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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순성길, 제2일(완주)

by 이흥재

2023년 12월5일(화)


™ 개롱역~ 광화문역 2번 출구~ 사직단(社稷壇, 606번 버스)~ 인왕산 (338.2m)~ 윤동주 문학관~ 창의문(彰義門)~ 백악산(白岳山, 342m)~ 청운대(靑雲臺, 293m)~ 숙정문(肅靖門)~ 말바위 안내소~ 혜화문(惠化門)~ 낙산공원~ 흥인지문(興仁之門)


지난번에 길을 잘 몰라서 어정쩡한 위치에서 산행을 중단했었기 때문에 오늘의 첫번째 행선지는 인왕산이다. 그런데, 인왕산 가는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광화문역에서 내려 도보로 850m 간 다음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번에도 길을 잘 몰라 포기했었기 때문에 오늘도 두번씩이나 헤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두번째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광화문 2번 출구로 나와 606번 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을 간 後 사직단에서 내려 인왕산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침 7시 반쯤 사직단에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곳이다. 안내문을 보니,
“사직단은 조선시대 토지신(土地神)인 사(社)와 곡식신(穀食神)인 직(稷)에게 제사 지내던 곳이다. 전통사회에서 사직은 종묘(宗廟)와 함께 국가의 근본을 상징했으며, 조선건국 後 태조는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면서 1395년 경복궁 동쪽에 종묘를, 서쪽에 사직단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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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왕산을 찾아가야겠는데 방향을 잘 모르겠다. 다행히 인왕산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로 올라가니 단군성전(檀君聖殿) 정문이 나왔다. 이곳 또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국 곳곳에 ‘단군성전’이 있는데, 이곳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문이 닫혀있어서 내부를 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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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정표와 지도를 보면서 인왕산을 찾아간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인왕산 둘레길’도 표시돼있어서 좀 헷갈린다. 인왕산 정상을 향해 가야 하는데, 인왕산 둘레길은 말 그대로 인왕산 둘레를 도는 길이니 잘못 찾아가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겠다. 어, 그런데 조금 가다 보니 ‘인왕산 숲길’도 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사직단에서 30분쯤 걸어서 드디어 한양도성 탐방로인 낯익은 인왕산 등산로까지 왔다. 그런데 곧바로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그래도 어쩌겠나! 길이니 가는 수밖에. 다행히 좀 쉴 수 있는 평지가 나오도 다시 계단이 이어졌다.


08시23분,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인 인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정상에서 딱 한 사람이 주변을 구경하고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사진촬영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몇 장 찍어줬다. 이곳에서 이정표를 보니 다음 목적지인 창의문까지 1.8km가 남았다. 평지에서야 짧은 거리지만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살길에서는 쉽지만은 않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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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롯데월드타워와 남산 N타워 사이로 구름을 뚫고 태양을 떠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태양이 등 뒤에 있으니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


걷다 보니 ‘한양도성 부부소나무’가 있다. 보통은 연리지(連理枝)라고 하는데•••. 모양도 좀 특이하긴 하다. 한 나무의 뿌리 바로 위에서 가지가 하나 뻗어 나와 바로 옆에 있는 나무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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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돌에 새겨진 ‘각자성석(刻字城石)’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다른 곳보다 꽤 많은 글자가 새겨진 것도 있다. ‘嘉慶十一年 丙寅 十月 日 看役 崔日成 監督 李東翰 邊首 龍聖輝(순조 6년[1806] 11월 최일성이 공사를 돌봤고, 이동한이 감독했으며, 전문석수 용성휘가 참여했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다른 곳은 지명이나 감독 정도만 기록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08시58분, 윤동주 문학관에 도착해 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 창의문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윤동주 문학관은 외벽 색깔도 우중충한데다 찾는 사람도 하나 없으니 너무 쓸쓸해 보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2012년 문을 열었다는데, 외벽이라도 좀 산뜻한 색깔로 다시 칠했으면 좋겠다.


백악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창의문은 사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남아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영조 17년(1741)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문 부근 경치가 개경(開京) 자하동과 비슷해 ‘자하문 (紫霞門)’이란 별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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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산을 향해 오르다 보면 가파른 계단 옆에 ‘자북정도(紫北正道)’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자하문 북쪽의 정의로운 길’이란 뜻인데, ‘正道’는 곧 ‘국가안보’를 뜻한다고 한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필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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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쉼터’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꽃사슴이 보인다. 그것도 네 마리나. 어디서 나타난 거지? 두 마리는 이내 자리를 피했는데, 두 마리는 내가 지나가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덕분에 사진도 찍고 동영상에도 담았다. 산에서 야생하는 무리들인가?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본 것 같다. 게다가 오늘처럼 사람이 지나가도 피하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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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을 보며 오르다 보니 백악쉼터마저 지나쳐 백악마루라고도 하는 백악산에 올랐다. 그런데 백악산은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오른쪽으로 20m쯤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러니 귀찮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백악산은 면악(面岳)•공극(拱極)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남산에 대칭해 북악산(北岳山)이라고도 했다지만 정상석에는 백악산으로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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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42분, 청운대에 도착해서 인증사진을 찍어야겠는데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는 정말 셀프로 찍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잠시 주변을 구경하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길래 재빨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도 다행히 봐 줄만한 사진 몇 장을 찍어줬다. ‘궁하면 통한다(窮卽通)’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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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02분, 숙정문에 도착해서 네번째이자 마지막 스탬프를 다운로드 했다. 지난번에는 장소를 잘 몰라서 말바위 안내소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다운로드 받았었는데, 오늘은 잊지 않고 받아서 헛걸음은 하지 않아도 됐다. 숙정문은 북대문으로, 처음에는 숙청문(肅淸門)이었으며, 1976년 문루를 새로 지었는데, 현존하는 도성의 문 중 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유일한 문이 숙정문이다.


와룡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혜화문을 지나 낙산공원에서 마지막 인증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한무리의 남녀 순례객들이 지나면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길래 나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로써 무사히 한양도성 순성길 일주를 마쳤다. 지난 6월에는 두 번이나 지나면서도 인증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인증서도 받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확실하게 찍어 놓았으니 얼른 인증서를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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