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7일(화) 맑음
코스 : 회현역~ 숭례문~ 돈의문박물관마을~ 인왕산~ 창의문~ 숙정문~ 혜화문~ 한성대입구역
메탈배지를 받기 위한 마지막 여정, 그 첫날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유산활용과에서 운영하는 ‘한양도성’ 홈페이지 (https://seoulcitywall.seoul.go.kr/index.do)를 보면, 총거리 18.6km인 한양도성을 완주하면 완주인증서와 함께 배지를 하나씩 주는데, 계절별로 한번씩 완주하고 4종의 배지를 모으면 메탈배지를 준다고 돼있다. 대단한 건 아니어서 하나 받아보고 싶은 욕심에 지난해 3번을 완주했다. 그리고 남은 한번, 네번째 완주를 위해 오늘 첫날 여정을 시작했다.
오늘 출발지는 숭례문 앞이다. 전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흥인지문(興仁之門)을 보면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통 2번에 나누어 걷기 때문에 결국 흥인지문에서 완주를 끝내게 되어 다음에 완주인증서를 받으러 남산에 있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엘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지난번부터는 숭례문에서 시작해 남산에서 끝내는 것으로 일정을 바꿔버렸다.
물론, 그럴 경우 남산부터 숭례문까지 걷는 게 생략되긴 해도, 그 사이에 인증사진이나 스탬프 찍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무방하다고 생각해서다. 더구나, 남산에서 완주인증서를 받는다고 해도 다시 회현역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코스를 조금 다르더라도 걷는 거리는 얼추 비슷해서 마음에 부담은 없는 편이다.
아무튼, 회현역으로 가기 위해 개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기 위해 동대문역사문화공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4호선을 타기 위해 완승장소로 갔는데, 순간적인 실수로 회현역을 혜화역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회현역이나 혜화역 모두 두 정거장 후에 내리는 것이어서 혜화역에서 내리기 위해 문 앞에 섰는데, 그제서야 잘못 탄 걸 깨닫게 됐다.
부랴부랴 내려서 얼른 계단을 올라 반대방향으로 가서 제대로 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그러니, 두 정거장만 가면 될 것을 왕복하느라 여섯 정거장을 가야 했다. 그런데,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 출발지점인 숭례문으로 찾아가는데 7시 반이 지났는데도 아직 여명(黎明)이다. 동지(冬至 )가 꽤 지났는데도.
두번째인데도 낯선 길을 지도를 봐가며 숭례문(崇禮門)을 찾아갔는데, 입구에 직원이 근무하고는 있었지만 숭례문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아직 열지 않았다. 기념으로 사진이라고 한장 찍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하긴 아직은 사진이 잘 나올 만큼 날이 밝지도 않았다.
숭례문은 1398년(태조7) 한양도성 남쪽대문으로 세워진 後 세종성종고종 때 크게 수리했다. 1907년과 1908년 사이 주위 성곽을 철거했고, 한국전쟁 後 1961년부터 1963년 사이 전면해체 보수작업을 했다. 2008년 2월 숭례문 방화사건으로 건물전체가 크게 훼손돼 2013년 4월까지 복구작업을 하면서 성곽도 함께 복원했다. 숭례문은 지어진 연대를 알 수 있는 서울성곽 중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그래서 한때는 국보 1호로 지정됐었지만, 2021년 11월19일 관련법령이 개정되면서 일렬번호는 없어졌다.
숭례문을 남대문(南大門)이라고 부른 게 요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부른 것으로 돼있다. 즉, 태조실록(太祖實錄)을 보면, “... 정북(正北)은 숙청문(肅淸門), ... 정동(正東)은 흥인문 (興仁門)이니 속칭 동대문(東大門)이라 하고, ... 정남(正南)은 숭례문 (崇禮門)이니 속칭 남대문(南大門)이라 하고, ... 정서(正西)는 돈의문 (敦義門)이며, 서북(西北)은 창의문(彰義門)이라 했다(태조5년 9월24일).”
얼른 앱으로 스탬프만 찍고 숭례문을 떠난다.
몇 번 큰길을 건너 ‘배재어린이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닥에 설치해놓은 명패를 보니, ‘배재공원’이다. 하긴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보이지 않으니 그 이름이 맞는 것 같다. 여기는 “1885년 배재학당을 설립한 곳인데, 1984년 배재중고등학교가 강동구로 이전하면서 코오롱건설 등이 공원으로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했다”고 돼있다.
정동교회와 정동극장을 지나 다시 큰길을 건너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들어가 두번째 스탬프를 받았다. 한양도성길 완주를 인증 받으려면 네 군데서 스탬프를 받고, 네 군데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한다. 스탬프 받는 곳은 흥인지문과 숭례문, 돈의문박물관마을, 숙정문 등이고, 인증사진은 인왕산 정상과 청운대 표지석, 낙산 정상, 남산 봉수대터 등에서 찍어야 한다.
이제 오늘 첫번째 인증사진을 찍어야 할 인왕산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보니 숭례문에서 돈의문터까지는 1,950m고, 돈의문터에서 인왕산까지는 2.5km다. 하지만 비슷한 거리라도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하는 인왕산 구간이 훨씬 난코스다.
인왕산 입구로 가기 위해 ‘새문안’을 지난다. 말 그대로 ‘새문’ 안이란 뜻이다. 여기엔 조금 기구한 사연이 있다. 한양도성 축성 때 다른 성문과 함께 돈의문도 건설됐는데, 후에 오늘날 신문로(新門路= 새문안길) 언덕 위에 새로 건설하면서 이 문을 속칭 ‘새문(新門)’으로 부르고, 그 안쪽 마을이 ‘새문안’이 됐다. 하지만 돈의문은 1915년 도로개설을 위해 철거돼 지금은 그 흔적을 알 수 없다. 즉, ‘새문’은 없어지고 ‘새문안’만 남게 됐다. 다행히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경희궁지 공간구상’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돈의문을 현재 돈의문박물관마을 인근에 복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왕산 입구를 지키고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좀 이른 시간인데도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어떤 이는 내려오는 데도 땀이 많이 나있다. 가까운 곳까지 갔다가 이제 막 내려오기 시작하는 건가? 아무튼, 일기예보보다는 날씨가 춥지 않아 좋다.
멀리 인왕산 정상이 보이고, 힘겹게 올라야 할 가파른 등산로도 함께 보인다. 등산로 옆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돼있다. 성벽보수공사를 위한 거란다.
공사내용을 보니 성벽 24m를 해체보수하고 여장을 24m 복원하는데, 공사기간이 2026년 7월까지다. 엄청 난공사인가 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9시 좀전에 인왕산 정상(338.2m)에 도착했다. 그런데 인증사진을 찍어야 할 바위 정상에 커플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인증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이왕에 사진도 한장 부탁했다. 나중에 그들도 찍어줬다.
이제 창의문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보니 1,690m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니 힘들진 않다. 하지만 계단마다 얼음이 조금씩 붙어있어서 자칫하면 넘어질 수 있다. 미끌 하면서 몇 번 넘어질 뻔도 했다.
서시정(序詩亭)과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길을 건너 창의문으로 올라간다. 문학관 자리에는 1970년대 청운아파트를 위한 수도가압장이 있었다. 하지만 노후화된 청운아파트를 철거하면서 가압장은 흉물이 됐다. 그때 ‘윤동주 시 선양회’가 그 건물을 쓰고 있었는데, 종로구청에서 윤동주문학관으로 조성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다. 지금이 9시가 지난 시각이니 오픈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폐관된 건 아니겠지!
창의문 사진을 몇 장 찍고 산행을 계속하려는데, 오늘도 오른쪽 계단이 막혀있다. 안내판을 보니, 백악산 우회탐방로를 설치하는 것이라는데, 공사기간이 3월말까지였다. 결국 창의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찻길을 따라 올라간다. 차량통행이 많진 않지만 갓길도 없는 도로를 걸으려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렇게 8분쯤 걸어 아델라 베일리(adela bailey) 카페 정문을 지나 곧바로 오른쪽 ‘한양도성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부터 가파른 계단이 시작됐다.
20분쯤 걸어 다시 성곽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 두번째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 청운대(靑雲臺)를 우회해 왔다. 청운대 방향으로 가는 입구는 열려있었지만 옆에 ‘탐방로 폐쇄’라고 붙여놓았으니 어디부터 막혀있는지 알 수 없다. 지난번 완주인증서 받으러 갔을 때 이곳 인증사진 때문에 잠깐 실랑이가 있었지만, 공사중이니 어쩔 수 없다.
10시9분, 오늘 세번째 스탬프를 받는 숙정문에 도착했다. “숙정문은 한양도성 북쪽대문으로, 처음엔 숙청문(肅淸門)이었다가 후에 숙정문 (肅靖門)으로 바뀌었다. 현존하는 도성 문 중 좌우로 성벽이 연결된 것은 이 문이 유일하며, 1976년 문루를 새로 지었다.”
지난 2023년 말로 운영이 종료된 말바위안내소를 지나 와룡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성곽 안쪽으로 걸었다.
전에는 이 구간에서 항상 성곽 바깥으로 걸었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 다시 성곽 안으로 들어오면서, 왼쪽으로 보니 바로 내려오는 길이 있는 걸 봤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바깥 길로 걸었는데, 오늘 안쪽으로 걸어보니 조금 빠른 것 같다. 하지만, 돌계단이 너무 높아 조금 불편했다.
오전 11시쯤, 혜화문(惠化門)을 지나 오늘 종착지인 한성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혜화문은 한양도성 동북쪽 문으로, 홍화문 (弘化門)을 불렸지만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과 이름이 같아 1511년 혜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혜화문도 역시 처음부터 동소문으로 불렸다. 즉, 태조실록 태조 5년 9월24일 기사를 보면, “... 동북(東北)은 홍화문 (弘化門)이니 속칭 동소문(東小門)이라 하고, ... 동남(東南)은 광희문 (光熙門)이니 속칭 수구문(水口門)이라 하고, ....” 영조 때 없던 문루를 지어 올렸지만, 문루는 1928년, 홍예는 1938년 헐렸는데, 1994년 본래보다 북쪽에 문루와 홍예를 새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