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23일 (일요일)
오늘은 6시부터 아침식사가 가능하다는 호텔 바에 가서 2€짜리 아침을 먹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크로아상 1개와 주스, 커피 한 잔이 전부다. 그래도 아침이어서인지 견딜 만하다. 이젠 짐을 싸서 출발하면 된다. 몸 상태가 더 나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걸을수록 견딜 만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아직은 해가 뜨기 한참 전이어서 주위는 밝지 않았지만,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시내를 걸으니 위험할 건 없다. 푸엔테 라 레이나 다리는 어제 낮에 봤기 때문에, 어둠이 잘 보이지 않아도 아쉬움은 없다. 먼저 출발한 건지, 아직 출발하지 않은 건지 카미노에는 몇몇 사람들만이 걷고 있었다.
걷는 동안 만나는 작은 마을들은 쉴 것도 아니고, 쉴 만한 곳도 별로 없어서 그냥 지나친다. 로르카(Lorka)까지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물 한잔 마시려고 의자에 앉았더니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었다. 이 참에 서울에 있는 손자와 통화를 하려고 보이스톡을 보냈더니 연결은 되었는데 대화할 수 있는 만큼의 감도(感度)가 되질 않아서 아쉽지만 그냥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길을 나서 로르카를 막 벗어나려는데, 바(bar)의 직원이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분명히 현지주민인데 어떻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바로 전에 쉬었기 때문에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떠났다.
늘 걷고 있으니 항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인 에스테야(Estella, en euskera Lizarra; ambos cooficiales) 바로 전 마을인 비야투에르타(Villatuerta)에서 점심도 먹고 화장실에도 가려고 카페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과 오믈렛을 주문했는데, 어제 만났던 한국아가씨가 들어왔다. 그 여자도 화장실에 가려고 들어왔다고 했다. 카미노에서는 이런 우연이 가끔씩 생긴다.
이번에는 식탁에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름이 뭔지, 어디에 사는지 모른 채 나이가 26살이란 것만 알고는 사진 한 장만 찍고 헤어졌다. 다음에 또 만나겠지 생각했는데, 걷는 중에 잠깐 다시 만난 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다.
오늘은 시립 알베르게(Albergue Municipal de Peregrinos)에 묵기로 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본 후에 괜찮을 것 같아서 들어가긴 했는데, 환경은 썩 좋질 않다. 숙박비가 6€로 싸기는 하지만, 2층 침대가 너무 낮아서 1층에서 앉아 있기기가 너무 불편하다.
그래도, 빨래할 수 있는 여건은 괜찮아서 처음으로 손빨래를 했다. 날씨도 좋아서 오늘 중으로는 마르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밖에 널어 놓았다. 다 마르지 않으면 내일 다른 숙소에서 말리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