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8일(월)
아침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출발준비를 한 다음 7시 조금 지나서 1층으로 내려가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 식당 오픈시간인 7시 반이 가까워오자 다른 사람들도 식당 앞에서 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7시 반에 식당 문이 열리자마자 제일 먼저 들어가 바게트를 토스트기에 올려 구운 다음 슬라이스 햄을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요구르트도 한 개 챙겨 식당을 나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숙소를 출발했다.
세르반테스 광장을 지나 버스를 타러 가는 동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더니 사람들이 몇 명 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정류장 전광판에는 특정버스에 대한 정보만 계속 보여주고, 다른 버스들이 지나가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 산티아고 공항으로 가는 6A버스가 왔다. 요금은 1유로. 안으로 들어가니 앉아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다.
공항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9시도 되기 전에 도착했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는 11시 반에 출발하는데, 아직은 티켓발권 창구에도 사람들이 나와있지 않았다. 식당에서 싸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다리다 보니 출발 2시간 전에 9시 반부터 발권창구에 직원들이 나와 발권을 시작했다.
앞선 몇 사람들의 차례가 지나고 내 차례가 왔다. 여권을 제출했더니 파리로 가는 항공권을 건네줬다. 당연한 거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순례길을 떠나 파리로 도착한 첫날, 파리에서 바욘으로 가는 항공편이 취소된 적 있어서 내심 그런 상황이 생길 까봐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시 반에 산티아고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vueling, VY8222)는 2시간 정도 날아 파리 드골공항 제3터미널에 도착했다. 한국으로 오는 대항항공은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한참 동안 걸어서 이동했더니, 또 터미널이 나뉘어져 있다. 다시 2E터미널로 가기 위해 셔틀기차를 탔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밤 9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항 내에 맥도널드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햄버거 단품 하나에 10유로가 넘는다. 그럼 1만5천원 정도 된다는 건데, 너무 비싸다. 그래서 점심은 아침에 식당에서 싸온 샌드위치 남은 걸로 해결했다. 그래도 출발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다.
동영상을 보다가 4시 반 지나 보안검색을 받고 탑승구 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앉을 만한 곳도 많고 콘센트도 많이 구비돼있었다. 지금까지 동영상을 보면서도 핸드폰 배터리가 소진되고 있어 내심 걱정했는데, 이젠 안심하고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기다리는 건 매우 지루한 일이다.
오후 6시가 지나 저녁을 먹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너무 비싸다. 심지어 500m 물 한변도 제일 싼 게 2유로가 넘었다. 스페인이라도 마트에서는 1.5짜리가 1유로도 채 안되는데, 몇 배나 비싼 값이었다. 음식값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저렴한 걸 찾아도 음료수와 함께 먹으려면 10유로가 넘었다. 그러니까 좀전 맥도널드 가격이 마냥 비싼 것만도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저녁을 먹어야 해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했다.
저녁을 먹으며 식당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그곳에서도 역시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곳이든 좌석 바로 옆에 콘센트가 구비돼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공항 어디를 가든 이런 시설들이 있어서 참 좋다.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던 2018년만 해도 드골공항에서 이런 시설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그동안 꽤 변한 것 같다.
8시 반부터 탑승이 시작됐다. 프리미엄 좌석을 예약한 사람들이 먼저 타고, 뒷자리에 앉는 사람부터 탑승하다 보니 나는 세번째 그룹에 속해서 탑승했는데, 좌석 위에 짐 넣을 공간이 없어 약간 뒤쪽으로 밀어 넣었다.
요즘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도 예전처럼 지루하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데, 이번에는 지루하다기보다는 조금 불편했다. 뭘 잘못 먹어서 그런지 속이 부글부글하다가 화장실에 가면 괜찮고, 다시 좌석으로 돌아오면 그런 상태가 반복됐다. 그래도 비행기에 구비된 영화를 거의 다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행 중에 주는 2번의 기내식 말고도 중간에 컵라면도 하나 달라고 해서 먹었다. 그런데, 컵라면을 받아놓고부터 비행기가 흔들리는 바람에 진정될 때까지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불어서 맛은 반감됐다.
인천공항 착륙을 1시간 정도 남겨둔 때부터는 비행기를 탄 후 거의 처음으로 멀미를 했다. 예전에 뒷좌석에 탈 때는 가끔 멀미 비슷한 증상이 있어 요즘은 어떻게든 앞좌석으로 예매해서 그런지 멀미증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멀미는 비행기가 착륙하고, 내리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비행기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요즘은 입국심사도 간편하기 받기 때문에 여권을 스캔하고 지문인식기를 통과하면 끝이다. 물론, 출국할 때도 비슷하긴 한데, 보안검색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지만, 입국할 때는 그런 절차가 없으니 아주 간단하다. 더구나 짐을 따로 부치지 않아 배낭 하나 메고 나오면 끝이다.
무료지하철을 타고 공덕역에서 한번 갈아탄 후 2시간 만에 개롱역에 도착해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홍콩반점의 짬뽕밥 이었다. 가격은 7,800원. 가장 싼 짜장면은 7천원이 안됐고, 짬뽕은 7,800원인데 비해 짜장밥은 8천원이 넘었다. 이유가 뭐지? 짬뽕과 짬뽕밥은 같은 가격인데, 짜장밥은 짜장면보다 2천원이나 비싼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늘 그랬던 거처럼 밤 11시 지나 잠이 들어 아침까지 숙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날부터 바로 시차적응이 된 듯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일정과 35일간의 걷기가 모두 끝났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물집도 생기고 발가락이 까지면서 며칠간 고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2년 후로 예정된 포르투갈길을 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정말 마지막 순례길이 될 포르투갈길도 차질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출발해 포르투를 거쳐 해안길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코스는 어느 정도 알아놨는데, 세부적인 일정이나 오가는 교통편 등을 하나씩 조사해서 차질 없이 다녀올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