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 광나루역~수서역

by 이흥재

2023년 10월7일(토)


지난 달부터 예정에 없던 ‘서울둘레길’을 걷게 된 동기는 ‘JTBC 트레일서울’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주최측에서 안내하는 대로 앱을 다운로드 하고 참가신청 한 後 참가기념품으로 생수 1병까지는 받았는데, 그 후로 진행하는 방법은 뭔지 잘 모르겠어서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왕 걷기 시작했으니, 완주하기 위해 오늘은 3코스를 걷는다.


서울둘레길 3코스는 고덕•일자산 코스라고도 하며, 광나루역에서 수서역까지 25.6km로 두 번에 나눠 걷는 8코스(33.7km)를 제외하면 제일 긴 거리의 코스다. 그러니까 하루에 걷는 거리가 제일 긴 셈이다. 그래도 밋밋한 두 산을 지나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또 하나 3코스가 유리한 점은 광나루역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도 평소 산에 갈 때처럼 5시45분에 알람을 맞춰놨다. 평상시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식사할 일이 없지만, 산에 갈 때 공복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억지로라도 먹어야만 한다.


집을 나선 시간은 6시15분쯤. 광나루역까지는 총 소요시간이 30분 이내이니 역에 도착했을 때는 7시가 채 되기 전이다. 그래도 날은 밝아있으니 그대로 출발이다.


첫번째 스탬프가 있는 광진교 북단으로 가기 위해서는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와 차도를 건넌 後 왼쪽으로 가다 광진구민 체육센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곳에 시립서울천문대도 있었다. 아, 그래서 커다란 구형 구조물이 있었구나! 그런데 그 용도가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땐 무심코 지나쳤으니까.

20231007_065355.jpg

체육센터를 끼고 돌면 큰 길가에 ‘광나루’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광나루는 광장동에 있던 도선장(渡船場)으로 강폭이 넓은 곳에 나루가 있어서 얻어진 이름이며, ‘너븐나루’라고도 했다. 옛날 강원•충청•경기 등의 곡류와 목재 등의 운송길로 이용했으며, 행인과 상인이 한양으로 들어가는 교통요충지로써 고려 때 이것에 수참(水站)을 설치했고 조선 때는 좌수참을 두어 별감(別監)을 파견, 세곡(稅穀)을 관리•감독하고 범죄자 등의 출입을 감시케 했다. 1936년 광진교가 세워지면서 나루터로서의 기능을 잃게 됐다.”

20231007_065618.jpg

광진교 북단에 설치된 첫번째 스탬프를 찍고 광진교를 건너는데, ‘광진교 유래’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광진교(廣津橋)는 1936년 준공된, 서울에서 한강을 건너는 두번째(첫번째는 한강대교[1917년]) 오래된 다리다. 6.25 전쟁 때 북한군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됐다가 1952년 미군에 의해 복구됐지만, 1994년 홍수피해 등으로 인해 철거됐고 2003년부터 2009년에 걸쳐 다시 지어졌다.”


광진교를 건너면서 오른쪽을 보면 천호대교와 함께 롯데월드타워와 올림픽대교 주탑, 테크노마트 등이 나란히 보이는 풍경이 볼 만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량난간을 높게 설치해 놓아서 사진 찍기엔 좀 불편하다.

20231007_070541.jpg

서울둘레길은 광진교 남단 조금 못 미처(광나루역에서 1.5km 지점) 오른쪽으로 내려가 한강둔치 길로 이어진다. 그곳엔 이른 시간인데도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고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운동장에서는 여럿이 모여 달리기 훈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정표를 보니 광나루역에서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고덕역까지는 9.3km다.


둘레길은 자전거길과 나란히 있는 보도를 따라 한강 상류 방향으로 나있다. 평지인데다 아직은 초반이라 걷기 좋다. 날씨도 춥거나 덥지 않아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광나루역 3.2k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올림픽대로 아래를 지나는 지하보도를 건너 암사동 유적지 방향으로 향한다. 계속 포장도로만 걸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서서히 아파온다. 아니, 그보다 엄지발가락 쪽이 물집이라도 생긴 것처럼 욱신거린다. 그래도 마땅히 쉬어갈 곳이 없으니 참으면서 계속 걷는다.


암사동 유적지 앞에 도착했는데, 역시 안내문이 붙어있다. “암사동 유적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인해 처음 알려졌고, 여러 차례 발굴조사를 거쳐 50여 기의 신석기시대 집터와 3개의 문화층을 확인했다. 신석기 문화층 연대측정으로 약 6천년 전 유적으로 밝혀졌다.” 매표소는 문이 닫혀있고 출입구 문은 활짝 열려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토요일이어서인지를 알 수 없지만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긴 입장료가 500원이니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걷기 위해 나온 날이어서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둘레길을 계속 걸었다.

20231007_075012.jpg

광나루역 3.7km 지점에서 산길이 시작됐다. 이곳에도 물론 계단이 있긴 하지만 높은 곳이 아니어서 조금만 힘을 내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곳곳에 나무로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주위가 키 큰 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서 ‘전망’을 보기에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재미 삼아 올라가는 건가? 그러면 ‘전망대’가 아니지!

20231007_080726.jpg

이곳이 고덕.일자산 코스라고 했는데, 정작 ‘고덕산’과 ‘일자산’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걷다가 보게 된 안내문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고덕산은 완만한 구릉지 형태 야산으로 해발 100m를 넘지 않아 ‘산을 오른다’기보다 ‘산책하다’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2시간 남짓 동안 9.3km를 걸어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고덕역에 도착했다. 스탬프를 찍자마자 오늘의 목적지인 수서역을 향해 다시 산을 오른다. 오늘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말초신경이 모여있는 발바닥을 자극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면역기능이 강화돼 비만예방•체질개선•피부비용•신경통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고 돼있다. 조금 걷고 많은 효과를 얻으려면 맨발로 걷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정표에는 계속 ‘일자산’이 표시돼있는데, 아무리 가도 어디인지 모르겠다. 산길을 내려와 고덕역 2km 지점에서 큰 차도를 건넜다. 하지만 둘레길은 이내 산길로 접어든다. 3코스가 거리는 멀지만 대부분 흙길이어서 걷기엔 아주 좋다.


공동묘지 옆을 지나는데 누군가 선인장 묘포를 만들어놨다. 화분에서 키우는 건 봤어도 노지(露地)에 심어놓은 건 처음 봤다. 아직은 푸릇푸릇 한데 가을과 겨울을 어떻게 견딜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추워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0231007_101458.jpg

2시간 반 정도 산길을 걷고 다시 큰 길로 내려왔다. 여기서부터는 목적지인 수서역까지 계속 평지다. 10분쯤 더 걸어서 세번째 스탬프가 있는 방이생태학습관에 도착했다. 학습관은 문이 닫혀있고 오는 12월까지 공사 중이란 안내문이 붙어있다.


5분쯤 걸어 성내천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가도 되지만 오른쪽 길이 걷기엔 더 좋다. 성내천을 건너려는데 전에 있던 나무다리가 없어졌다. 대신에 조금 더 밑에 화강암으로 만든 징검다리가 있다. 몇 발자국 차이지만 피로가 쌓이니 그마저도 심통이 난다.


걷다가 본 안내문에는 “성내천은 청량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10km 정도의 하천이다. 1970~80년대 유량이 부족해 건천(乾川)이 됐다가 2005년 6월, 한강물과 지하철 용출수를 유입시키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수질정화 노력으로 어류와 조류 등이 서식하는 하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성내천의 인도(人道)를 따라 ‘새마을 새활용장터’가 열렸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열린다는데 직접 보긴 처음이다. 새마을운동 송파구지회가 주최하는 행사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많은 물건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물건을 고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31007_110151.jpg

11시08분, 성내5교에 도착했다. 여기서 정식코스는 앞으로 계속 가서 장지천과 탄천을 지나 수서역으로 가는 것이지만, 너무 멀어 바로 가는 길을 택했다. 우선 개롱역까지 가서 KFC에서 점심을 먹고 문정 로데오거리와 훼밀리타운을 거쳐 간다. 하지만 그 길도 만만치는 않다.


개롱역에서 3km쯤 걸어 오늘의 마지막인 네번째 스탬프 장소에 도착했다. 정식코스보다 3~4km 단축한 셈이다. 처음엔 스탬프를 찍고 다시 걸어서 집으로 귀가하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수서역으로 가다가 버스정류장에서 우리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발견하고 또 다시 생각을 바꿨다. 전광판을 보니 7분 후에 도착한단다. 조금 돌아가는 코스이기는 해도 그 정도야 기다려야지. 지하철을 탄다 해도 1번 갈아타고 꽤 걸어야 하니까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비슷할 거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둘레길 2코스, 화랑대역~광나루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