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28일(토)
가양역 3번 출구~ 가양대교 남단(0.3km) ~ 한강진입 계단(1.4) ~ 문화비축기지 앞(3.6) ~ 월드컵경기장 ~ 불광천 ~ 증산역 갈림길(2.7) ~ 증산체육공원(0.7) ~ 봉산공원(3.0)~ 서오릉 생태육교(1.9) ~ 구파발역(3.5), 17.1km
지난 주에, 내일(10월29일, 일) 손자를 보러 오르는 연락을 받고 산행을 다음으로 미뤘었는데, 어제 다시 연락오기를, 손자가 일요일에 학교에서 행사가 있기 때문에 다음주에 보러 오라고 해서 오늘 산행하기로 다시 결정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울둘레길 7코스. 지난 9월19일 첫 코스를 걷기 시작한 이래 서울둘레길 걷기도 이제 막바지다. 오늘 걷고 나면, 이제 8코스 중 후반부인 성북생태체험관에서 도봉산역까지 하루만 더 걸으면 완주하게 된다. 그러면 지난 2016년 첫 완주한 이래 여섯번째 완주하게 되는 셈이다.
오늘 출발지 가양역을 가기 위해서는 올릭픽공원역에서 한번만 갈아타면 된다. 그것도 9호선 급행을 타면 되기 때문에 다른 역들보다 가기엔 아주 편했다.
가양역 3번 출구를 나와 300m쯤 걸어 차도를 건너면 가양대교 남단에 오늘 첫번째 스탬프가 있다. 그리고 곧바로 계단을 올라 가양대교로 한강을 건넌다. 그리고 가양대교 북단에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설치돼있다. 전에는 줄곧 계단으로 내려갔었는데, 오늘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 2명이 더 탔다.
가양대교에서 수변생태학습센터를 지나는 자전거길 옆에 인도와 화단공사가 한창이다. 전에는 인도가 따로 없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겹쳐 다녔었는데, 인도가 완성(언제인지는 정보가 없다)되면 걸어 다니기에 더 편리할 것 같긴 하다.
가양대교에서 700m쯤 걸어가면 강변북로를 횡단해 노을공원으로 이어지는 지하도를 지난다. 노을공원은, 50여년 전만 해도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을 만큼 풍광이 아름답던 난지도(蘭芝島)란 섬이 있던 곳으로, 1978년부터 쓰레기 매입지로 쓰이다가, 1992년부터 생태환경복원사업을 전개해 공원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서울둘레길은 노을공원으로 올라가지 않고, 50여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1.2km 가면 억새와 핑크물리가 유명한 하늘공원으로 이어지는데, 이 역시 그곳으로 올라가진 않고 옆으로 난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걷는다. 이곳은 관할구청인 마포구에서 ‘시인의 거리’란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길 옆에 시를 디자인해 세워놓았는데, 이러면 시인의 거리가 아니라 ‘시(詩)의 거리’ 아닐까?
메타세콰이어 길이 끝나는 지점에, 꽃이 가득한 올림픽로 고가도로를 건너고 월드컵공원을 지나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간다. 이곳에서 월드컵경기장 전경과 그 옆에 있는 담소정(談笑亭)이란 조그만 정자를 사진에 담는다.
월드컵경기장을 지나면 길은 불광천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해서 생태하천으로 인공조성 한 곳이라고 한다. 휴일이라 그런지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많다. 하천변을 따라 걷기도 하고, 간단한 운동기구를 이용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불광천을 따라 1.5km쯤 걷고 나면 길은 다시 왼쪽으로 이어진다. 계단을 올라 차도를 건너고 증산동 마을 골목으로 들어간다. 증산동은 ‘시루뫼’라고도 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마을 뒷산이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아 ‘시루’를 뜻하는 증산(甑山)이라고 했었는데, 시루는 밑이 뚫려있어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고 해서 갑오경장 무렵 비단(繒)을 뜻하는 증산(繒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도 둘레길 안내문이 있다. 이름은 ‘은평둘레길’. 증산역에서 출발해 구파발역과 녹번역을 거쳐 다시 증산역으로 돌아오는 5개 코스, 23.7km 거리다. 그렇지만 내가 걷기엔 거리상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가까운 곳에도 걸을 둘레길은 많으니까. 서울둘레길을 비롯해 송파둘레길, 북한산둘레길, 한양도성길 등.
09시17분, 두번째 스탬프가 있는 증산체육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을 새로 공사 중이어서 그런지 엄청 복잡하다. 특히 차들이 많으니까 더 그렇다. 길가에 주차한 차들이 가득하고 조그만 주차장에도 차들이 꽉 찼다. 그런데도 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어쩌자는 건가? 나야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체육공원 옆에 ‘올바른 걷기방법’을 세워놨는데, 1.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2. 상체는 똑바로 하고 등과 가슴은 편다. 3. 턱과 복부는 당기고 4. 어깨와 팔에 힘을 빼고 가볍게 주먹을 쥐며 5. 어깨가 돌아가지 않도록 팔을 크게 흔든다. 6. 호흡은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7. 분당 60~80m 속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지킬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다. 산길을 걷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올바르게 걷는 게 이렇게 힘든 건가!
오늘 코스에도 계단이 유난히 많다. 높낮이가 많은 길이라 그런 것 같다. 물론 군데군데 평평한 능선을 따라 흙길이 있어서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구파발역을 6.8km 남겨둔 지점인 편백숲 전망대를 지나자 ‘봉상 무장애 숲길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강철 사각파이프로 기초를 세우고 나무데크를 까는 경사로 공사인데, 나무 사이에 공사하느라 애는 먹겠지만 나무가 보도 사이에 끼어서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10시20분, 봉산정과 봉수대가 있는 봉산(209m)에 도착했다. 산이라기 보다는 조금 높은 곳에 있는 평지에 가깝다. 햇볕이 따가운데 그늘에 설치한 나무벤치에 여러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다. 나는 봉수대와 봉산정 사진을 몇 장 찍고 봉산정에 올라가 간식과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이곳을 몇 번 지나쳤지만 봉산정에 올라가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11시18분, 앵봉산에 도착했다. 높이가 235m라는데, 이곳 역시 산이라기엔 민망한 정도다. 그래도 오늘 코스 중에서 가장 높은 두 곳이니 봉산 앵봉산이란 코스이름이 붙었다.
증산체육공원을 지나면서 오르막길과 평평한 길이 이어지다가 목적지인 구파발역을 1.1km 남겨두고 드디어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경사가 워낙 급해서 내리막길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그래도 내리막길이 힘을 훨씬 덜 든다.
구파발역을 580m 남겨둔 지점에 오늘의 마지막이자 세번째 스탬프가 있다. 그런데 전보다 조금 내려온 곳에 설치돼있다. 당초 스탬프가 설치됐던 곳에는 ‘앵봉산 가족캠핑장’이 조성돼있고, 입구는 차단기가 설치돼있다. 그런데 주말인데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요에 의해서 설치해놓은 것이겠지만 수요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진했나 하는 괜한 걱정을 하면서 구파발역으로 향한다.
오늘도 역시 역 맞은편에 있는 롯데마트몰 화장실로 가서 대충 씻고 나왔다. 역에도 화장실이 있지만,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훨씬 좋다. 냄새도 좋고 시설도 물론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