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31일 맑음
어제,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전화해서 언제쯤 북한산 등산로가 개발되는지 물어봤더니 10월을 돼야 가능할 거라고 했다. 오늘 다시 자세한 사진을 보니 낙석지점은 백운봉암문에서 내려오다 대동사로 가는 하산길과 용암문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있는 거대암벽 중 일부가 떨어지거나 떨어질 우려가 있어,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꽤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처음 낙석이 발생한 때가 4월 말쯤이니까 6개월간 작업해도 마칠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지난번에는 뭣 모르고 산행에 나섰다가 백운대를 올라가지 못했는데, 오늘은 백운대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한 루트를 따라 구파발역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2통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올라가는데, 어째 낯설다. 전에도 이 루트로 두어 번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보니 조금 더 앞으로 가서 다음 산길로 들어가야 하는 거였다.
그래서 처음 들어간 산길을 되돌아 나와 자동차도로를 따라 몇 발짝 가니 ‘국사당’ 이정표가 보인다. 그러니까 오늘은 국사당을 지나 숨은벽으로 가는 루트다. 도로상태가 최악인데도 국사당 앞에는 고오급 차들이 여러 대 주차돼있다. 나도 궁금해서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입구에 ‘등산객 출입금지’란 귀엽게 쓴 팻말이 걸려있다. 내 차림을 보면 누가 봐도 등산객이니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멀리서 입구사진만 한컷 남겼다.
국사당을 지나자마자 마주하는 밤골공원지킴터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두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숨은벽을 따라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밤골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인데, 숨은벽 루트가 200m쯤 더 길다. 그래도 오늘은 숨은벽 루트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최고기온이 33℃까지 올라갈 거란 예보가 있긴 했지만, 시작부터 땀이 많이 난다. 나무아치로 만든 조그만 다리를 따라 계곡을 건너고 이내 오른쪽으로 난 좁은 산길을 오른다. 백운대까지 4.1km란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돌로 만든 계단이 나타난다. 만든 사람들이야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계단을 걷는 나는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올라가다 보니 밤골매표소 이정표가 계속 보인다. 내가 출발한 곳은 밤골공원지킴터도, 백운대까지 4.3km란 이정표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밤골매표소까지 0.9km, 백운대까지 2.5km라고 표시돼있다. 이건 또 뭐냐? 산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백운대까지 4.1km란 이정표를 봤고, 여기까지 잠깐 올라올 것 같은데, 갑자기 2.5km밖에 안 남았다고? 스페인이나 여기나 거리표시가 왜 이런가? 그리고 6분쯤 더 올라가니 이번엔 3.3km 이정표라니!
9시14분, 멀리 인수봉과 숨은벽 그리고 백운대가 멀리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반대편에서 보면 인수봉이나 백운대가 봉우리 같지만 여기서 보면 인수봉 줄기가 엄청 길다. 백운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백운대가 나무들이 많은 산줄기라면 인수봉은 암벽으로 이뤄진 산줄기다. 정면에서 인수봉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가끔 봤지만, 저 암벽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쉽진 않겠지! 그리고 누군가 시도해본 사람들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왼쪽으로 멀리 북한산 종주코스와 그보다 더 멀리 오봉을 비롯한 도봉산 능선들이 보인다. 그곳은 나중에 따로 일정을 잡아서 다녀와야 할 곳이지만, 멀리서 보는 경치도 참 아름답다.
숨은벽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있는 암벽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숨은벽 능선을 따라 오르다 바라보는 숨은벽 모습은 인수봉이나 백운대에 뒤지지 않는 장관이다. 하지만, 이곳이 백운대를 오르는 다른 루트에 비해 난이도가 좀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진 않는 것 같다.
숨은벽을 감상하고 커다란 바위틈을 통해 산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어렵게 바위틈을 지나고 나니 오른쪽 절벽으로 다른 등산로가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내려오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 아무튼, 북한산을 비롯해서 서울근교 산들이 오르기 쉽진 않지만, 이 루트는 특히 오르기가 더 힘든 것 같다.
바위틈을 지나 조금 내려가다 다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그래도 전에 왔을 때보다는 몇 발작 전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연결돼있다. 전에는 좀더 내려가서 밤골공원지킴터 이정표를 지나 올라갈 수 있도록 돼있었다. 그런데 이 등산로도 만만치 않다. 길이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아서 울퉁불퉁 제멋대로인 돌길을 따라 계곡을 올라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 중간쯤 오르다 보니 약수터가 보인다. 다른 곳처럼 요란한 표시도 없고, 바위 밑에 조그만 샘이 있고 스테인리스로 만든 바가지가 2개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음용불가’ 등의 표시가 없고 바가지도 있으니 마셔도 될 것 같아 한 바가지 떠서 마셨더니 시원하고 물맛도 좋다.
다시 힘을 내서 돌계단과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갔더니 이번엔 또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이 길 또한 너무 거칠다. 그래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10분 가량 내리락 오르락 하다 보니 드디어 낯익은 나무데크 계단이 보인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덥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간식과 커피를 한잔 마신 후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부터도 쉬운 길은 아니다. 나무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가파른 바윗길이 있고, 쇠줄로 만든 가드레일을 잡고 오르다 보면 다시 나무데크 계단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가드레일을 잡고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오른 다음,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백운대 정상이다.
백운대는 한국산악회에서 1975년 ‘통일서원’ 기념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돌계단과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갔더니 이번엔 또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이 길 또한 너무 거칠다. 그래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10분 가량 내리락 오르락 하다 보니 드디어 낯익은 나무데크 계단이 보인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덥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간식과 커피를 한잔 마신 후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부터도 쉬운 길은 아니다. 나무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가파른 바윗길이 있고, 쇠줄로 만든 가드레일을 잡고 오르다 보면 다시 나무데크 계단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가드레일을 잡고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오른 다음,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백운대 정상이다.
백운대는 한국산악회에서 1975년 ‘통일서원’ 기념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31운동 암각문이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있는 바위에 ‘北漢山 白雲臺 836m’라고 검은색으로 음각돼있으며, 마지막으로 벼랑 끝에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오늘은 수요일이고 등산로도 많이 막혀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백운대 아래 널찍한 바위에는 몇 사람들이 앉아있지만 이곳 정상에는 나혼자 뿐이다. 그래서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지만, 정작 나를 찍어줄 사람이 없어 인증샷을 남기지 못했다.
널찍한 바위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으려고 꺼내놓았는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밥맛이 없다. 결국 아침에 사간 약밥을 몇 번 먹다가 커피만 마시고 하산을 시작했다.
백운봉 암문을 지나는데, 암문을 완전히 막아놨다. 올라오는 곳에서는 등산로를 막지 않았었는데. 하긴 통제구간이 대동사부터니까 거기엔 이곳처럼 막아놨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백운산장 쪽으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6분 만에 200m 떨어진 백운산장까지 내려왔다.
이곳을 몇 번 지나갔었지만 항상 문이 닫혀있어서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문이 활짝 열려있다. 내부 전시물을 보니, 이곳에 1924년 처음 백운산장을 지었으며, 1947년 한국산악회가 증축했지만 한국전쟁으로 파손됐던 것을 1960년 단축 석조건물로 재건축했다. 이후 1992년 화재로 지붕이 불타자 1998년 지금 모습으로 고쳐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장으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고, 산악안전에 대한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산장 옆에는 ‘白雲의 魂’ 기념비가 서있다.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우이동 하산길 1.6km’란 이정표가 있지만 어디까지 거리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목적지는 북한산우이역이니 거리에 상관없이 거기까진 가야 한다. 이곳 하산길도 전과 크게 다르진 않다.
11시23분, 인수암에 도착했다. 인수봉 아래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이곳도 전에는 그냥 지나쳤었는데, 갑자기 물과 식혜란 단어가 눈에 띄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물통이 있고 옆에 스테인리스 그릇이 있어서 보니 그 옆에, 이 그릇은 식혜를 마시는 용도고 물은 갖고 다니는 물통으로 마시라고 돼있어서 물병을 꺼내 뚜껑으로 몇 모금 마셨더니 별로 시원하지 않다. 그런데 그 옆에 식혜가 눈에 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물이나 식혜를 파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식혜도 그냥 퍼 마시는 거였다. 게다가 식혜를 한 그릇 퍼 마시니 물보다 현저히 시원하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잔으로 만족하고 인수암을 빠져 나온다.
다시 7분쯤 걸어 하루재에 도착했는데, 오늘도 영봉엘 올라가보기로 한다. 이정표에는 200m로 표시돼있다. 하지만 가파른 산길인데다 바닥도 전혀 고르지 않다. 하지만 영봉을 올라야만 하는 이유는 북한산의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내 뒤를 따라온 여자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정도다. 그렇게 10분쯤 올라 다시 한번 백운대와 인수봉의 다른 면을 바라봤다. 정말 멋지다. 그리고, 곧바로 하산!
다시 하루재까지 내려와 15분만에 백운탐방지원센터까지 내려왔다. 이곳은 도선사에 오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주차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북한산우이역까지 걸어가는 일이 남았다. 오래 전에는 도선사 신도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있어서 가끔 타본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운행을 하지 않는 건지, 시간이 안 맞는 건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걸어가는 수밖에. 하긴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걸어 내려가고 있다. 이 길은 지금까지 내려온 산길보다는 양호하지만, 경사가 심해서 다리에 힘을 많이 주고 걸어야 한다.
그래도 보행로가 우이계곡을 따라 나있어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다. 그렇다고 더위가 가시는 건 아니니, 기분만 낼 뿐이다. 이곳에는 18세기 홍양호(洪良浩)가 살면서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우이구곡(牛耳九曲)을 설정했다고 하는데, 나무가 무성해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언뜻언뜻 보이는 폭포 같은 경치는 볼만 한 것 같다. 생각 같아선 계곡으로 내려가서 좀더 가까이 보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진 않을 것 같다.
12시 반쯤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를 지나고 강한 햇볕을 받으며 상가거리를 600m쯤 걸어 북한산우이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