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23일(토)
이왕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했으니 서둘러서 올해 안으로 완주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1코스부터 걷기로 했다. 수락산과 불암산 자락을 지나기 때문에 수락불암산코스라고도 한다. 전체 길이는 18.6km지만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덕릉고개 쪽으로 가지 않고 당고개역을 지나 철쭉동산으로 바로 가면 4km 이상 단축된다. 어차피 두번째 스탬프 찍는 곳이 철쭉동산에 있으니 오늘은 빠른 길로 가기로 했다.
1코스 출발지점인 서울창포원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역까지 가야 한다. 아니, 공식적인 출발지점은 ‘도봉산역’이다.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도봉산역에서 내려 첫번째 스탬프가 있는 서울창포원으로 가서 스탬프를 찍고 본격적인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서울창포원을 나와 중랑천변을 따라 잠시 걷다가 다리(상도교)를 건너고 왼쪽에 있는 인공개울을 지나 동부간선도로의 고가교를 건너면 둘레길은 본격적으로 산으로 접어든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를 보니 도봉산역에서 당고개공원 갈림길까지는 6.3km다. 산길이라고 해도 2시간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길에는 벌써 낙엽이 많이 떨어져있다. 기온도 20도가 되지 않아서 매우 쌀쌀한 편이다. 오늘도 반팔 티셔츠를 입었지만 며칠 전에 비해 팔이 시릴 정도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날 거란 예상에 챙겨간 윈드재킷을 꺼내 입진 않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오늘도 계단이 먼저 반긴다. 그래도 지금은 초반이니 힘들 건 없다. 계단 오르기가 귀찮거나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빨리 지칠 것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주문하며 한걸음씩 올라간다. 그러다 내리막길 계단을 만나면 좀더 조심하게 된다. 오를 때는 힘든 것만 참으면 되지만 내려가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실수로 무릎이나 발목에 이상이 생기면 오랫동안 산엘 갈 수 없으니 매사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수락산 자락을 걷다 보니 곳곳에 ‘수락산 정상’ 이정표가 보이지만 오늘은 목적지가 다르니 무시하고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중도에 지치기라도 하면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면 된다. 그래서 지하철역을 안내하는 이정표도 자주 눈에 띈다. 그래도 오늘의 목적지는 일단 화랑대역이다.
계단도 많고 돌길도 있지만 흙길도 꽤 있어서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그리고 이왕 힘들게 산행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불평을 하다 보면 2배로 피곤해질 수 있으니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걷기로 한다.
09시42분, 1970년대까지 토목공사를 위해 수락산 바위를 채석(採石)했다는 ‘채석장터’를 지나, 도봉산역에서 6.3km 거리에 있는 당고개공원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덕릉고개를 지나 철쭉동산까지 5.4km 거리고, 오른쪽으로 가면 0.5km 거리에 있는 당고개공원과 그 옆에 있는 당고개역을 지나 역시 철쭉동산으로 갈 수 있다. 앞서 가던 사람들은 왼쪽으로 향하는데, 나는 당고개역 쪽으로 내려갔다. 이정표를 보니 갈림길에서 당고개역까지는 0.7km다.
10시06분,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철쭉동산에 도착했다. 당고개역에서 500m 거리에 있다.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는 1.2km다. 그러니 덕릉고개로 우회하면 4.2km를 거 걷는 셈이다. 그러니 오늘은 4.2km를 덜 걸었다.
오늘도 도토리나 밤을 줍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물론 쓸모가 있어서 줍는 것이겠지만, 그 옆에는 ‘산림 내 임산물 채취금지’란 프랑카드가 걸려있었다. 내용을 보니 “산림 내 밤버섯도토리 등을 무단으로 채취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중한 범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심하게 좁고 있으니 간이 큰 건가? 설마, 이 정도 가지고 처벌이야 하겠어?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10시57분, ‘불암문고’가 설치돼있는 휴식장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무벤치와 테이블이 있어서 쉬어가기엔 좋은 곳인데, 개방형 문고에서 책을 꺼내 읽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에서 산길을 다니다 보면 여러 곳에서 이런 산중문고를 설치해놓은 걸 봤는데, 얼마나 이용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산속에 와서 굳이 독서하는 사람도 별로 없겠거니와 조그만 문고 안에 있는 몇 권의 책 중에서 골라 읽을 게 있을까? 오늘도 문고 안을 들여다보진 않았다.
철쭉동산에서 3.4km 지나온 지점, 백사마을 산속에 배구장인지 배드민턴장인지가 설치돼있는데, 바닥에는 풀이 무성하다. 이런 곳에 있는 시설을 누군가 사용하기나 한 건가? 돌아다니다 보면 돈을 허투루 쓴 현장들이 참 많다. 여가서 오늘의 목적지인 화랑대역까지는 3.5km였다. 그러니까, 이정표를 기준으로 도봉산역에서 당고개공원 갈림길까지 6.3km, 갈림길에서 철쭉동산까지는 1.2km, 다시 철쭉동산에서 화랑대역까지 6.9km이니 오늘 걷는 거리는 대략 14.4km 정도 되는 셈이다. 시간으로는 4시간쯤 걸린다.
11시43분, 산을 내려와 ‘공릉산 백세문(孔陵山 百歲門)’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자동차도로를 따라 걷는다. 그렇지만 일요일이어서인지 차들이 많지 않고 보도는 나무그늘이 있어 햇볕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산을 내려오면서 준비한 선글라스도 필요 없게 됐다.
11시56분, 드디어 세번째 스탬프가 있는 화랑대역에 도착했다. 전에는 이곳에 2코스의 첫번째 스탬프도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나 보다. 뭐, 어차피 다음에 걸으면서 찍으면 되니까 상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