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10일(금) 맑음
코스 : 한성대입구역 ~ 낙산 ~ 흥인지문 ~ 광희문 ~ 남산 ~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 회현역
한양도성길 걷기 이틀째, 18.6km를 네번째 완주하는 날이다.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혜화문(惠化門) 쪽으로 걷는다. 그리고 이내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 낙산(駱山) 방향으로 향한다. 성벽을 따라 걷는 동안 아직은 일출 전이다. 하지만 걷기에 충분할 정도로 밝기는 하다.
‘장수마을’을 지나 오늘 첫번째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 낙산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낙산공원’ 표지가 언덕 위에 있어서 배경을 넣어 셀프로 찍기가 쉽지 않다. 배경은 나오지 않고 얼굴만 크게 나온다. 결국 잠시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인증사진을 무사히 찍었다.
다시 성벽을 따라 걷다 큰길을 건너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간다. 흥인지문은 한양도성 사대문(四大門) 중 하나로 동쪽에 위치해 있어,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초기부터 동대문(東大門)으로 불렸다. 이 문은 1396년 처음 지어졌고, 1453년(단종1)과 1869년(고종6)에 고쳐지었으며, 1963년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됐다.
흥인지문 앞에서 한양도성 순성길 마지막 스탬프를 받고, DDP(동대문 디자인프라자)를 지나 다음 경유지인 광희문(光熙門)으로 간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이간수문(二間水門)이 있어 잠시 내려가본다. 이간수문은 남산 개울물(남소문동천)을 도성 밖으로 흘려 보냈던 시설로, 2칸의 반원형 문으로 이뤄져 있어 ‘이간수문’이라고 불렀다. 청계천에는 오간수문(五間水門)이 있었는데, 여기엔 수문이 5개 있었다.
광희문으로 가는 동안 이어져 있는 큰길을 2번 건너야 하는데, 신호가 제각각이라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건너야 해서 조금 짜증이 났다. 조금만 신경 쓰면 신호등 시간을 조절해서 보행자들이 편리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오전 8시55분, 광희문에 도착했다. 한양도성 동남쪽 문으로, 시구문(屍口門) 또는 수구문(水口門)이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 때 일부 무너지고 1960년대 퇴계로를 내면서 반쯤 헐렸던 것을 1975년 지금 자리로 옮겨 지었다. 광희문 옆에 세워놓은 안내문을 보니, ‘천주교 서울순례길 코스’가 있는데, 이곳이 광희문 성지(聖地)라고 한다. 천주교 박해 때 서울과 인근지역 천주교 신자들이 도성 안으로 끌려왔다가 순교한 後 이 문을 통해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순교자들의 주검과 피를 통해 성화된 중요한 성지란다. 아무튼, ‘서울순례길’은 명동대성당에서 출발해 광희문과 절두산(切頭山) 등을 지나 ‘서울둘레길’ 12코스에 있는 삼성산 성지에서 끝나는 것으로 돼있다.
다산성곽길을 지나고, 큰길을 건너 장충체육관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왼쪽 성곽길로 올라간다. 이곳은 신라호텔 외곽을 끼고 도는 길인데, 신라호텔 쪽으로는 펜스가 둘러져 있어 한발짝도 들어갈 순 없지만, 넓은 숲과 여러 조각들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반얀트리 호텔을 지나, 국립극장 안으로 들어가 이름 모를 조각을 구경한 後 남산을 향해 올라간다. 한양도성길이나 남산둘레길을 걸으며 여러 번 다닌 길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건 언제나 힘들다. 국립극장에서 600m 올라간 지점에, 목멱산(木覓山) 봉수대까지 1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10시 2분, 남산에 올라 정상에 있는 ‘서울중심점’을 구경한 後 오늘 마지막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 봉수대 앞으로 간다. 서울중심점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결정을 위한 측량출발점인 대한민국 최초의 경위도 원전이었던 곳에 설치된 것이란다.
수많은 사랑의 열쇠가 걸려있는 울타리를 지나 봉수대 앞에 갔는데, 동남아에서 온 듯한 여자들이 아주 많다. 추운 날씨인데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나 붙잡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주 잘 나왔다.
목멱산 봉수대는 서울에 있어서 경봉수(京烽燧)라고도 불렸는데, 전국 봉수가 집결됐던 곳이다. 봉수제도는 신호체계에 따라 연기나 불을 피워 변방의 긴급한 사정을 중앙까지 전달해 알리는 통신수단이다. 이곳은 1993년, 김정호의 <청구도(靑邱圖)> 등을 참조해 남산 5개 봉수대 중 하나를 복원한 것이다.
봉수대 아래 벤치에 앉아 인터넷으로 한양도성길 완주인증서를 신청하면서 커피도 한잔 마셨다. 바람도 꽤 불고 날씨가 찬데도 올라오는 외국사람들이 아주 많다. 대부분은 아시아 사람들인 것 같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완주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잠시 후에 여직원이 들어왔는데, 인증사진 중 청운대(靑雲臺)에서 찍은 게 없다며 난감해한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우회해서 돌았기 때문에 찍을 수 없었다고 했더니, 다른 직원에게 인계하고 나가버렸다. 아마도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이었나 보다. 인계 받은 직원도, 다른 사람들은 청운대 정상사진을 찍어오던데, 없는 것에 대해 뭐라고 했다.
아니, 안내문을 따라 성곽길을 돌았을 뿐이고, 한참 우회하다 보니 청운대를 올라가지 못한 것 뿐인데 어쩌라는 거냐! 아무튼, 실랑이 끝에 직원은 선심 쓰듯 완주인증서를 발급해줬다. 거기다 분기별로 4번 다 돌았으니까 메탈배지도 주고. 조금 찜찜하긴 해도 무사히 완주하고 기념품을 받았으니 잘 된 거다.
남산을 내려가 회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