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7일 (토)
오늘 산행목적지는 수락산이다. 일기를 찾아보니 지난해 4월에 다녀왔으니까 1년이 훌쩍 지났다. 서울근교에 많은 산들이 있지만 거의 매주 산행을 하다보니 같은 산을 자주 갈 수밖에 없는데, 조금이라도 새로운 곳을 찾느라고 되도록이면 다른 곳을 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아주 낮은 산에 가는 건 별로 성에 차지 않으니, 가볼 만한 산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관악산(631m), 검단산(653), 남한산(522), 도봉산(740), 북한산 (837), 불암산(508), 사패산(552), 삼성산(481), 서리산(832), 수락산(638), 예봉산(683), 용마봉(348), 천마산(812), 청계산(과천, 616), 청계산(양평, 656), 축령산(886). 여기다 서울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 한양도성길 등이 추가된다.
아무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수락산역으로 향한다. 토요일에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지하철에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좋다.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탔을 때도 사람이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락산역에 도착하니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다. 날씨도 적당히 흐르니 산행하기엔 아주 좋다. 10분쯤 걸어 산행초입에 도착했는데, 부지런한 상인들이 벌써 좌판을 펼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먹거리는 다 싸 갖고 갔으니 따로 살 건 없다.
수락산 등산초입은 왼쪽에 나무데크 길이 설치돼있고 오른쪽에 좁은 차도가 있는데, 지금 한창 포장공사 중이었다. 아직은 바닥을 고르는 중이어서 언제 아스팔트를 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오랜만에 절(念佛寺)에도 한번 들러볼까 했는데, 절 입구까지 아스팔트 포장을 위한 역청을 뿌려놓아서 갈 순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휴일이어서인지 산에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조그만 다리를 통해 계곡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데, 장마철이어서인지 계곡 물소리가 아주 시원하게 들린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비 오는 날은 올 수 없겠구나! 당연한 거겠지만.
이정표를 보면 수락산역에서 수락산 정상까지는 3.2km쯤 된다. 그러니까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렇지만 여느 서울 산들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깔딱고개’가 있어서 오르는 게 만만치 않다. 흐린 날이라 기온이 별로 높진 않을 것 같은데도 땀이 많이 난다.
정상까지 가려면 가파른 돌계단은 물론, 바위도 지나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가드레일을 만들어놔서 어렵게라도 올라갈 순 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정신을 팔면 헛디딜 수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매사 조심해야만 한다.
09시05분, 엄지바위(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까지 올랐는데,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나도 한장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도 요즘은 산행하면서 간간이 사진을 몇 장씩 찍는 편이다. 사진이 잘못 나올 때가 많아서 안 찍었었는데, 잘 찍힌 사진을 보면 기분은 좋다.
09시22분, 드디어 정상 도착. 역시 사람들이 많다. 다들 정상석에서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락산에는 정상석이 2개 있다. 전에 바위 사이에 끼워놓은 정상석이 있었는데, 누군가 일부러 치워버렸다. 그래서 다른 정상목을 설치했는데, 나중에 정상석을 찾아서 원위치 시켜놨지만 나중에 세운 정상목도 그대로 있다. 그런데 바위에 끼워놓은 원래의 꺼내 입기도 했다.
짐을 챙겨서 하산을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수락산 하산길은 장암역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에서 장암역까지는 2.6km다. 그렇지만 그대로 믿긴 어렵다. 여러 곳에 세워진 이정표 숫자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10시22분, 석림사(石林寺)까지 내려왔다. 석림사의 옛 이름 석림암(石林庵)은 반남 박씨 재궁절이었으며,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이 이름 지었다고 한다. 1745년(영조21) 7월 을축(乙丑) 대홍수 때 유실됐던 것을 새로 지으면서 ‘석림사’라 했지만, 한국전쟁 때 또 다시 전소됐는데, 여러 번의 불사(佛事)를 거쳐 2000년 ‘큰법당’을 완공하고 이듬해 전통사찰로 등록했다고 한다. 다른 절처럼 ‘대웅전’이나 ‘대웅보전’이라고 하지 않고 ‘큰법당’이라고 한 게 특이했다. 게다가 2층 건물 중 아래층은 사무실로 쓰고 2층에 법당이 있었다.
석림사 일주문을 지나 노강서원(鷺江書院)에 다다랐는데, 문이 열려있다. 이곳을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매번 대문만 보고 지나쳤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기는 처음이다. 마당으로 들어가니 정면에 단청된 아담한 노강서원이 있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양 옆으로는 단청 없는 한옥이 한 채씩 있었는데, 용도는 잘 모르겠다.
노강서원은 1689년(숙종15) 인현왕후의 폐위가 부당하다고 간언하다 죽음을 당한 박태보(朴泰輔)의 뜻을 기리기 위해 1695년(숙종21) 노량진에 건립했는데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1969년 이곳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박세당이나 박태보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어서 별 흥미는 없지만 서당 자체가 너무 멋져 보이긴 했다.
다시 1km 정도 걸어서 장암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느라고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탔다. 이곳은 종점이어서 충분히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군자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탄 후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천호역까지 몇 정거장을 서서 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