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어 국경을 지나

by 이흥재

2018년 9월19일 (수요일), Saint-Jean-Pied-de-Port to Roncesvalles


어제 잔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7시부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6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배낭을 싼 후에 식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니 출발준비를 끝내고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메뉴는 다양했는데, 토스트를 비롯해서 주스와 커피, 요구르트, 계란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뭐, 이런 곳에서 뭘 바라겠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곧장 숙소를 떠났다. 어제 올라왔던 언덕길을 다시 내려가 노트르 담 문(Porte Notre-Dame)을 지나면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은 최고높이 1,429m의 피레네 산맥을 20km 가까이 꾸준히 올라가야 하는 코스다.

그림1.jpg

처음 만나는 마을인 온토(Honto, Huntto en basque)에는 언덕배기에 알베르게만 몇 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림2.jpg

오늘 코스는 포장도로가 많았는데, 다행히 온토를 지나면서 잔디가 많은 흙길로 접어들었지만, 경사가 급해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마저 얼마 안 가서 다시 포장도로와 만났다. 포장도로는 아무래도 바닥이 딱딱해서 발에 쉽게 피로가 온다. 그래서 가능한 한 길가의 흙이나 잔디를 밟으며 걷는데, 그마저 끊기는 구간이 많아서 그 또한 만만치가 않다.


오리손 알베르게(Refuge d'Orisson)에 조금 못 미쳐서 운해(雲海)인지 안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구름이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내 오리손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쉬고 있었다.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신 후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림3.jpg

아직도 오르막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숨도 차고 배도 고프다. 어제 미처 점심준비를 하지 못해서 집에서 갖고 온 초코바로 허기를 달랬다. 중간에 간단한 간식을 파는 간이매점이 있었지만, 사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카미노 가이드북을 보면 피레네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고 하는데, 풍경이 좀 이국적이기는 하지만, 오르막길을 바닥만 보면서 걷다보니 풍경을 감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저 가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오늘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인 뢰푀르(Français: Col de Lepoeder, Español: Collado Lepoeder)에서는 오른쪽 길을 택해 이바녜타 고개(Alto de Ibañeta)로 향했다. 어제 생장피드포르 카미노 사무실에서, 기존 코스가 위험구간으로 분류되어 갈 수 없다고 해서였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그 길로 가긴 했다. 그렇지만, 오른쪽 길도 만만치가 않다. 포장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발바닥은 물론 발톱까지 아프다.

그림4.jpg
그림5.jpg

게다가 말티고개(충북 보은에서 속리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고개로, 요즘은 새로운 길이 생겨 잘 이용하지 않는다)처럼 꼬불꼬불 한 길이 이어져 중간중간 지름길을 이용했는데도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면서 멀리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en euskera Orreaga y oficialmente Orreaga/Roncesvalles)가 보이는데, 어쩔 수 없이 빙빙 돌아가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바녜타 언덕에는 몇 가지 기념물(Ermita de San Salvador, Monumento a Roldán 등)이 있었지만, 바로 옆에 찻길이 지나서인지 좀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도 그걸 보려고 일부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주차장에는 버스와 승용차가 꽤 보였다.

그림6.jpg
그림7.jpg

이바녜타 고개에서 경사진 숲길을 한참 내려와서야 드디어 산타마리아 왕립성당(Real Colegiata de Santa María)의 일부인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Albergue de Roncesvalles)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알베르게 입구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줄지어 침대를 배정받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침대와 함께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식사까지 주문했다. 그런데, 식사시간이 모두 7시라고 했다. 배는 고픈데 어떻게 기다리지? 내일 아침도 어쩔 수 없이 조금 늦게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하긴, 오늘에 비해서는 거리도 짧고 난이도도 쉬운 편이어서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그림8.jpg

카미노를 걸으면서 신경써야 할 것은 씻는 것과 세탁이다. 여기는 샤워장이 우리랑은 다르게 오픈되어 있지 않고 하나씩 칸막이로 되어 있어서 한 사람씩 씻으려니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한다. 오늘은 세탁을 손수 하려고 했는데, 세탁장에 가 보니 3.5유로에 세탁과 건조를 한꺼번에 해 준다고 해서 오늘도 결국 편한 걸 택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차 대신 버스 타고 생장피드포르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