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누비길 1구간

by 이흥재

2023년 3월29일(수)


수도권에 지하철이나 자동차를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산들이 꽤 많지만 대부분 여러 번 다녀온 후라, 새로운 산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성남누비길’을 알게 됐다. 하긴, 청계산에 다닐 때도 성남누비길 이정표를 보긴 했지만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었다.


성남누비길은 성남주위를 한바퀴 도는 62.1km 거리의 길로, 7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그렇지만 ‘북한산 둘레길’과 마찬가지로 각 구간의 출발지점과 도착지점 교통편까지 감안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걸으려면 그곳을 오가는 교통편부터 새로 설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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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남누비길 걷기 첫날로, 1구간을 걷기로 했다. 출발지점은 ‘복정동 완충녹지’라고 나와있는데, 여길 찾아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 지하철 8호선 복정역 2번 출구에서 500여m라고 하는데, 첫번째 안내문을 잘못 본 게 문제였다. 분명히 노란색 꺾은 화살표(:) 안에 ‘1구간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는데, 엉뚱한 길을 가리키는 거였다. 직진 화살표를 그려놨어야 하는 건데•••.


잘못된 길을 한참 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네이버 지도를 보고 되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다시 큰길을 따라 조금 가니 출발지점으로 표시된 ‘기와말’ 표지석이 있고, 그 뒤에 ‘성남누비길 가는 길’이 보였다. 표지석 내용을 보니 기와말(瓦谷)은, 먼 옛날 기와 굽던 큰 가마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2005년 ‘복정동 제3차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라 현재 모습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무튼, 처음 오는 길 치곤 크게 헤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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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은 기와말을 출발해서 영장산•불망비를 거쳐 남한산성 남문에 이르는 8.3km 거리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걷는 거리까지 합치면 9km쯤 된다. 누비길은 잠시 마을을 걷다가 이내 영장산으로 올라간다. 이곳에도 드문드문 계단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흙길이어서 걷긴 편하다. 다만, 오늘은 며칠 전에 사뒀던 등산화를 처음 신었더니 엄지발가락 쪽이 꽤 아프다. 태생적으로 발이 넓은 네다가 오래 전에 생긴 ‘무지외반증’ 때문에 혹이 튀어나와 있어서 더 아픈 것 같다. 지난번에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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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산을 오르는 길은 아주 가팔랐다. 그 옆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긴 한데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무작정 영장산 쪽으로 올라갔다. 숨은 차지만 이왕 산행하러 나온 길이니 주저할 필요는 없다. 주위에는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있다. 이제 이곳도 진달래가 만개할 때가 된 거다. 그러나 진달래는 철쭉에 비해 꽃도 덜 화사하고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는 맛은 덜하다. 그렇게 나무계단을 올라 영장산 정상에 도착했는데, 주위에는 운동기구만 놓여있고 ‘영장산’이란 표시는 없다. 다만, ‘성남누비길’ 노선도의 영장산에 ‘현위치’라고만 표시돼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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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정상에 올라왔으니 또 내려가는 길이다. 길은 역시 좋다. 새로 신은 등산화 때문에 발이 아플 뿐이다. 누비길 안내도에는 ‘산성역’을 지나는 걸로 표시돼있지만, 산성역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큰길을 가로지르는 등산육교에서 멀리 산성역이 있었을 테지만, 육교 보호막을 높게 쳐놔서 주위를 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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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폭포 지점에 도착했다. 인공폭포를 설치해놨지만 지금은 물이 없다. 다만 주위에 조각품 몇 점이 설치돼있다. 여기서도 잠시 길을 잃었다. 자세히 보면 찾을 수 있지만 좀더 세심하게 표시해 놓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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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길을 찾아 왼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산기슭에 개나리가 만발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이 진달래와 개나리•벚꽃이 한창일 때다. 역시 개나리를 지나 조금 오르니 이곳엔 벚꽃이 잔뜩 피어있었다. 나무가 커서 가까이 볼 수는 없지만, 고개를 조금만 들면 화사한 벚꽃을 맘껏 볼 수 있다. 축제현장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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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진달래는 보면서 걷다 보니 불망비(不忘碑)에 도착했다. 큰 바위 한면에 세 사람(수어사 서명응[徐命膺], 부윤 홍익필[洪益弼]•이명중[李明中])이 ‘백성을 사랑한 공적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새겼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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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양지동 불망비(城南 陽地洞 不忘碑)

불망비는 바위 앞면을 높이 180cm, 너비 140cm가량 평평하게 다듬고 각각 높이 118cm, 너비 32cm, 두께 3cm 가량인 3기의 비가 남향(南向)해 있는데, 비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좌측 : 府尹李候明中愛恤校民永世不忘
중앙 : 府尹洪候益弼愛恤校民永世不忘
우측 : 守禦使徐公命應愛恤軍民永世不忘

또 불망비가 새겨진 바위 상부에는 다음과 같이 건립연기가 음각돼있다.
日 十 己 後 紀 崇
刻 月 亥 三 元 禎


10시쯤 남문까지 500m 남겨두고 큰 길을 건너 잠시 길가로 걷다가 오른쪽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시16분, 첫번째 스탬프 찍는 곳에 도착했다. 남문 바로 앞에 있으니 오늘 구간을 다 걸은 셈이다. 얼른 스탬프를 찍고 남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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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남문으로 일컫는 지화문은 남한산성에 있는 4대 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선조 때 기록을 보면 동문 남문 수구문을 수축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남문은 인조 2년(1624) 수축되기 이전부터 이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문은 정조 3년(1779) 성곽을 보수할 때 개축하며 ‘지화문(至和門)’으로 이름이 붙여졌으며, 4대문 중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있는 문이다.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처음 남한산성에 들어올 때 이 문을 통과했다”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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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구간을 다 걸었으니 귀가하면 된다. 우선 버스정류장을 찾아 잠시 걸었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정보를 검색하니 9번 버스가 6분 후에 도착한다고 나온다. 다른 노선도 있는 것 같은데 버스가 언제 오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일단 9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잠시 후에 9번 버스가 와서 전철역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버스를 탔는데, 곧장 가지 않고 시내를 너무 돈다. 그런다고 중간에 내릴 수도 없어서 한참 후에 산성역에서 내렸다. 여기서 집까지 멀진 않지만 지하철을 2번이나 갈아타야 해서 좀 번거롭긴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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