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도봉산, Y계곡 올라 신선대까지

by 이흥재

2023년 7월27일(목)


지난주에 도봉산엘 다녀온 후로 너무 더워서 앞으로 한달 정도는 산엘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게다가 1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할 거란 일기예보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비로 인해 기온이 낮아질 거란 전망도 함께 있어서 비만 피할 수 있다면 산에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산엘 가기로 결정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낮에 소나기가 내릴 거란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 출발시간에만 비가 오지 않으면 떠나기로 했다. 대신 만약을 대비해서 판초우의와 우산을 챙겼다.


오늘 산행코스는 지난주에 잠시 다녀온 ‘은석암’을 지나 포대능선과 Y계곡을 올라 신선대로 가는 루트로 정했다. 마침 어제, 유튜브에서 같은 코스로 산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말하길, 은석암까지는 무난해도 은석암을 지나면서부터 아주 힘들다고 했다. 많이 덥지만 않다면 힘든 거야 견딜 수 있겠지, 그렇게 맘 먹고 출발한 거였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더웠다. 아침 기온이 30도 되지 않아 그리 높진 않았는데도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740m)까지 거리가 이정표마다 달랐다. 물론, 위험하기 때문에 자운봉엔 올라갈 수 없지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신선대(726m)에 오를 예정이어서 그곳까지의 거리도 같다고 보면 된다. 처음 만난 이정표에는 도봉탐방지원센터까지 0.8km, 자운봉까지 3.2km라고 돼있었다. 더하면,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자운봉까지는 정확하게 4.0km가 된다. 그런데 5분쯤 지나 있는 두번째 이정표에는 같은 구간 거리가 3.3km다. 평지에서는 0.7km가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산길에서는 꽤 먼 거리다. 그 후에 만난 이정표에서도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자운봉까지 거리가 3.3km로 나와있는 걸 보면 그 정도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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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43분, 은석암에 도착했다. 입구에 배낭을 벗어놓고 맨몸으로 올라가 지난주 봤던 풍경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시원한 물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종무소와 나란히 있는 대웅전도 확인했다. 건물이 너무 작아서 이런 곳에 어떻게 대웅전을 차렸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안엘 들여다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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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은석암까지 올랐는데 티셔츠는 벌써 땀에 젖어 물이 흐를 지경이다. 그래도 시원한 물을 마시고 바람도 조금 불어오니 견딜 만했다.


힘겹게 올라갔던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와 입구에 벗어둔 배낭을 메고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물론,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가파른 산길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올라가면 못 갈 것도 없다. 아니, 안 가면 어쩔 건가?


그런데 오르는 길이 점점 힘들어진다. 이젠 가파른 정도를 지나 아예 거의 수직인 바위를 오른다. 다행히 양옆에 쇠말뚝을 박아놨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풀리면 바로 미끄러질 수 있다. 그러니 두 손과 두 발에 힘을 꽉 주고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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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58분, 포대능선(砲隊稜線) 전망대에 올랐다. 계단에 앉아 커피 한잔과 복숭아 몇 조각을 먹고 있는데, 부부인 듯한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자리를 편다. 그들도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망대 주위를 돌면서 사진 몇 장 찍고는 Y계곡으로 향했다.


Y계곡은 어쩌면 도봉산 산행에서 가장 위험한 코스일 수 있다. 내려가고 올라가는 길이 온통 바위 뿐이라 버틸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그래서 옆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아직은 도전해볼 만하다. 가드레일을 잡고 천천히 한발한발 디디면서 내려간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가드레일을 설치한 사람들도 대단하다. 이렇게 오르내리기도 힘든데, 어떻게 설치했을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힘들게 내려갔지만 이내 가파른 바위를 다시 올라야 한다. 땀도 많이 나고 숨도 가프다. 그래도 10분 남짓 걸려 무사히 Y계곡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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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계곡을 지나고 나면 왼쪽에 자운봉, 오른쪽에 신선대가 나타난다. 다행히 조금 전까지 자욱했던 구름이 많이 걷혔다. 점심쯤에 비가 올 거란 예보도 맞지 않았다. 날씨가 덥긴 해도 산행에서 비를 만나는 게 좋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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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30분, 가파른 데크계단과 바위를 올라 신선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여자한테 부탁해서 신선대 정상목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인증사진도 한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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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서 300m쯤 내려온 곳에 있는 ‘선인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까운 곳에 신선이 도를 닦는 바위란 선인봉(仙人峰, 718m)이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산을 내려오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산에 오면서 물도 챙겨오지 않았다구? 하긴 나도 물은 없다. 대신 커피만 있다고 했더니 그거라고 조금 주면 좋겠다고 해서 한잔 따라줬다.

커피를 마시면 갈증이 더 날 수도 있다고 했더니, 괜찮다면서 받아 마셨다.


내려오는 길에 마당바위를 지나 승락사(勝樂寺)에 잠시 들렀다. 그런데 자주 다니던 길인데도 절 이름이 낯설다. 이름이 바뀐 건가? 아니, 처음 올라가 보는 건가? 역시 산속이라 절터는 매우 좁다. 극락전(極樂殿)을 중심으로 범종각과 산신각이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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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락사를 나와 하산을 계속했다. 왼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계곡 주위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고 혼자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여기까지 오는 것보다 집에서 지내는 게 더 시원하지 않나? 계곡에 있는 동안은 시원할지 몰라고 오가면서 다시 땀 날 텐데. 암튼, 나는 계곡을 찾는 것보다는 집에서 지내는 걸 더 선호한다. 오랜만에 금강암(金剛庵)에도 잠시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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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터 못 미처 계곡에 ‘고산앙지(高山仰止)’라고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고산앙지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문구로, ‘높은 산을 우러러 사모한다’는 의미라고 하며, 1700년(숙종26) 김수증(金壽增)이 조광조(趙光祖)의 덕을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으로 새긴 것으로 추측된다는 설명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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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터는 여전히 풀밭이다. 앞에 세워놓은 안내문에 따르면, 도봉구에서 10여년 동안 3차에 걸쳐 발굴조사를 완료하고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라는데 그게 2년전(2021.8월)이다.


김수영의 ‘풀’ 시비(詩碑)와 이병주의 ‘북한산 찬가(北漢山 讚歌)’ 기념비도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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