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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길 제2일, 창의문~한성대입구역

by 이흥재

2024년 8월13일(화) 맑음


오늘도 폭염(暴炎)이 계속된다고 해서 산에 가는 걸 망설였다. 더구나 오후에 비까지 내린다고 했다. 물론 산행은 오전에 마칠 예정이지만 지난번에 관악산에 갔을 때도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우중산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났으니 다시 잠을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침을 먹고 개롱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까지 가서 2번 출구로 나가 윤동주문학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늘 타고 다니던 7212번 버스가 9분 후에나 온단다. 급히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보니 1020번 버스도 같은 코스로 가는데 먼저 오길래, 기다렸다가 1020번 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는 청계천 발원지(發源地) 표지석이 있고, 맞은편 길 건너에 윤동주문학관이 보인다. 표지석에 따르면, “이곳에서 북동쪽 북악산 정상 쪽으로 150m 지점에 항상 물리 흘러나오는 약수터를 청계천 발원지로 정했다.” ‘정했다’는 건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버스정류장에서 계단을 몇 개 올라가면 오늘 출발지인 창의문(彰義門)이 나온다. 창의문 옆에 세워놓은 안내문을 보면, “서울성곽에는 동서남북에 사대문(四大門)과 그 사이에 사소문(四小門)을 뒀는데,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 인왕산과 백악산이 만나는 곳에 있지만 북소문(北小門)으로 불린 적은 없다. 사소문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지어진 문루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 문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741년(영조17) 세운 것이다. 이 문 부근 경치가 개경 자하동과 비슷해서 자하문(紫霞門)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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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북악산으로 가는 계단이 막혀있다. 그리고 옆에는 성벽붕괴로 인해 탐방로가 훼손되어 지난 7월9일부터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러면서 백악산 북측탐방로를 이용해 청운대 안내소로 가라고 표시돼있다. 처음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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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 밖으로 나갔는데, 바로 자동차도로다. 인도도 따로 없다. 다행히 차는 많이 다나니 않는다. 7분쯤 걸어 아델라 베일리(Adela Bailey)란 식당 쪽으로 가보니 ‘한양도성 가는 길’이란 표시는 있는데, 식당 승용차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다른 쪽으로 가봤더니 길이 막혀있다. 다시 되돌아와 주차해 놓은 승용차 사이 좁은 틈으로 갔더니 ‘북악산 1번 출입문’으로 가는 길이 맞았다.


‘경사가 급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문까지 붙여놓은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을 오르려니 시작부터 땀이 쏟아진다. 그래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길을 20분쯤 올라 다시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 백악마루나 청운대를 지나 청운대 입구가 보였다. 어쩌지? 청운대 입구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백악곡성(白岳曲城)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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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6분쯤 걸어 백악곡성 아래 도착했다. 가끔 올라가보긴 했지만 대부분 지나쳐가던 곳이지만, 오늘은 올라가보기로 한다. 거리는 40m로 표시돼있지만, 가파른 계단이 놓여있어 쉽지 않은 길이다. 정상에 오르면 가까운 백악마루는 물론, 멀리 남산과 북한산 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오늘도 공기가 좋지 않아 선명하지 보지이 않는 게 아쉽다. 여기서 곡성은 성곽을 성문 밖으로 둘로 곡선으로 쌓은 성벽으로, 옹성(甕城)이나 치 (雉)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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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오늘도 성을 쌓는 과정과 관련된 기록을 새긴 성돌인 각자성석(刻子城石)을 만났다. 한양도성에는 이러한 각자성석이 290개 이상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각자성석은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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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56분, 오늘 첫번째 스탬프를 받는 숙정문(肅靖門)에 도착했다. 이 문은 한양도성 북쪽대문으로, 안내문에 따르면, “처음엔 숙청문 (肅淸門)이었다가 숙정문으로 바뀌었다. 현존하는 도성 문 중 좌우로 성벽이 연결된 것은 이 문이 유일하며, 1976년 문루를 새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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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폐쇄된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삼청공원과 와룡공원으로 가는 갈림길에 왔는데, 오늘도 와룡공원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방향은 맞지만 한양도성길을 아니다. 중간에 ‘한양도성길’로 가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길을 몇 번이나 다녔어도 어디가 한양도성길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래도 아무튼 와룡공원을 지나면서 한양도성길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오늘의 종착지인 한성대입구역까지 1,500m란 이정표가 보인다.


그렇게 10시도 되기 전에 한성대입구역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로는 오늘 한양도성길 완료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남산까지 갈 수도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의욕이 생기지 않아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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