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6코스(안양천.한강코스) 석수역~가양

by 이흥재

2023년 10월24일(화) 霜降


™ 석수역 ~ 구일역(8.0km) ~ 한강 합수부(7.7) ~ 가양대교 남단(2.5) ~ 가양역(0.3), 총 18.5km


오늘은 산행을 계획했던 날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오늘 물탱크 청소를 하기 때문에 낮에 단수(斷水)가 될 거란 방송을 했다. 그러면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고 씻지도 못할 처지다. 그러니 산에라도 다녀오기로 하자. 그런데, 일기예보는 또 낮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했다. 이런! 날만 잡으면 비가 오는 건 무슨 조화냐?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을 들고 가기로 하고 일단 집을 나섰다.


출발지인 석수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올림픽공원역과 노량진역에서 2번 갈아타야 했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지하철에 빈자리가 없다. 다른 때는 이 시간이면 빈자리가 꽤 있었는데, 무슨 일이지? 어쩔 수 없다. 빈자리가 날 때까지 서서 가는 수밖에.


석수역에 도착한 시간은 8시5분. 역을 나서면서 계단 밑에 있는 첫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오늘은 안양천과 한강변을 따라 걷는 거라서 몇 군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빼고는 대부분 평지다. 게다가 길을 따라 가로수가 무성해서 나무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구일역까지는 8km다. 안양천 바로 옆에는 자전거길이 있고, 도보는 둑방을 따라 조성돼있다. 그곳에 가로수가 무성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그늘이다. 지금이야 날씨가 많이 내려가서 걷는 동안 많이 덥진 않지만,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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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둑방길 오른쪽으로는 철길이 있어서 KTX와 전철 등 온갖 기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간간이 듣는 경우에는 그런대로 낭만으로 들릴 수도 있는 소리지만, 수시로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인근주민들은 꽤 힘들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보도 한가운데 금천구청에서 ‘당시의 뱃살은 안녕하십니까’란 시설물을 설치해놨다. 나이별로 통과하는 폭이 늘어나는데, 배낭이 있어서 지나가보진 못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저렇게 뱃살이 늘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10대 15cm, 30대 21cm, 60대 26cm.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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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한 켠에 설치된 안내문을 보니, “안양천은 한강 지천 중 하나로 삼성산과 백운산(학의천), 군포(산본천) 등에서 흘러온 하천이 안양시 석수동에서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가는 32.5km 길이의 하천이며, 그중 금천구를 지나는 6.5km를 ‘한내(大川)’라고 한다.”


하천 변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있다. 얼마 전에는 한강상류 어느 곳에서 코스모스 축제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일부러 가지 않아도 이렇게 걸으면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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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 동안 8km을 걸어서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구일역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그곳에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탬프만 얼른 찍고 바로 출발한다. 바닥이 딱딱한 포장길을 걸으면 발바닥이 쉽게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걷는다. 산을 오르내리지 않아서 편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 평지만 걸으면 변화가 없으니 조금 따분하기도 하다. 사람 맘이 참 이랬다 저랬다 어쩔 수 없다.


구일역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안양천 건너 고척 스카이돔이 보인다. 지나다니면서 멀리서 보긴 했지만 가까이 가본 적은 없다. 하긴 특별히 갈 일도 없다. 그저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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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에서 영등포구로 바뀌면서 길가에 명언을 여러 장 붙여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Abraham Lincoln)이 말했다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Most folks are as happy as they make up their minds to b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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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19분, 구일역에서 7.7km 떨어진 곳에 있는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合水部)에 도착했다. 로터리에 온갖 색깔의 국화꽃이 피어있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가양역까지 2.8km가 남았다. 그렇지만 여기부터가 가장 힘든 구간이다. 똑같은 평지이지만 피로가 누적돼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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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부터는 한강변을 따라 열심히 걷는다. 날씨는 흐려있어도 일기예보처럼 비는 내리지 않는다. 하긴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비가 내려도 우산으로 충분하다. 어떻든 안 내리는 게 더 낫긴 하다.


가양대교 남단에서 0.9km 전에 있는 염강나들목을 지나 세번째이자 오늘의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러 간다. 그리고 2분만에 스탬프를 찍고 가양역으로 향한다.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막판이어서 발도 그만큼 아프다. 그렇지만 마지막 힘을 내본다.


드디어 가양역에 도착. 올림픽공원역까지 가는 9호선 급행열차를 탔는데, 이 시간에도 앉을 자리가 없다. 다른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9호선이라서 그런가? 다행히 몇 정류장 후에 자리가 나서 무사히 앉아서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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