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년 4월8일(토)
오늘코스 : 개롱역~ 오금역~ 수서역~ 야탑역 2번 출구에서 ‘누리1’ 버스~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 도보 1km ~ 갈마치고개(3구간 출발지점)~ 영장산~ 태재고개, 도보 1.3km~ 분당요한성당 버스정류장, 17번 버스~ 수내역~ 수서역~ 오금역~ 개롱역~ 귀가
오늘은 ‘성남누비길’ 걷기 세번째 날, 갈마치고개에서 영장산을 지나 태재고개까지 9.7km를 걷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지점인 갈마치고개로 가는 길과 도착지점인 태재고개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은 거리를 합하면 2.5km쯤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개롱역에서 지하철 기다린 시간 11분과, 야탑역에서 버스 기다린 시간은 합하면 30분이나 된다. 거기다 지하철과 버스를 탄 시간까지 감안하면 성남누비길을 걸은 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걸린 것 같다.
아무튼, 야탑역에서 한참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성남시영생관리사업소에서 내려 가파른 포장도로를 1km쯤 걸어 3구간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다고 휴식할 시간은 없다. 가파른 산길을 바로 올라갔다. 다행히 흙길에 낙엽까지 쌓여있어서 발바닥은 편하다. 그래도 가파른 경사와 가끔 만나는 계단은 숨을 헐떡이게 한다.
그렇지만 길가에 피어있는 때늦은 진달래꽃(철쭉인지도 모르겠다)을 보고 있으면 조금 더 기운이 난다. 이정표를 보니 갈마치고개에서 영장산까지는 3.8km쯤 된다.
08시28분, 산속에서 간이천막을 발견했다. 장사하는 곳인가? 자세히 보니 ‘고불산 대피소’라고 써있다. 어느 산악회에서 설치해 놓은 거였다. 입구가 열려있어서 안을 들여다보니 나무탁자까지 갖다 놨다. 그렇지만 이곳이 대피할 만한 곳인가 싶긴 하다. 만약 대피상황이라면 가까운 도로를 찾아 빨리 내려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긴 더운 여름에 잠시 땀을 식히는 데는 제격일 것 같긴 하다.
등산로 옆에 ‘등산객의 안전과 살림보호를 위해 산악자전거와 오토바이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나 보다. 하긴 길 상태가 산악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기에도 괜찮은 것 같긴 하다.
09시07분, ‘조망쉼터’에 도착했다. 그림에는 관악산과 북한산도봉산까지 그려놨는데, 나무와 먼지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저쪽에 그 산들이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지나친다.
곳곳에 나무에다 ‘성남누비길’ 표지판을 설치해놨는데, 나무가 자라는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며 산길을 걸어간다.
09시32분, 영장산(靈長山 413.5m)에 도착했다. 곳곳에 나무벤치를 설치해놓아서 먼저 온 몇몇 사람들이 휴식하고 있었다. 옆에 세워놓은 안내문을 보니, “영장산은 원래 ‘매지봉’ '맹산’이라고 불렀다. 옛날에 잘 훈련된 매를 이용해 산 정상에서 매사냥 한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도 하고, 천지가 개벽할 때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겼는데 매 한 마리가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남았으므로 그렇게 불렀다”고 전해진단다. 그런데 왜 영장산이라고 하지? 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쉬지는 않고 사진만 찍은 후에 다시 걷는다. 9시35분, 돌탑을 쌓고 가운데 태극기까지 꽂아놨는데, 주위에 나무들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곳부터 급경사 내리막 계단이다.
‘영장산길’ 안내문을 보면 도착지점인 ‘태재고개’ 전에 거북터, 곧은골 고개, 새마을고개 등을 지나는 것으로 돼있는데, 표지판이 없으니 어디인지 잘 모르고 지나쳤다.
등산로 중간에 나무막대를 세워놓은 곳이 있다. 보통은 차량통행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무얼 막으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사람 말고는 기껏해야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닐 텐데, 이 정도 틈이면 문제없이 다닐 수 있다. 그럼 왜 박아놨지?
태재고개를 2km쯤 남겨둔 지점에 나무탁자가 설치돼있어서 좀 이른 점심을 먹었다. 어제 사다 놓은 햄버거와 오렌지, 따뜻한 커피가 메뉴다. 주위에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었는데, 휴식을 끝낸 후 이내 떠나고 강아지와 산책 나온 여자가 열심히 강아지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11시19분, 태재고개 등산육교에 도착했다. 다른 곳과 달리 멋진 타원형 아치가 설치돼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 과잉투자 아닌가 괜한 생각을 했다. 여기가 3구간 끝지점인데,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영장산에 대한 안내문이 여기에 설치돼있었다. “영장산은 백제 온조왕이 건국 이후 하남위례성에 이도(移都)하고 일대를 돌아본 결과 영장산이 아름다워 자주 사냥 나왔다고 하며, 온조왕의 선정(善政)이 영원하게 해 달라는 주문의 성령장천(聖靈長千)이란 말이 전해오는 천하의 명산이다. <정감록>에는 ‘영장산하사십팔대장상지지(靈長山下四十八代將相之地)’란 구절이 전해온다는 천하명당 길지로 소문난 산이다.” 조그만 산에 너무 거창한 내용이다.
태재고개는 한양으로 가는 큰 고개로 태현(太峴)이라고도 불리며, 성남시 분당동과 광주시 신현리 사이에 있다.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여러 고개 중 가장 험준했다.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조선 후기 관암[冠巖] 홍경모 [洪敬謨]가 편찬한 경기도 광주의 읍지[邑誌])에 태재는 군사요새지로 남한산성을 방어하는데 큰 몫을 하게 됐다고 기록돼있다.
태재고개에서 다시 조그만 산을 넘으면 큰길 육교가 다시 나오고, 그 건너에 먼지털이개가 설치돼있어서 산길을 걸으며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나중에 알고 보니 방향을 잘못 잡았다. 육교를 건너 왼쪽으로 갔다면 300~40m만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을 거였다.
그런데 오른쪽 길을 택했다. 걷다 보니 아무래도 사전에 지도에서 봤던 지형이 아니다. 분명히 300m 남짓만 걸으면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했었는데 한참 걸어도 큰길 뿐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여자에게 물었더니 조금 가다가 길을 건너라고 했다. 걷다 보니 조금이 아니다. 한참 걸어 ‘분당성요한성당’ 앞에 건널목이 있어서 그걸 건너면 된다는 줄 알았다. 옆에 버스정류장도 있었다. 붙여놓은 코스를 보니 아무 버스를 타든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첫번째 버스가 왔길래 운전기사에게 지하철역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정신 나간 소리하네’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버스를 그냥 보냈다.
그럼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지? 알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성당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마침 전화하고 있는 사람한테 물었더니 큰길을 건너서 조금 내려가면 된다고 했다. 그때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뛰어서 길을 건넜다. 다시 조금 걸어서 내려가니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제일 먼저 1500번 버스가 왔다. 그런데 ‘만석’이라면서 그냥 가버렸다. 좌석버스였다. 다니는 버스는 많으니 다른 버스를 기다리면 되지, 뭐! 잠시 후에 17번 버스가 왔길래 지하철역 가느냐고 물어보고 올라 탔다. 처음엔 서현역에 내리려고 했었는데, 수내역에 먼저 정차하길래 바로 내렸다.
집까지 오려면 또 다시 2번(수서역, 오금역) 갈아타야 한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성남누비길을 다 걸으려면 앞으로 4번 더 가야 하는데, 오늘 같은 일이 반복될 게 뻔하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