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山行, 冠岳山

by 이흥재

2024년 8월6일(화) 비, 오후에 맑음


엊저녁에 천둥번개가 요란해서 오늘 일기예보를 봤더니 한낮에 비가 올 거라고 했다. 오늘은 관악산엘 다녀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비가 오지 않으면 출발하기로 했다. 혹시 몰라서 우산을 챙겨가긴 했지만 아침 일찍 비가 내릴 줄은 몰랐다.


지하철을 3번(오금,교대,신림)이나 갈아타고 관악산역에 내려서, 숲길이 아닌 서울대학교 캠퍼스로 들어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어제 지도를 살펴보니 서울대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단코스가 있는 것 같아서였다. 날씨는 곧 비가 올 듯 흐렸지만 기온과 습도가 높아 조금 걸었는데도 땀이 비오듯 한다. 아직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제 지도를 찾아본 바로는 기초전력연구원을 끼고 좌회전해서 언덕을 올라가면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는데, 가다 보니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중간에 청소하고 있는 직원한테 물어보니 아직은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계속 가다 보니 너무 멀리 갔다. 캠퍼스 중간에서 올라갔어야 했는데, 끝까지 간 거였다. 아무튼 거기서도 길이 왼쪽으로 돌아가게 돼있어서 무작정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등산로 이전안내문이 보였다. 아주 오래 전(2009.12.18)에,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우회등산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길을 처음 오는 것이라서 당연히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만.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기 바로 전에 ‘등산로입구’ 표시를 보긴 했지만, 무심코 지나쳤었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300m를 내려와 등산로입구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씩 내리다가 점점 많이 내린다. 어떡하지?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일단 우산을 폈다. 그리고 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운암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가보진 않았지만 오늘처럼 비까지 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올라가기가 조금 더 어려울 것 같아, 깔딱고개 쪽으로 가기로 했다. 이름만 봐서는 이곳도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될 것 같기도 했다.


1km도 가지 않아 새로운 이정표를 만났는데, 관악산역까지 3.58km, 연주대까지 1.62km라고 했다. 그러니까 전처럼 산길로 올라왔으면 3.6km 정도 올라왔다는 건데, 서울대 캠퍼스로 올라오니 꽤 빨리 온 기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 동안 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1.6km만 더 가면 연주대에 갈 수 있다.


좀전 이정표에서 ‘깔딱고개’라고 표시돼있었지만, 이 정도 경사진 계단은 서울근교 어느 산을 가든 다 있다. 힘들긴 해도 정상을 오르려면 감내해야 할 수준이다. 나무데크 계단도 많이 설치해놔서 돌계단보다 더 수월하기도 했다.


그 길을 오르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봤다. 옆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돌아보니 까치 한마리가 앉아있다. 그런데 내가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움직이질 않는다. 분명 야생인데. 급히 사진을 몇 장 찍는데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그대로 앉아있다.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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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동안 비는 오다 말다 반복하고 있다. 나도 우산을 폈다 접었다 반복하고. 오늘 같은 날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심지어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언제 올라온 거지? 하긴 나는 관악역까지의 이동시간만 1시간 이상 걸리니,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올라갈 수 있긴 하겠다.


9시17분, 관악산 정상에 도착했다. 비도 이제 그친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들 몇 명이 벌써 정상에 올라와있다. 정상 앞마당에 누군가 차일을 쳐놓았길래 가방을 내려놓고 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곧바로 하산. 효령각(孝寧閣)과 연주암(戀主庵)에 잠시 들러 사진을 몇 장 찍고, 어느 길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과천향교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오늘처럼 비가 온 후에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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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길도 만만치 않다. 연주암에서 과천향교까지 3km가 넘는 하산로가 전부 계단이다. 물론, 돌계단이나 나무계단이 아닌 곳도 더러 있지만, 인공적이지만 않을 뿐이지 흙길이나 평지가 아니다. 계단보다도 더 위험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다.


무릎이 아프도록 열심히 산을 내려와 10시38분, 과천향교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오늘도 명륜당(明倫堂)은 공사 중이다. 아니, 오래 전부터 이 상태이니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뭔 상관! 향교로 올라가는 계단이 세 군데 있는데, 가운데 계단은 신도(神道)이니 다니지 말라고 써있었지만, 가운데서 사진을 찍어야 균형 잡힌 사진을 얻을 수 있어서 규율을 어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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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를 나와 전철을 타러 가는 동안에도 잠시 망설인다. 오른쪽 정부과천청사까지는 700m, 과천역까지는 650m. 오늘은 과천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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