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거쳐 바욘까지

by 이흥재

2018년 9월17일 (월요일)


인천공항에서, 미리 예약해 둔 오전9시5분발 파리행 에어프랑스를 타기 위해 새벽 4시15분에 일어날 수 있도록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을 잤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3시도 되지 않아서 깼다가 시간을 확인한 후에 다시 잠이 들었다. 1시간쯤 더 자다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 세수만 하고 전날 꾸려놓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바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칼 리무진을 타기 위해 잠실 롯데호텔 앞으로 가니 아직 티켓박스의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4시45분부터 티켓을 팔기 시작했고 첫차는 4시55분에 출발하는데, 인천공항 제1터미널만 간다고 해서 에어프랑스를 탈 수 있는 제2터미널까지 가기 위해 5시에 출발하는 차를 탔다. 그런데, 새벽이어서인지 차가 막힘 없이 달려서 인천공항에 너무 빨리 도착했다.


그래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7시15분부터 발권을 시작한다고 해서 F카운터로 갔다. 역시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발권 받을 수 있었다. 좌석은 20H. 꽤 좋은 자리다. 그런데, 탑승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반 정도가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는 출국수속을 밟은 후에 안으로 들어가 면세점을 구경하다가 탑승하기 전에 커피를 한잔 샀다.


그런데, 기내에는 뜨거운 음료를 갖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다 마시고 들어가기는 곤란해서 탑승 직전 옆에 있던 안내요원에게 처리를 부탁하고 기내로 들어갔다. 목적지인 파리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은 11시간 정도인데, 무슨 이유인지 예정된 출발시간을 30분 이상 지나 서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제 파리까지 지루하지 않게 가야 한다. 좋은 방법은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잠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영화는 언제든 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파리의 드골공항(Aeroport Paris-Charles de Gaulle)에는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아니, 활주로에 내렸다. 그런데, 비행기를 나설 때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고서 입국심사를 받느라고 또 다시 기다리다가 수화물 찾는 곳을 갔더니 아직 나오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여기서도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 행선지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바욘(Bayonne)까지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는 몽파르나스 역(Gare de Paris-Montparnasse). 배낭을 찾아 메고 몽파르나스 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안내표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RER B’를 타기 위한 발권기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잠시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어 발권기 앞으로 갔는데, 처음이어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마침 옆에 안내원이 있어서 물어보니 신용카드로만 발권할 수 있다고 했다.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발권 받는데 성공! 안내원은 지하철 노선도를 주면서 갈아타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드골공항 RER역에서 RER B를 타고 당페로 로셰로(Denfert Rochereau)역까지 간 후에 메트로 6호선 에뚜알(Étoile) 방향으로 갈아타고 무사히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초라하다. 외관은 그럴듯해 보이는데, 내부는 공사가 한창이고 어수선하다. 음식물이나 귀금속을 파는 가게도 골목시장에 간 것처럼 산뜻해 보이지 않는다. 1층에 있는 화장실에 갔더니 유료라고 해서 다른 곳을 찾다 보니 다행히 2층에 무료화장실이 있었다.


간단하게 요기할 빵을 사서 바욘까지 타고 갈 TGV를 기다리는데 탑승구를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출발 20분 전에야 탑승구 표시가 뜨고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몰려간다. 내가 예약한 ‘11열차’는 18량이나 연결된 기차의 맨 끝 칸이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잡고 앉으니 잠시 후에 출발한다. 그런데, 역방향 좌석이다. 탑승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좌석의 5분의1 정도만 탄 것 같다) 다른 자리로 바꿀까 하다가 다른 역에서 더 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가니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역시 잠자는 것. 다행히 한국이 밤시간이어서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얼마 동안 가다가 눈을 떠보니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을 지나고 있는데, 7시 반인데도 해가 아직 한참 남았다. 이번에는 안대까지 쓰고 다시 잠을 잤다. 열차는 4시간을 달려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목적지인 바욘역(Gare de Bayonne)에 도착했다.

Gare de Bayonne.jpg

역을 나와서 예약한 숙소(Hotel Monte-Carlo)를 찾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지도에는 분명히 역 근처였는데. 거리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대각선 방향에 있다고 했다. 알려준 대로 길을 건너 카페에 들어가서 다시 물어보았더니 카페 사장이 숙소를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사장한테서 열쇠를 받아 들고 2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불이 없어서 컴컴하다. 더듬거리면서 올라가 숙소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 욕실을 보았더니 변기가 없다. 그제서야 문에 붙어있는 안내도를 보니 복도 끝에 공동변소가 표시되어 있다. 역시 불도 없는 복도를 지나 들어가보니 너무 좁아서 앉아 있기도 불편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와 욕실에서 샤워를 한 후에 속옷과 양말을 빨아 널고는 일기쓰기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했다.


평상시에는 일기를 쓰지 않지만, 장기간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일기를 쓰게 된다. 그런데,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2014.7~2015.9) 썼던 일기는 귀국한 후에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다가 바이러스 폭탄을 맞고 다 사라져 버려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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