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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둘레길 제2일, 탄천~장지천

by 이흥재

2025년 4월8일 화요일 맑음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송파둘레길 나머지 부분을 걷는다. 오늘도 여전히 시작점은 종합운동장역이다. 4번 출구로 나가,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옆으로 난 길을 탄천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탄천(炭川)은 순우리말로 ‘숯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여러 설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두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좀더 사실적인 이야기로는, 백제시조 온조왕이 하남위례성으로 이도(移都)한 後 다루 (多婁)를 태자로 봉하면서 지금의 창곡동(倉谷洞)에 세자궁을 짓고 병권 (兵權)를 갖게 했다. 이에 그 지역에서 군사들을 훈련시키면서 밥을 짓기 위해 장작을 연료로 땠고, 그 숯을 냇물 정화작용을 위해 물에 남겨뒀는데, 숯이 내를 이뤘다고 해서 ‘숯내’라고 했다가 한자로 ‘炭川’을 표기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설화(說話)로 동방삭(東方朔)에 관련된 이야기다. 옛날 옥황상제가 강림차사(降臨差使=저승사자)에게 명을 내려, 하늘의 뜻을 어기고 삼천갑자(三千甲子)나 살고 있는 동방삭을 잡아오라고 했다. 마을로 내려온 강림차사는 숨어있는 동방삭을 찾을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마을사람의 옷을 입고 개울에서 숯을 씻기 시작했다. 강림차사가 냇가에서 검은 숲을 씻는 것을 보고 한 노인이 다가와 무엇하는 거냐고 물었다. “숯이 검고 더러워서 씻는데 하얘지지가 않습니다.” 이에 노인은 껄껄 웃으며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처음 듣소.” 했다. 이에 강림차사는 노인에게 “네가 동방삭이구나!” 하면서 저승으로 잡아갔고, 그때부터 숲을 씻던 개울은 ‘숯내’라고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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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걸을 때는 평지를 걸으면 편할 것 같았지만, 막상 평지길을 걷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이래저래 움직이면 힘은 들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다고 좋은 건 아니어서 어떻게는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길 옆으로는 휘장막을 쳐놓고 차집관로(遮集管路) 교체공사가 한창이다. 이는 여러 개 하수관이 모여 하수처리장까지 물을 흘려 보내는 관로를 바꿔주는 공사인데, 어느 안내판에 올해 말까지 마친다고 하고 다른 곳엔 내년 6월말까지 끝낸다고 돼있다. 아무튼, 꽤 오래 걸리는 공사인가 보다. 걷는데 큰 불편은 없지만, 아무래도 경관을 많이 가리고 있으니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탄천길을 거의 걸었는데, 스탬프 찍는 곳이 없어졌다. ‘숯내마루 전망대’로 이전했다는 임시안내문이 붙어있는데, 정작 전망대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화살표는 걸어온 왼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얼마를 더 되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그냥 포기하고 계속 걷기로 한다.


오전 8시10분, 탄천길 걷기를 끝내고 장지천(長旨川) 길로 들어선다. 장지천의 모체가 된 장지동에 대해서는 마을형세가 긴 데서 마을이름이 유래됐다는 설과, 마을에 잔버들이 많아서 ‘잔버드리’라고 했던 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란 얘기가 있다고 한다. 둘 다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장지천길을 걸으면서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됐다. 인부들 몇몇이 개천 바닥을 물청소 하고 있었다. 발전펌프를 돌리면서 바닥 물을 호스에 담아 다시 개천바닥에 쏘아대니 돌에 묻어있는 흙들이 씻겨나가면서 흙탕물이 됐다. 작업속도로 봐서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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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난다. 마포구의 하늘공원 옆에 있는 길만큼 많진 않아도 꽤 큰 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있어 볼만하다. 설명문을 보니, “오래 전 멸종돼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었는데, 1941년 중국 장강(長江=양쯔강) 상류인 사천성 마도계 마을에서 발견되면서 널리 보급됐고, 우리나라에는 1956년 들어와 전국적으로 심고 있다. 메타(meta)는 ‘다음•뒤’란 뜻이고, 세쿼이아(sequoia)는 미국의 침엽수다. 즉, 세쿼이아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세쿼이아란 뜻으로 메타세쿼이아란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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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끝나는 곳에 계수나무가 한 그루 서있고, 그에 대한 설명문도 세워져 있다. “흔히 계수나무는 달에서 토끼가 떡방아 찧는다는 설화를 생각하지만, 이야기 속 나무는 목서(木犀)란 전혀 다른 나무다. 일제강점기 때 처음 도입하면서 계수나무라고 했는데, 중국에서 목서를 계수(桂樹)라고 부른 데서 혼동한 것 같다. 가지나 잎에서 캐러멜이나 솜사탕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난다.”


9시 정각에 마지막 스탬프 찍는 곳에서 탄천 스탬프 찍는 곳까지 함께 찍었다. 그런데 스탬프함 옆에 재미난 이름의 나무가 있다. 함께 세워놓은 설명문에 따르면, “미스김라일락은 1947년 미군정청에 근무하던 원예전문가가 북한산 백운대에서 우리나라 토종식물 ‘털개회나무’ 씨앗을 미국에서 개량해, 한국근무 때 식물자료 정리를 도운 타이피스트 미스김의 성을 따서 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으로, 1970년대 역수입됐다.”


송파구 일대엔 조선중기 때 임경업(林慶業) 장군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중 ‘개롱(開籠)’은 임장군이 백마를 타고 가다 어느 야산에 멈추니, 그곳에 번쩍이는 대나무 농(籠)이 있어 그 농을 열고[開籠] 갑옷을 꺼내 입었다는 데서 생겨난 이름이며, 개롱역과 개롱근린공원 등에 그 명칭이 남아있다.


성내4교부터 성내천을 잠시 걸은 다음, 개롱역을 지나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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