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여섯째날, 낮 12시에 로스 아르코스 도착

by 이흥재

2018년 9월24일 (월요일)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6시 반부터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시간 맞춰 가 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숙소로 돌아가 주방에 있는 비스킷 몇 개만 먹고는 숙소를 나왔다. 조금 일찍 출발해 처음 만나는 마을에서 아침을 먹을 수도 있지만, 밝기도 전에 문을 여는 집이 별로 없어 굶을 수도 있어서 가능한 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고 노력했다.


출발시간이 7시 5분 전이라 밖은 아직 어둡지만, 에스테야(Estella) 시내를 지나니 걷기에 어렵지는 않다. 그보다는 전날부터 아프던 발목과 물집자리가 계속 아파서 신경이 쓰인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제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별 차도가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지금까지 한번도 쓴 적이 없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배낭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것 같다.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만 해도 하루면 지나면 큰 어려움 없이 카미노를 계속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어떨 땐 발목이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집 잡힌 발바닥도 아프다. 그런데, 숙소에서 물집을 살펴봐도 물을 짜 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닌데, 왜 그런지 계속 아프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의 목적지인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그 동안 만났던 한국 젊은이 셋을 한꺼번에 만났는데, 나를 만나기 전부터 쉬다가 막 떠나려던 중이었다. 그 애들한테, 오늘 숙소에 가면 쓰지 않은 물건을 다 버려야겠다고 했더니, 나중에 다 필요할 텐데 왜 버리냐고 했지만, 내 몸이 견딜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로스 아르코스에는 낮 12시쯤 도착했는데, 아직 문을 연 알베르게가 없다. 출발 전에 가려고 생각했던 알베르게를 지나쳐 오다가 마침 문을 연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la Fuente Casa de Austria)를 발견하고, 거기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저녁에는 바게트 빵이 아닌 음식을 먹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성당(Parroquia de Santa María de Los Arcos) 앞에서 파에야(Paella, 프라이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를 넣고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가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의 전통 쌀 요리)와 맥주 한잔을 마셨다. 처음 먹어 본 파에야는 고소하고 맛있었지만, 해산물이 조금 밖에 없고 양도 부족해서 좀 아쉬웠다. 그런데, 파에야를 주문해도 항상 바게트 빵이 함께 나온다. 바게트 빵이 고소하고 맛은 좋지만, 언제나 먹어야 한다는 것과 입 천정을 긁어 놓을 수가 있어서 먹기에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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