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구경

by 이흥재

2024년 7월7일(일)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7시 반부터 할 수 있다고 해서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지만, 아직은 식사시간까지 꽤 남아있어서 유튜브를 보다가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더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와서 식사하고 있었다. 내일은 어차피 아침 일찍 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de Santiago-Rosalía de Castro= Aeropuerto de Lavacolla)으로 출발해야 하니 오늘보다 좀더 빠르게 식당에 가봐야겠다.


처음부터 이곳에 이틀 머물 계획이 아니라, 라 코루냐(La Coruña)에 다녀오려고 하루를 추가한 것인데, 라 코루냐에는 다음 포르투갈길을 걸으면서 다녀오기로 계획을 바꾸고 나서 시간이 남게 된 거라 이곳에서의 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인터넷을 보면 이곳저곳 볼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성당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도시라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올라가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9시쯤 대성당 광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말 탄 무리들 몇 명이 광장을 누비면서 다니고 있었다. 똑같은 상의를 입은 곳으로 보아 어느 단체인 것만은 확실한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사진도 찍고 다른 사람들이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15분쯤 지나 광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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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광장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나도 다른 구경거리를 찾아 떠났다.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한 골목을 무작정 걸어갔더니 알라메다 공원(Parque Alameda)이 나왔다. 이곳은 마리아스 동상(Estatuas de las dos Marías)이 유명하다. 독특한 복장을 한 두 여성은 재봉사 리카르트의 딸들인데, 매일 오후 화려하고 활기찬 색의 옷을 입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마스코트 같은 인물이 됐다. 그들은 프랑코가 집권한 1940년 이후 생계가 어려워져 산책을 중단하면서 잊혀졌는데, 1994년 그들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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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이곳저곳 둘러본 후 다음 볼거리를 찾고 있는데, 갈리시아 ‘문화도시 (Ciudad de la Cultura de Galicia)’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 방향을 따라 걸어갔더니 저멀리 ‘문화도시’가 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볼거리도 찾아봤는데, 그중 하나가 ‘문화도시’였다.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기지 같은 납작하면서도 굴곡진 외관을 가진 독특한 디자인이 눈이 띄는 건축물이다. 좀 멀긴 해도 한번쯤 가볼 만한 거리인 것 같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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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화도시’는 저 앞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참을 걸어가도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마음 먹으면 못 갈 거리는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멀어서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걸 포기하고 되돌아왔다. 그리고, 내일 공항까지 가는 버스 타는 곳을 답사하고 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앞에서는 백파이프를 불고 그 뒤에 맨발로 서로 손을 잡고 오는 순례자 무리를 만났다. 그 광경이 재미있어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대성당 광장까지 갔다. 그들은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이든 사람들도 더러 있어 어떻게 모이게 됐는지 못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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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광장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10시40분쯤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1층 카페에 앉아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1시에 점심을 먹고 다시 대성당 광장으로 나갔다. 오후가 되니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렸다. 아침에 조용할 때보다 훨씬 더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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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대성당 뒤로 돌아가니 사람들이 플라테리아스 문(Puerta de las Platerías)을 통해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나도 따라 들어갔다. 어제도 내부를 구경하긴 했지만, 오늘도 특별한 볼거리를 찾지 못해 심심하기도 해서 그냥 따라가본 거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 서있는 뒤에 섰다. 대성당 주제단(Altar y capilla mayor)에 있는 산티아고상을 만져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이 세번째 순례길이지만 그런 마음을 먹긴 처음이다. 이 또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편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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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는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산티아고 무덤(restos del Apóstol Santiago)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전에는 무덤으로 가는 길과 산티아고상이 있는 길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지하무덤을 지나고 다시 올라와 산티아고상으로 이어졌다. 예로부터 산티아고상 어깨를 뒤에서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순례자나 관광객들이 기다리는 수고를 하면서 한번 만져볼 기회를 가지려 한다.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산티아고상을 만지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정도다. 하지만 그 행위를 했다는 뿌듯함에 기다림에 대한 지루하단 생각 없이 기다릴 수 있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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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일기쓰기에 앞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점심 때 먹은 와인 때문인지 자꾸만 잠이 왔다. 그래서 사진정리만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조금 잤다.


침대에서 일어나니 오후 6시가 다됐다. 그래도 그냥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다시 대성당으로 나가 사람구경을 하고 있는데,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엄청 길다. 전에는 아무리 길어도 계단을 내려가 분수대(Fonte dos Cabalos)까지 정도였는데, 오늘은 킨타나 광장(Praza da Quintana)으로 줄이 이어져 몇 겹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면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낮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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