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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둘레길 제1일, 한강~ 성내천

by 이흥재

2025년 4월1일 화요일, 맑음


1년 만에 송파둘레길을 다시 걷는다. 얼마 전에 딸이 사준 등산화의 착용감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내년에 있을 산티아고 포르투갈길에 신고 갈 등산화를 사 달라고 딸에게 부탁해서 받은 건데, 1년쯤 신으면서 길을 들여놔야 순례길을 좀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둘레길은 한강합수부에서 시작하는 성내천길(1코스 6km)을 시작으로, 장지천(2코스 4.4km)과 탄천(3코스 7.4km)을 거쳐 한강(4코스 3.2km)으로 이어지는 총 21km의 ‘순환형 산책로’인데, 한번에 걷기엔 좀 부담스러워서 2번에 나눠 걷기로 했다.


오늘은 지하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해 한강과 성내천길을 걷는 코스다. 정해진 코스와는 반대방향으로 걷는 셈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각 코스마다 1개씩 있는 스탬프를 찍어 완주증명서를 신청하면 된다.


개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공원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종합운동장역으로 갔다. 안내문을 보면서 4번 출구로 나가 강남운전면허시험장부터 걷기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공사중이라 길이 막혀있다.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와 올림픽로를 건너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 지점으로 가서 송파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첫번째 찍어야 할 한강구간 스탬프박스 있던 자리는 공사를 위해 휘장막을 쳐놓아서 접근금지다. 다른 곳으로 옮겨놨나 주위를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나중에 송파구청에 물어서 장소를 확인하려는 요량으로.


한강변을 따라 걷는데, 방탄소년단(BTS) 팬인 아미들이 조성했다는 정국숲과 태형(뷔)숲이 보인다. 하지만, 기존모습과 뭐가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경계도 모호하다. 내 눈엔 그저 안내문 하나 세워놓은 게 전부인 것 같다.


잠실(蠶室)과 뽕나무에 대한 안내문도 보인다. “조선초기 양잠(養蠶)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잠실(누에 치는 방)을 뒀던 데서 마을이름이 유래됐다.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는 궁중의식인 친잠례(親蠶禮)를 거행했고, 양잠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국립양잠소인 잠실도회(蠶室都會)를 설치했다.” 내가 어릴 때도 우리집에서 누에 치던 생각이 난다.


1시간쯤 걸어 한강길이 끝나고 성내천길이 시작되는 한강합수부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4코스 스탬프함이 있어서 함에 보관돼있는 스탬프북을 꺼내 첫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지금부터는 성내천길을 따라 걷는다. 이곳엔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많이 있는데, 아직은 조금 이른 시기라 그런지 꽃망울만 맺혀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현대아산병원 주위의 벚나무들은 활짝 피어 있어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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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교 앞에 있는 성내천구간 스탬프함에서 두번째 스탬프를 찍고, 올림픽공원을 오른쪽에 두고 성내천길을 계속 걸어간다. 안내문을 보니, 성내천에는 여러 종류의 새와 곤충, 물고기들이 산다고 한다. 새는 왜가리와 청둥오리 등 9종류가 된다. 꿩도 산도 돼있는데, 본적은 없다. 물고기는 잉어와 피라미•누치•붕어 등이 산다고 하는데, 잉어 말고는 역시 본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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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천을 가로질러 올림픽공원 입구를 지나 이번엔 성내천을 왼쪽에 두고 계속 걷는데,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쪽에선 길옆 화단을 정리하느라고 바쁘고, 다른 곳에선 하천정비를 하고 있다. 보행자에 대한 안전을 관리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수질향상을 위한 공사라는데, 보고 있어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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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천은 남한산성 청량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가는 7.7km의 생태하천으로, 풍납토성(風納土城) 안쪽 성내리(城內里) 마을을 관통해 흐르는 개천이라고 해서 성내천(城內川)이라 이름 지었단다. 원래 유량이 부족한 건천(乾川)이었는데, 2005년 6월부터 한강물과 지하철 용천수를 유입시켜 각종 수생식물과 어류•조류•곤충들이 살게 됐단다.


성내천구간을 지나 집으로 가려는데, 성내제5교 근방에서 청둥오리와 왜가리를 만났다. 청둥오리 중 한마리는 알을 품고 있는지 하천 한가운데 풀숲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지만, 너무 조그맣게 나온다. 그렇다고 가까이 갈 수도 없어 아쉽지만 포기하고 만다.


잠시 후에 하얀 왜가리가 나타났다. 왜가리는 청둥오리에 비해 몸집이 커서 카메라에 담기긴 하는데, 물고기라도 한마리 잡지 않을까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열심히 찾으러만 다니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쉽지만 이 또한 별다른 장면을 찍진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10시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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