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28일(화)
5개월 만에 한양도성 순성길 일주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6월,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완주 챌린지 행사안내를 보고 도전을 시작했었는데, 완주하고 나서도 마지막 구간인 낙산에서 인증사진을 찍지 못해 기념뱃지를 받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그 요령을 모두 알았으니 그런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다.
순성길 시작은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이다. 그런데, 7번 출구로 나가서 출발해야 했던 건데, ‘4’자에만 마음이 꽂혀서 무심코 4번 출구로 나갔더니 거리풍경이 너무 낯설었다. 그제서야 다시 확인한 後 되돌아와 7번 출구로 나오는데, 개찰구를 다시 통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나오자마자 먼저 흥인지문(興仁之門) 전경부터 사진에 담았다. 흥인지문은 서울도성에 있는 8문 중 하나로, 도성 동쪽에 있어 동대문(東大門)이라고 부른다. 이 문은 1396년(태조5) 건립되고 1453년(단종1) 중수됐으며, 1869년 (고종6) 개축됐다고 한다. 8문은 다시 4대문과 4소문으로 나뉘는데, 돈의문(敦義門. 서대문)과 소의문(昭義門, 서소문)은 멸실되어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다.
완주를 인증 받으려면 4군데서 스탬프(‘서울 한양도성’ 앱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를 찍고, 4군데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 첫번째 스탬프 찍는 (또는 앱에 다운로드 받는) 곳이 흥인지문 바로 곁에 있어서 핸드폰의 앱을 활성화시켰더니 곧바로 ‘지징’ 소리가 나며 자동적으로 다운로드 됐다.
이정표를 따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곁에 있는 이간수문(二間水門)을 지났다. 이곳은 조선 초기부터 남산 개울물(남소문동천)을 도성 밖으로 흘려 보냈던 시설인데, 2칸 반원형 문이라서 이간수문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있었는데, 2009년 DDP를 건립하면서 발굴 복원했단다.
순성길은 신호등을 몇 번 건넌 후에 광희문(光熙門)으로 행한다. 광희문은 도성 동남쪽 문으로, 시구문(屍口門) 또는 수구문(水口門)이라고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일부 무너지고 1960년대 퇴계로를 내면서 반쯤 헐렸던 것을 1975년 남쪽으로 15m 옮겨 지었다.
한양도성에는 축성기록을 새긴 성돌인 각자성석(刻字城石)이 여럿(280개 이상) 있다. 예를 들어, ‘慶山始面’은 경상북도 경산현 백성들이 공사를 담당한 구간 시점이란 표시다. 세종 때는 성벽이 무너지면 담당자들에게 다시 쌓게 했다고 한다.
순성길은 장충체육관 앞에서 길을 건너 ‘다산성곽길’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성벽 안팎으로 순성길이 나있는데, 지난번에는 안쪽으로 걸었으니 오늘은 바깥쪽으로 걷기로 했다. 길은 위치만 다를 뿐 상태를 거의 비슷했다. 이곳에도 역시 계단이 많다. 평평한 길에도 큰 돌을 깔아놓아 걸으면서 충격이 꽤 컸다.
반얀트리(Banyan Tree) 호텔과 국립극장을 지나 순성길은 남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무지막지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산엘 가려면 어디서나 계단을 만나지만 언제나 힘겹게 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를 때만 힘들 뿐 그 후유증은 없다. 그러니 오르는 동안 꾹 참으면 그만이다.
09시23분, 남산 정상에 올라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드디어 첫번째 인증사진을 찍어야 할 ‘목멱산 봉수대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수 없으니 셀카를 찍어야겠는데, 잘 맞출 수가 없다. 몇 번 시도하는 중에 마침 누군가 지나가기에 얼른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약간 추운 날씨이지만 다행히 거절하지 않고 2장 찍어줬는데, 상태가 꽤 괜찮다.
이제 남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계단 걷기가 아주 불편하다. 대체로 단높이 15cm, 참 30cm 정도면 걷기에 아주 편한데, 이곳 계단은 단도 높을 뿐더러 참조차 넓어 쿵쿵 온몸을 울리며 걸어야만 해서 그만큼 충격도 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계단 옆에 좁은 경사로가 있어 그곳을 따라 내려갔다.
서울과학전시관 남산분관까지 내려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정표가 없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남산분관 바로 옆에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됐었는데, 그땐 미처 몰라서 왼쪽으로 빙 돌아서 내려갔다. 덕분에 소월시비 (素月詩碑)를 볼 순 있었지만.
횡단보도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자동적으로 바뀌지 않고 버튼을 누른 후에 신호가 바뀌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차는 많지만 걷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그렇게 해 놓았나 보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신호가 바뀌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었다.
10시04분, 백범광장을 지나고 숭례문(崇禮門)에 도착했다. 숭례문은 1398년 (태조7) 세운 後 1448년(세종30)1479년(성종10), 그리고 고종 때 크게 수리했다. 2008년 방화로 훼손된 것을 2013년 4월 복구했다. 숭례문은 서울 성곽 중에서 지어진 연대를 알 수 있는 제일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두번째 스탬프를 다운로드 받았다.
돈의문터를 지나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세번째 스탬프를 다운로드 받았다. 돈의문은 1396년 처음 세워졌지만 1422년 정동 사거리에 새로 지어졌으며, 이때부터 새문(新門)이라고 불리고,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안동네로 불렸다고 한다. 돈의문은 일제강점기 때 도로확장을 하면서 철거되어 그 터만 남아있다.
순성길을 계속 걷다가 ‘월암근린공원’에서 길을 잃었다. 저 멀리 인왕산이 보이는데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전에 왔던 길도 생각이 나지 않고 지도를 찾아봐도 가는 방향을 모르겠다. 오늘따라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다. 난감하지만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했다. 마침 점심 때도 됐으니 나무벤치에 앉아 햄버거와 따뜻한 커피를 먹었다. 바람이 오락가락하면서 잠시 추워지기도 하고 손도 많이 시렸지만 햄버거를 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추위를 이제 참을 만했다.
그런데 이제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다시 지도를 펴놓고 가까운 지하철을 찾아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 새문안로를 따라가면 광화문역이 있었다. 지하철역으로 가다가 길가에 있는, 경희궁 정문이었던 흥화문 (興和門)을 지나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교보문고에 들러 화장실에 다녀온 後 내부를 둘러보다가, 딸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오르골을 하나 샀다. 딸이 성인이 된 후로는 처음 주는 선물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아직 꽤 남았지만 시간 날 때 일찍 주려고 하는데, 좋아했으면 좋겠다. 전에는 이런 물건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교보문고를 나와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차가 막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냥 보냈더니 ‘마천행’이었다. 이런! 어쩔 수 없이 ‘하남검단산행’을 보내고 12분이나 더 기다렸다가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