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누비길 2구간

by 이흥재

2023년 4월4일(화)


오늘코스 : 지하철 8호선 산성역(52번 버스) ~ 남한산성 남문 ~ 검단산 ~ 만수천 약수터 ~ 망덕산 ~ 이배재고개(등산육교) ~ 연리지 소나무(스탬프) ~ 갈마치고개(도보 1km) ~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누리1 버스) ~ 수인분당선 야탑역


요즘은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4일에 한번 꼴로 성남누비길을 걸으려고 생각했다. 그래도 6구간을 다 걸으려면 한달 이상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그 계획의 첫날 오늘은 2구간을 걷는 날이다.


출발지점은 1구간을 끝냈던 남한산성 남문이지만, 여길 찾아가는 게 만만치 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지하철 8호선 산성역까지 가서 52번 버스를 타는 게 가장 빠른 길인데, 산성역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2번이나 갈아타야 해서 꽤 번거롭다. 그나마 거리가 멀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산성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타고 가려고 했던 52번 버스에 대한 정보가 없다. 아니, 코스도는 붙어있는데, 운행정보가 나타나질 않았다. 급히 핸드폰의 버스앱으로 검색해보니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나온다. 택시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빈 택시도 보이질 않아 그냥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남문으로 가는 9번 버스가 왔지만,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서 그냥 보냈다.


한참 기다리니 52번 버스가 왔다. 다행히 앞자리도 비어있었다. 남문까지 멀진 않지만(약4km), 꼬불꼬불한 길을 버스 타고 올라가니 좀 불편했다.


버스를 내려 2구간 출발지점까지는 금방이다.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비석숲’이 있길래 궁금해서 둘러봤다. 남한산성 행궁(行宮) 주변에 있던 비석들인데, 행궁 복원사업을 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30기나 되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 광주(廣州) 지방관 관련 비석들이고 특이하게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영생불망비(永生不忘碑)’가 2기나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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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을 지나 왼쪽에 출발지점 표시가 있고 나지막한 언덕을 오른다. 남한산성 성벽에 거의 붙어있는 길이다. 흙길인데다가 낙엽까지 쌓여있어서 걷긴 편하다. 다만, 두번째 신는 등산화 때문에 발이 아플까 봐 꽤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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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으로 진달래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그 꽃이 이렇게 진했었나 싶을 만큼. 철쭉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니 이른 철쭉도 드문드문 피어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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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제1옹성’ 곁을 지났다. 남한산성을 여러 번 왔으면서도 처음 보는 구조물이다. 옹성(甕城)은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마치 독을 놓은 것처럼 별도 성벽을 동그랗게 만든 성곽 부대시설로 방어기능을 겸한다고 한다. 제1옹성은 병자호란 직후인 1638년 축성됐으며, 옹성 내부에 장대(將臺)가 설치돼 본성의 수어장대(守禦將臺)와 연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뉴스를 찾아보니 10년 전인 2014년 11월 제1옹성에 대한 발굴조사를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숲길을 계속 걷다가 포장도로로 이어지는 곳에 ‘과거 지뢰매설지역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무시무시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무슨 연유로 이곳에 지뢰를 매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고문까지 보면서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마침 그 바로 옆이 군부대인지 스피커를 통해 군가가 흘러 나오고, 어떤 지점에서는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방송까지 했다. 아마도 AI가 CCTV를 보면서 하는 것 같았다. 경고방송을 들으면서 다시 숲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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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534.7m)에 도착했다. 하남에 있는 검단산(657m)과 같은 이름인데, ‘산’이라곤 하지만 봉우리는 아니다. 그저 평탄한 길을 걸어오다가 ‘검단산’ 표지석을 만났을 뿐이다. 하긴 검단산을 지나면서 내리막길이긴 했다. 옆에 세워져 있는 설명문에 따르면, 청량산(淸凉山, 479.9m)과 함께 광주산맥의 지맥(地脈)으로 남한산성과 연결되는 산줄기를 이루는 산이며, 검단산은 백제 때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이곳에 은거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각처에서 한강을 이용해 한양으로 들어오는 물산이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단속했던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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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안내문을 보니, 검단산 정상에 신남성(新南城)이 있었다고 하며, 남격대(南格臺) 또는 본성과 마주한다는 뜻의 대봉(對峯)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신남성은 남한산성 남쪽 대부분 지역과 수어장대가 한눈에 조망되는 곳으로 병자호란 이전에도 이미 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신남성은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 하나인 군사경관(외성)에 해당한다. 특히 신남성은 원성과 떨어져 있어서, 남한산성은 단일유산이 아닌 연속유산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또한 설명문에는 방어시설인 돈대(墩臺)도 있다고 했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정표를 보면서 잘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낙엽 쌓인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왼쪽 길로 잘못 들어선 거였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역시 오른쪽 길로 가야 했던 거였다. 지도를 이리저리 보면서 한참 만에야 드디어 오늘 코스 중 한 지점인 만수천(萬壽泉) 약수터에 다다랐다. 이렇게 선명한 길이 있는데 왜 못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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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를 구경하면서 숲길을 누비고 망덕산(500.3m)에 도착했다. 이곳도 역시 봉우리는 아니지만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코스 중에 ‘형제봉’도 있었는데 정상석이 없어서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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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재고개’를 지나는데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고개여서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다. 고개를 가로지르는 등산육교가 설치돼있고 양 옆으로는 진달래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 다시 힘이 났다. 아니,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니어서 힘도 많이 소진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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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육교를 건너 오르막 계단 밑에 세워둔 설명문을 보니, 이배재고개는 성남시 상대원동과 광주시 목현동을 연결하는 고개로 절을 2번 하는 고개란 뜻으로 ‘이배재’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옛날 경상도와 충청도의 선비가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이곳에서 도성이 보이는 것을 보고 무사히 한양에 도착했다는 마음으로 임금이 있는 쪽을 향해 한번 절하고, 부모가 계신 고향을 향해 다시 한번 절했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10시22분, 연리지 소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몇 군데서 연리지를 본적이 있지만 이곳처럼 뚜렷한 곳은 없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봤던 스페인의 플라타너스 연리지는 어린 줄기를 묶어 인위적으로 만들었었는데, 여기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모양이 됐지? 연리지 옆에는 성남시 중원구청에서 ‘연리지 사랑의 자물쇠’를 만들어놨지만 산속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서 그런지 몇몇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게 다였다. 이곳에서 2구간의 스탬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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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34분, 성남누비길 2구간 끝지점인 갈마치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직 산속이다. 참 생각 없이 만들어놓은 누비길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인터넷에서 ‘갈마치’에 대해 찾아보니 옛날부터 칡이 많은 곳이어서 갈현(葛峴)이라고 불리게 됐다고도 하고, 옛날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도중에 이곳에서 말에게 물을 먹여 갈증을 풀어주고 다시 길을 떠났다고 해서 갈마치(葛馬治) 또는 갈현(渴峴)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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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을 내려가야 한다. 처음 온 곳이라 주변지리는 모르겠지만 직감으로 산을 타고 내려가니 포장도로가 보인다. 하지만 이곳을 오가는 버스가 없으니 버스 탈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1km쯤 걸어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까지 갔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화장장과 납골당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정류장 옆 주차장에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누리1’ 버스가 왔는데,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분쯤 후에 다른 버스라 올 거라고도 알려줬다. 별 수 있나, 기다려야지!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면서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운전기사에게 가장 가까운 전철역을 물으니 ‘야탑역’이라고 했다.


야탑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개롱역까지 오려면 3번(모란•가락시장• 오금)이나 갈아타야 했다. 그러던 중에 핸드폰에 끼워놓은 신용카드가 없어졌다. 아내명의로 된 카드라서 분실신고 하라고 전화했더니 예배 중이라 다음에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개롱역을 빠져나가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무임승차가 큰 이슈인데, 망신당하는 거 아냐?


개롱역에 도착해 안내센터로 가서 “야탑역에서 탔는데 도중에 신용카드를 분실했다”고 했더니, 너무 싱겁게도 쪽문을 열고 나가라고 한다. 어휴, 다행이다. 그리고, ‘역무원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잃어버린 신용카드는 분실신고 해서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것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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