가면 한결 수월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어떻게 설치했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두번째 봉우리인 용출봉에 도착했다. 의상봉보다는 조금 더 높은 곳이다. 그런데 정상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옆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람한테 익숙해서일까, 힘들어서 운동량을 최소화라는 건가? 이런 곳에서 뭘 먹지? 사람들이 음식을 주나?
작은 봉우리 사이에 큰 돌 하나만 걸쳐있는 길에 다행스럽게 가드레일을 설치해놨다. 그전에도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좀 위험에 보이긴 한다. 그리고는 오르내리는 길이 반복된다. 여기가 이렇게 힘든 길이었나?
세번째 봉우리인 용혈봉에 도착했다. 높이는 조금씩 더해가지만, 계속 정상을 향해 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은 해발 600m도 되지 않으니 서울에서도 낮은 축에 속한다(서울에서 제일 높은 북한산 백운대는 836m다). 조금 더 높은 곳이라 그런지 잔설(殘雪)도 보이고 길바닥에 얼음도 있지만 아직은 아이젠을 채울 정도는 아니다.
부왕동여장(扶旺洞女墻)을 지났다. ‘여장’은 성벽 몸체부분[體城] 위에 설치한 낮은 담장으로, 성을 지키는 병사를 보호하고, 적을 관측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부왕동 여장이 북한산성의 8.4km 여장 중에서 그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다고 한다. 거리를 보니 부암동암문은 의상봉과 대남문 딱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가는 길도 그렇고 앞산에도 잔설이 희끗희끗 쌓여있다. 같은 북한산인데도 방위에 따라서 상태가 다르다. 중간에 나무데크 계단을 설치해놓은 곳이 종종 있다. 가파른 바위나 딱딱한 돌계단, 미끄러운 경사를 오르는 것보다 나무계단을 밟고 오르는 게 훨씬 편하다. 다들 계단 오르기를 싫어하지만, 필요해서 설치했을 텐데, 너무들 기피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아마도 경사를 오르는 것보다 발을 더 높이 들어야 하고 그게 힘드니까 싫어하는 것 같지만, 어차피 힘들긴 마찬가지다.
네번째 봉우리인 나한봉은 등산로와는 조금 떨어져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 나한봉을 올랐는데 다행히 그 옆에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경사가 급한 게 흠이긴 하지만. 나한봉(羅漢峯)에는 치성(雉城)을 쌓았다. 치성은 성곽 일부분을 네모나게 돌출시켜 밖으로 내어 쌓은 구조물로, 적군의 접근을 초기에 관측하고 전투할 때 적을 정면이나 측면에서 격퇴하기 위해 설치한 방어시설물이라고 한다.
청수동암문을 지나는데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다. 단체로 산행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비봉’을 간다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나 보다. 하긴 바로 옆 이정표에 비봉 2.2km라고 쓰여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면 될 터다. 이제 대남문까지는 300m 남았다.
북한산탐방지원센터에서 2시간 반쯤 걸어 대남문(大南門)에 도착했다. 여느 때 같으면 이곳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을 텐데, 시간도 좀 애매한데다 바람이 불어서 젖은 옷 때문에 한기가 느껴져서 따뜻한 커피만 한잔 마셨다.
이곳에 한 쌍인 듯한 개 두 마리와 강아지가 한창 장난을 치고 있었다. 먼저 강아지 두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니 어미인지 아비인지 모를 큰 개가 뒤쫓아갔다. 같이 장난 치는 건지, 말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우두커니 있는 개한테 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들이대도 꿈쩍하지 않고 서있었다.
대남문은 북한산성 가장 남쪽에 있는 성문으로, 산성이 축성된 1711년 지어졌지만 그 후 소실됐던 것을 1991년 새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하산길에 대남문 바로 옆에 있는 문수사(文殊寺)에 들렀다. 이 절은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 문수봉 아래 있으며, 1109년 탄연(坦然)스님이 창건한 이후 1451년 문종의 딸인 연창공주(延昌公主)가 중창했고, 그 후로도 여러 차례 개축과 중건을 거듭하다가 2002년 대웅전(大雄殿)응진전(應眞殿)요사 등을 새로 건립하는 대대적인 중창불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특이하게 문수동굴(文殊洞窟)에도 불상을 모셔놨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어머니가 이곳에서 기도 후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고 하며, 그 인연으로 이승만이 직접 쓴 현판이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문수사를 나와 이제 본격적인 하산이다. 그런데 이곳도 역시 돌이 많고 경사도 심해 내려가는 게 만만치 않다. 문수사에서부터 50분쯤 걸어 구기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버스를 타러 가는데, 길 한가운데 하얀 줄을 그어놓고 그 옆에 ‘이곳은 개인소유 지번’이란 안내문을 붙여놨다. 어쩌라고! 길을 막겠다는 건가? 정부에서 그 땅을 사라는 건가?
러시아대사관을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처음엔 ‘승가사입구’ 정류장(전에도 이곳에서 버스를 탔었다)에서 기다리다가 옆을 보니 몇 발자국 가지 않아 종점이 있고,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있었다. 나도 얼른 그곳으로 이동해 조금 기다리다 7212번 버스를 타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내렸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 젖은 옷을 갈아입고 교보문고로 갔다. 한복으로 만든 기념엽서를 몇 장 사고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푸드코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기도 애매해서 결국 점심을 굶고 귀가했다. 배가 좀 고프긴 해도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