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18일 (화요일)
어제 잤던 호텔에서 아침 7시부터 체크아웃 할 수 있다고 해서 6시 반에 일어나 짐을 싸서 호텔 1층에 있는 카페에 맡긴 후에 바욘 시내로 나갔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바욘 역까지 버스가 다니고는 있었지만, 숙소 주인이 시내까지는 걸어갈 수 있다고 해서 꼭 필요한 짐만 챙겨서 시내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걸으니 아두흐(L’Adour) 강을 건너는 다리(Pont Saint-Esprit)와 니브(Nive) 강을 건너는 다리(Pont Mayou)가 나오고 주위의 경치도 좋았지만, 사진으로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바욘은 단순 경유지라고 생각해서 많은 정보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성당 첨탑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이제 아침을 먹어야겠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문을 연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먼저 성당(Cathédrale Sainte-Marie ou Notre-Dame de Bayonne)을 보러 갔는데, 그 규모가 꽤 크다. 게다가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판도 붙어 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벽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식되어 있는 상당히 넓은 기도실도 있었다.
첨탑 사진만 몇 장 찍고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문을 연 카페로 가서 바게트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한참 동안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다. 낮 12시5분에 생장피드포르로 출발하는 기차(TER, Transport Express Régional 프랑스 국철의 열차등급 중 하나)를 예매했었기 때문에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딱히 더 볼 것도 없어서 바욘 역으로 갔다.
그런데, 전광판을 보니 생장피드포르로 가는 기차의 출발시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버스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은 있지만, 그 상황이 나한테 닥치니 당황스러웠다. 이제 4시간을 더 바욘 역에 있어야 하지만, 별 도리가 있나! 기다리는 수 밖에.
시간을 빨리 보내려면 별 생각 없이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골목을 이리저리 다녀도 시간이 잘 가질 않는다. 이제 12시가 지났으니 점심을 먹어야지. 괜찮아 보이는 케밥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려고 하니 아직 내부 청소 중이다. 언제부터 장사를 시작할 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케밥 집으로 들어갔다.
케밥 전문점인줄 알았는데 다른 메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왕에 케밥을 먹으려고 들어간 식당이어서 케밥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버스 출발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다시 거리를 더 돌아다니다가 1시 반쯤 되어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역 광장에 버스가 한 대 있어서 생장피드포르로 가는 줄 알았더니 출발시간 15분을 남겨 놓고 대형버스가 광장으로 들어와서 곧바로 탑승하기 시작했다.
난 오늘도 앞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버스를 타면 멀미가 날까 봐서 앞에서 세 줄 뒤로는 절대 앉지 않는다. 전에 북한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는데, 다섯 정거장을 못 가서 멀미가 나는 바람에 중간에 내린 적도 있다. 그래서 약간의 눈치를 보면서 맨 앞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원했던 앞자리에 앉아 1시간 반 동안 달려 생장피드포르 역(Gare de Saint-Jean-Pied-de-Port)에 도착했다.
역에서부터 카미노 사무실까지는 뜨거운 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의 시작이다. 카미노 사무실에서는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순례자여권(Credencial)을 발급해 주고 카미노에 대한 설명도 해 주고 있어서 많은 순례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가려고 숙소(Gite Makila pour pelerins)부터 체크인을 하고,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사무실 앞으로 갔는데도 아직 사람들이 많았다.
차례를 기다려 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협회에서 발급받아 간 순례자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카미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알베르게 정보 등이 담긴 인쇄물을 받은 후에 설명해 준 자원봉사자와 사진까지 찍고 순례자 사무실을 나왔다. 다음 순서는 생장피드포르 구경이지만, 좀 전에 봤던 곳을 빼고는 구경거리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역시 제일 볼 거리는 성당(Église Notre-Dame de-Bout-du-Pont).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니, 지금은 음료수만 파는 시간이고 저녁식사는 7시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배도 고프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가능한 한 빨리 저녁을 먹어야만 했다.
다른 식당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식당주인에게 물어보니 6시부터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다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6시가 되어 그 식당으로 가니 이번에는 아예 문이 잠겨있다. 이 사람들도 7시부터 식사가 가능한데 6시라고 잘 못 얘기한 건가? 어쩐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도 샌드위치로 먹는 수 밖에.
과일가게로 가서 복숭아 1개와 귤 2개를 2유로에 사고 바게트 샌드위치도 1개 사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대신했다. 그런데, 바게트가 너무 딱딱해서 입 천정이 다 헤질 정도다.
오늘은 세탁을 숙소에 맡겼다. 아무래도 바지와 점퍼를 빨아 말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비용은 세탁 5유로와 건조 3유로로 총 8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