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7일(화)
덕유산 종주를 다녀온 후에 지난주에는 산엘 가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루게 됐다. 그리고 오늘의 산행 목적지는 삼성산과 학우봉을 정했다. 처음엔 삼성산에 가려고 했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삼성산 바로 옆에 학우봉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삼성산에 가는 건 1년 만이다. 일기를 찾아보니 지난해 3월 다녀왔으니까, 1년을 꽉 채워서 다시 가는 셈이다. 그때도 오늘처럼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출발했지만 관악산역이 생기기 전이라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서울대정문까지 가서 관악산 호수공원을 지나 삼성산으로 올라갔었다.
오늘은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관악산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간 다음 물레방아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초행길을 택했다. 아니, 25분 정도의 거리(관악산 일주문에서 1.6km)는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지나던 길이긴 했다.
그렇게 ‘서울둘레길’과 갈라지는 세갈래 이정표가 나왔는데, ‘삼성산’은 없고, ‘삼성산 칼바위 1.6km’란 표시만 있다. 이후에도 ‘삼성산’ 이정표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다행히 주변지리를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삼막사’란 표시만 보고 따라가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삼성산’을 표시한 이정표는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튼, 돌아가지 않는 물레방아 바로 못 미처 있는 돌 깔린 오르막길을 오르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길가에 장승들이 여럿 세워져 있다. 크기가 작아서 장난감 수준이지만 표정을 아주 다양하다.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을 오르니 이내 낙엽 싸인 흙길이다. 서울의 여느 산에 비해 돌이나 바위가 별로 없어서 걷기에 좋다. 그래도 전보다 나무데크 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긴 했다. 하긴 가파르고 미끄러운 경사길을 오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오전 8시33분, 서울둘레길과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있는데, ‘삼성산 칼바위 1.6km’라고만 써있다. 당연히 삼성산 방향이겠지 하면서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간다. 역시 낙엽 싸인 흙길은 걷기 좋다. 나무데크 계단이 자주 나타나긴 하지만, 매일 일부러 계단 오르기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진 않다.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그 위로 희뿌연 해가 떠있다. 흐린 날씨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보는 게 다 뿌옇다.
08시48분, 다시 이정표를 만났는데, 여기도 역시 ‘삼성산’은 없고 ‘삼막사 2.7km’가 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면 될 터다. 여기는 마을주민들이 산책 오는 곳인가, ‘제2야영장’ 등이 표시돼있는데 얼마나 유용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칼바위 조망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역시 뿌옇다. 저 멀리 ’63빌딩’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 저쪽이 여의도 방향이구나!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런 경치를 볼 수 없으니 너무 아쉽다.
‘국기봉’을 지났다. 그런데 아무런 표시가 없으니 장소는 잘 모르겠다. 이정표에 써있던 ‘칼바위’인가? 그런데 왜 칼바위지? 모양이 칼처럼 생겼나, 날카로운 능선인가? 그렇지만 눈으로 봐선 그렇게 생긴 곳을 찾을 수 없다.
09시06분, 동물 닮은 바위 옆을 지났다.그런데 이게 무슨 동물이지?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동물모양인 건 확실하다.
09시08분, 나무에 헝겊을 매달아놨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좀전에도 언뜻 본 것 같기는 한데, 그땐 무심코 지나쳤었다. 분명히 누군가 일부러 매달아놓은 건 확실한데, 오늘따라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지?
09시11분, 또 다시 이정표를 만났는데 가장 중요한 ‘삼성산’ 표시는 역시 없다. 그래도 ‘삼막사’니 ‘장군봉’이니 표시해 놓은 게 있으니 그 방향으로 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좀전에 지나온 국기봉은 ‘돌산 국기봉’인 걸 이정표를 보고 알았다. 그래도 왜 ‘칼바위’인지는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삼막사 이정표만 보면서 걷다가 또 다시 국기봉을 만났다. 그리고 저 멀리 삼성산 정상(그곳에는 안테나가 설치돼있어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이 보인다. 언제 지나쳐온 거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휘날리는 태극기 사진은 찍어야지!
갔던 길을 되돌아오면서 ‘삼막사 0.9km’ 이정표를 만났다. 여전히 ‘삼성산’ 이정표는 없다. 그래도 삼막사 가는 길로 가면 삼성산 가는 길도 찾을 수 있다. 역시 그 방향으로 10분쯤 가니 익숙한 포장도로가 나오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삼막사, 왼쪽으로 가면 삼성산을 오르는 길이 나온다.
포장도로를 몇 십m 지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삼성산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코앞에 정상이 보이는데 길은 한참 돌아가도록 나있다. 그래도 그 길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분명히 능선을 타고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 텐데, 아직은 그 길을 만들지 않았나 보다.
10시 정각, 드디어 삼성산 정상(481m)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곳이 제일 높은 곳은 아니다. 정상석 뒷면에도 “중요시설물 관계로 정상석을 이동해서 세웠다(2012.10.6)”다는 안내문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정상석이 비석처럼 생겼다. 주위와도 별로 어울리진 않는다.
이제 사진도 몇 장 찍었으니 곧바로 하산이다. 내려오다 보니 삼막사 일주문 앞이다. 일주문 옆에는 삼막사(三幕寺)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생략)
바로 옆에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배낭을 내려놓고 코피한잔과 에너지바 하나는 먹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와서 운동하는 사람이 있길래, ‘학우봉 가는 길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는 눈치다.
에너지바를 다 먹고 일어나 삼막사 방향으로 가면서 길을 쓰고 있는 사찰직원에게 다시 ‘학우봉을 아느냐’고 물으니, 어물어물 하면서 화장실을 지나 가면 될 거라고 했다. 그제서야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거기서도 분명 삼막사 화장실 옆길로 간다고 했었다.
이내 화장실 쪽으로 내려섰는데, 거기부터는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확연히 다르다. 조금 걷다 보니 제대로 된 길도 보이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넘나들면서 가야 했다. 그러다가 옆에 길이 보이면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길 반복했다. 한참 걷다가 뒤돌아보니 저 멀리 삼막사가 보인다.
10시53분, 학우봉(368m)에 도착했다.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도 역시 사진 몇 장을 남긴다. 바로 옆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이번에는 커피와 약밥을 먹었다. 어제 집앞 떡집에서 구입한 건데 아직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사람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이 시간에 관악역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제 나도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이정표를 따라 관악역을 찾아가면 된다.
11시49분, 산을 다 내려와서 큰길 가에 있는 이정표에 ‘관악역 0.4km’라고 쓰여있는데, 정작 관악역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걷다 지하도가 보이는데, 역명 표시는 없다. 그래도 이쯤이려니 하고 지하로 내려갔는데 역시 전철역이 아니다. 어디지? 지나가는 사람한테 ‘역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지하도로 길을 건너 밖으로 나왔는데도 전철역은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다가 골목길을 지난 지점에 전철역 엘리베이터가 보이길래 그 방향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2번 환승한 후에 무사히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