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17일(목)
이번주 산행은 소요산엘 가기로 했다. 그리고 엊그제(화요일)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떠나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공휴일에는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세팅해 놓았던 것인데, 화요일이 마침 광복절이라 휴일이었다. 그럼 언제 가지?
어제는 손자가 학교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해 강습 중인 수영하는 모습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산엘 갈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소요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사전에 확인해본 바로는 전철을 2번(군자도봉산) 갈아타고 소요산역에서 내려 등산로를 따라가면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봉산역에 내려 1호선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소요산역 바로 전인 동두천역이 종점인 전철만 계속 왔다.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소요산행 열차를 기다리느니 동두천역에서 내려 올라가도 되겠지 하면서 그냥 전철을 탔다.
그리고 2시간 가까이 지나 동두천역에 내렸는데, 어디로 가야 소요산엘 올라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나가는 동네주민이 알려준 대로 올라가봤지만 산길을 찾지 못해 다시 큰길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또 물어보니 소요산역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걸어갈까 생각했지만 버스로 3~4 정류장을 가야 한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갔다.
소요산역 버스정류장에 내렸는데도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모르겠다. 지도에서 보기로는 분명히 꽤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고 나오는데, 그 길이 보이지 않는 거다. 돌아다니다 보니 ‘소요 별&숲 테마파크’로 올라갔고, 그곳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내려가보라고 했다.
그렇게 5분쯤 가다 보니 드디어 소요산 등산로 입구를 찾았다. 그리고 조금 가다 소방관을 만나 재차 확인했다. 이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되겠거니 하면서.
조금 더 가다 보니 ‘소요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였다. 그곳에서 거리표를 보니 ‘관광지원센터~ 일주문(1.5km)~ 갈림길(0.1)~ 자재암(0.45)~ 갈림길~ 선녀탕입구(0.35)~ 갈림길(0.6)~ 선녀탕 하산로(0.3)~ 나한대(0.3)~ 의상대 (0.2)~ 샘터 하산로(0.75)~ 샘터(0.6)~ 구절터(0.4)~ 갈림길(0.3)~ 일주문(0.1)~ 관광지원센터(1.5)’로 돌아오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자재암 불교문화유산 안내소’와 ‘자재암(自在庵) 일주문’을 지나고 양쪽에 폭포가 있는 ‘원효굴’을 거친 후, 108계단과 금강문(金剛門)까지 지나 30분을 걸어 자재암에 도착했다.
자재암에서도 잠시 폭포를 구경하고 왼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올랐는데, 젊은 여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1시간 동안 올라갔었는데, 길을 찾지 못했다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게 물었다. 나도 초행인데 알 수 있나? 그래서 자재암으로 다시 내려와 일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물었더니 그쪽으로 올라가는 게 맞다고 했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이번에는 젊은 여자가 올라갔다 왔다는 방향과 조금 다르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도 길이 없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제대로 된 길을 모르겠으니 방향만 보면서 계속 올라갔다. 간간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은 보이고, ‘산악회’ 리본까지 달아놓았는데 길이 없다니! 아무튼 능선까지 올라가면 길을 찾을 수 있겠거니 하면서 길을 만들면서 계속 올라갔다.
나 혼자면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겠는데, 젊은 여자가 너무 힘들어해서 조금씩 오르면서 보조를 맞췄다. 여자가 짐이 되는 것 같다면서 미안해 했지만,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산행하는 게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고 딱히 급할 것도 없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그럭저럭 조금씩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여자가 오르기에 조금 벅찬 바위를 만났다. 바위 위 공간이 좁으니 내가 딱히 도와주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나무그루터기를 밟고 위에 있는 나무를 잡으면서 올라오라고 코치하고 있었는데, 다 올라온 여자가 갑자기 휘청 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다가 다행히 나무에 기대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만약 거기서 미끄러졌다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게다가 제대로 된 길도 이정표도 없는 곳으로 올라왔으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지점이었다.
그런 사고를 겪다 보니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더욱 더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올라가는 걸 멈출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내려가는 건 더 위험해 보였다. 그러니 어떻게든 능선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조금 올라가다가, 내가 먼저 올라가 길을 확보하고 내려오려고 한참 올라가도 능선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혼자 너무 멀리 가버리면 뒤따라 올라오는 여자가 너무 무서워할 것 같아 조금 올라가다 쉬기도 하고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도 반복했다.
기진맥진해서 올라가니 드디어 능선이 나타나고 이정표도 있었다. 소요산 최고봉인 의상대까지는 200m가 남은 지점이었다. 일단 잠시 쉬면서 내가 싸 갖고 간 파프리카와 시원한 커피를 나눠 마셨다. 여자도 너무 힘들어했지만 이제 위험한 구간을 얼마간 지났으니 다시 힘을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11시27분, 드디어 내가 먼저 소요산 주봉인 의상대(587m)에 도착했다. 자재암을 떠날 때 늦어도 11시쯤엔 의상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험한 길로 올라오느라고 30분쯤 지체된 시간이었다. 정상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자재암을 창건한 신라 원효(元曉)의 수행동반자인 의상 (義湘)을 기려 ‘의상대’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5분쯤 후에 여자도 정상에 도착했고, 정상석 옆에서 서로 인증사진을 찍어줬다. 그런데 그때부터 햇볕이 너무 뜨거웠다. 하긴 그 전에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있긴 했다.
시간도 꽤 많이 지났으니 그늘에 있는 계단에 앉아 점심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그 여자는 오로지 사탕 몇 개와 물만 갖고 왔지만, 난 늘 점심과 간식을 갖고 다녔기 때문에 내걸 나눠먹기로 했다. 아침에 떡집에서 산약밥도 반으로 나누고, 파프리카와 체리도 함께 먹었다. 식후에는 시원한 커피도 나눠 마셨다. 그런데, 여자는 커피가 너무 맛있다면서 감탄했다. 그러면서 무슨 커피인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나도 당장은 알 수 없어 나중에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렇지만 여자는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어쩔 수 없이 앞장서 내려가다 기다리다를 반복했다. 한참 내려오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계곡 옆에 자리를 깔고 쉬고 있었다. 산행 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계곡으로 피서를 온 사람들은 꽤 있었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산행하는 동안 이렇게 발을 담가보긴 처음이었다. 손을 씻을 땐 그저 차갑다고만 느꼈는데, 발을 담그고 잠시 있으니 얼음물마냥 차가워 땀이 마를 지경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점점 쉬워졌다. 여자는 함께 다녀준 것과 먹을 걸 나눠준 게 고맙다면서 내려가면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 여자는 경기 광주의 치과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였는데, 매주 목요일이 휴일이고 최근에 ‘100대 명산’ 정복을 시작했다면서 이번이 네번째 산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광주에서 이곳까지 차를 갖고 왔다. 그래서 주차장까지 함께 걸어와 차를 타고 카페를 찾아 이동했다.
네비게이션으로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았더니 놀이시설에 있는 카페였다. 카페 옆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뜨거운 햇볕을 피해 서둘러 카페로 들어갔다. 나는 처음 마셔보는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여자는 스무디를 마셨다. 산행하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카페에서 새로운 대화는 별로 없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와 여자는 나를 동두천역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갔다. 나도 동두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2번 환승 한 후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