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25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어제 예약했던 3.5유로짜리 오늘아침 식사는 역시 빵과 몇 가지 잼, 그리고 커피가 전부였다. 집에서도 가끔 식빵에 잼을 발라 먹긴 했지만, 오늘은 그 맛이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부실하더라도 아침식사를 걸을 수는 없으니까.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고 나니 아직 7시도 안되었지만,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날이 밝아지려면 아직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젠 어둠도 익숙해져서 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일찍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서 쉬는 게 더 낫기도 하다.
전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미처 알지 못했는데, 보름달이 서쪽 산을 향해 기울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어제가 추석이어서 달이 그렇게 크게 보였나 보다. 보름달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지만, 화면에는 너무 작게 보여서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다른 풍경과 함께 보름달을 찍기는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역시 흐릿한 게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오늘 걸은 거리는 다른 날에 비해 짧기도 하지만, 중간에 만나는 마을도 별로 없었다. 가끔 마을이나 조그만 가게가 있기는 했지만, 간식이나 점심을 먹기에도 애매해서 대부분 지나쳤다. 쉬다가 일어나면 발바닥이 더 아픈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천천히라고 계속 걷는 게 낫기도 했다.
그렇게 걸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비아나(Viana)에는 11시쯤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 묵으려고 했던 알베르게(Albergue Izar)에 가 보니 12시에 문을 연다고 쓰여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점심도 먹을 겸 옆에 있는 바로 갔다. 여기도 바게트 샌드위치가 진열되어 있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육적(음식이름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육적과 똑같이 생겼다.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게 있어서 둘 다 시켰다)과 맥주 한잔을 주문했는데, 역시 바게트가 함께 나왔다. 그런데, 육적이 좀 짜서 바게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더니 먹을 만 했다.
점심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는데 12시가 되지 않아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잠시 후에 한 사람이 나오면서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고는 다른 볼 일을 보러 가버렸다. 10분쯤 더 기다리니 다른 여자가 열쇠를 갖고 나와 들어오라고 했다. 오늘도 내가 이 알베르게에 첫번째로 도착한 것 같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게 되면 그나마 좋은 위치의 침대를 배정받을 수 있고, 붐비기 전에 씻고 세탁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저녁식사는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어떤 메뉴인지는 모르지만, 10유로라고 해서 미리 예약해 놓았다. 어차피 밖에서 먹어도 맘에 드는 음식을 찾기가 어려우니 잘 된 일이다.
3유로를 내고 세탁기까지 돌려서 뜨거운 햇볕에 널었다. 어제는 빨래를 일찍 했는데도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널어서 저녁까지 잘 마르지 않았는데, 오늘은 볕이 좋으니 개운하게 마를 것 같다.
아직 발목도 아프고, 물집도 그대로다. 차차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참아가면서 카미노 걷기를 마쳐야 하는 것 아닌가 염려스럽다. 다음에 병원을 발견하게 되면 치료를 부탁해 보아야겠다.
예약했던 저녁식사는 감자국이 나와서 오랜만에 국물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돼지고기도 조금 구워 주고. 걷는 동안 항상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