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26일(금) 맑고 무더움
오늘은 관악산엘 가려고 계획한 날이었다. 산에 가기 위해 새벽 5시45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3번(오금역, 교대역, 신림역)이나 갈아타면서 관악산역에서 내려 관악산공원 문을 지나 숲길을 걸었다. 그리고 숲이 끝나는 곳까지 계속 걸어서 산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물레방아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전에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중간에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길로 관악산까지 올라갔던 것 같기도 했다.
서울둘레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전망대가 나오는데, 어! 맞은편에 관악산 정상이 보인다. 그럼, 산을 따라 반 바퀴 돌아서 가야 하는 건가? 그러기엔 너무 먼데!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관악산엘 가지 못하겠다. 대신 삼성산으로 목적지를 바꾸자! 그렇게 급하게 결정했다.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1.6km 올라가니 서울둘레길과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삼성산칼바위까지 1.6km란 이정표가 보인다. 칼바위가 정확하게 어디인진 모르겠지만, ‘삼성산’이라고 돼있으니 그 방향이 맞을 거다. 그래서 서울둘레길로 직진하는 대신 왼쪽 방향으로 올라갔다. 이 코스로는 처음 올라가는 것 같은데, 다른 산들과 비슷하게 계단이 아주 많았다. 그래도 이젠 계단에 많이 적응해 있으니 큰 장애물은 아니다.
계속 오르다 보니 이번에는 ‘칼바위 국기봉’ 이정표가 보인다. 전에 갔던 곳인가? 관악산 일대에는 13개 국기봉이 있다고 하는데, 그 국기봉을 따라 종주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20분쯤 올라 칼바위국기봉에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곳인 것 같다. 그런데 가까이 올라갈 수가 없다. 아니, 무리해서 오르면 가까이 갈 수는 있겠는데 조금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올라가는 건 포기하고 조금 떨어져서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위험하니 왼쪽으로 가라는 경고표지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아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얀 밧줄이 설치돼있는데, 안전할까? 일말의 걱정은 있지만, 큰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탁트인 서울도심 전경이 보인다. 오른쪽에 롯데월드타워부터 한강 남산타워가 차례로 보이고, 이어서 가운데 63빌딩이 보인다. 그런데 왼쪽 끝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든 맑은 날 넓게 펼쳐진 서울시가를 보고 있으니 마음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산속을 걷고 있어 햇볕을 피할 수 있는데도 무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땀이 비오듯 흐른다. 닦아도 그때 뿐이다. 이마를 흐르던 땀이 눈으로 들어가 맵다. 게다가 날파리들은 왜 이리 귀찮게 구는지! 언젠가 유튜브에서 곤충전문가가 얘기하길, 그들은 수명이 아주 짧아서(40분부터 수일) 살아있는 동안 짝짓기 하기 위한 모임장소로 사람의 머리 위 같은 장소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삼성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이정표에는 계속 삼막사(三幕寺)만 보인다. 하긴 지리상 삼성산이 삼막사와 가깝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면 맞긴 할 테지만, 그래도 삼성산 이정표도 한번쯤은 보일 만한데, 정상에 이르도록 한번도 보이지 않는다.
숲속을 지나다가 하늘을 보니 비행기가 지나간다. 전에도 한번 본 것 같은데, 이곳이 비행기가 지나는 길인 것 같다. 그런데 잠시 후 또 오는 비행기도 겹쳐서 보인다. 재미있는 광경이다. 동영상에 담으려고 했지만, 너무 멀어서 비행기가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9시17분, 삼막사로 내려가는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이제 보니 여기로 올라오는 길이었구나!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삼막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로 조금 가다 산길로 들어가면 삼성산 정상이 나온다. 하지만 가파른 산길은 아직 남아있다.
그리고 10분쯤 더 올라가니 드디어 삼성산 정상(481m)이다. 아니, 실제 정상에는 국가시설물이 설치돼있기 때문에, 2012년 10월6일 정상표지석을 지금 자리로 옮겨 세웠다고 표지석에 새겨놓았다. 표지석 주위는 온통 바위뿐이라 앉아서 쉴 만한 공간이 없어 사진만 찍고 곧바로 내려왔다.
그리고 반월암(半月庵)을 지나 계속 내려오다 보니 삼막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 옆에 있는 삼막사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삼막사는 남북국시대 원효스님에 의해 창건된 화성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다.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 여러 차례 불사가 계속됐다.” 삼막사는 지난 2022년 3월 화재로 일부 전각들이 불탔었는데, 지금은 잘 정비되어 화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일주문 앞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간식과 커피를 마시고, 절 구경을 하기 위해 올라갔다. 맨 앞에 있는 천불전(千佛殿)을 새로 지었는지 깨끗하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불상들이 빼곡하다. 불교는 본래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데, 언제부턴가 구복(求福)을 위한 종교로 바뀌어있다. 하긴 이는 불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가 다 그렇게 된 것 같다. 종교를 위한 여러 시설들을 유지관리 하고,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할 테고, 누군가에게서 그 돈을 갹출해야 할 텐데, ‘깨달음’만 강조해서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천불전을 지나 삼층석탑, 육관음전(六觀音殿), 명왕전(冥王殿), 망해루(望海樓), 범종루(梵鍾樓)를 차례로 구경하고 절을 나서다가 왼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올라가봤다. 전에도 여러 차례 삼막사엘 왔었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다. 그런데, 계단이 위로 계속 올라간다. 산신각을 지나 또 계단을 오르니 그 끝에 원효굴(元曉窟)이 있다. 그런데 굴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 두 바위 사이 뒤에 돌을 쌓고 그 안에 조그만 원효석상을 모신 다음 지붕을 얹었다. 밑에서 봤을 때는 저곳이 산신각인가 생각했었는데, 지나면서 보니 산신각은 별도의 전각 없이 바위벽면에 조각을 한 뒤 그 앞에 기도할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놓았다.
절 구경을 마치고, 마애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칠성각도 다녀올까 했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삼막사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경인교대까지는 오른쪽으로 나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갈 수도 있고 산길로 내려가도 된다. 그런데 산길이 1km쯤 더 짧다고 해서 산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500m쯤 내려가다 포장도로를 만나니 이젠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고 싶어졌다. 이정표를 보니 포장도로를 이용하면 400m쯤 더 걸어가야 하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기도 하고,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긴 1km쯤 내려가면 어차피 만나는 길이기도 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니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난 계곡에 사람들이 많이 놀러 와있다. 어린 애기까지 데리고 온 가족들도 있고 친구들과 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아무리 깨끗하게 논다고 해도 계곡물이 오염될 텐데 하는 걱정은 있다. 그들 중에서는 계곡 한가운데서 고기를 굽고 있는 것을 보자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경인교대 앞에 도착하니 버스가 한대 와있는데, 경인교대 방향으로 서있다. 전에는 길 옆에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무슨 일이지? 아무튼, 언제 출발할지 모르는 버스를 보며 뜨거운 버스정류장 앞에 잠시 서있으니 다른 버스가 들어왔다. 문을 열길래 앞으로 갔더니 먼저 타고 있으라면서 운전기사가 소변을 보러 갔다. 시원한 버스 안에 잠시 앉아 있으니 버스기사가 타고 곧바로 출발해, 관악역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