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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佛巖山,508m)과 불암사(佛巖寺)

by 이흥재

2025년 2월25일(화) 맑음


오늘 산행지는 불암산이다. 요즘은 불암산에 갈 때 지하철을 타고 공릉역에서 내려 공릉산백세문으로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로 올라갔었는데, 오늘은 처음 불암산에 갈 때와 같은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먼저 지하철을 타고 천호역에서 한번 갈아탄 후 8호선 종점인 별내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전에는 3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GS25 별내불암산점(경기 남양주시 불암산로60)까지 갔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걷기로 했다. 그러니까, 2.3km쯤 더 걸은 셈이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마을을 지나는데 불암산으로 가는 길표시가 없어, 불암사 표시를 따라 길을 찾으며 갔다. 지도를 보면 여러 등산로가 있지만, 어차피 오늘 불암사를 들렀다 가려고 예정했었으니까.


올라가는 길에 보선사(寶禪寺)에 먼저 들렀다. 대문이 조금 열려있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조그만 대웅전과 요사채가 전부인 아주 작은 절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대웅전에서 녹음인지 실제인지 모를 독경소리만 들렸다. 특별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웅전 사진 한장만 찍고 나와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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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정표를 만났다. 포장도로를 따라 450m 올라가면 천보사(天寶寺)고, 울타리를 지나 산길로 610m 가면 불암사로 가는 길이다. 처음엔 천보사엘 다녀올까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불암사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불암산엘 올라가려면 어차피 천보사를 지나야만 했다. 괜히 헛걸음 하던가, 불암사를 들르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다.


산길에서 다시 이정표를 만났는데 등산로에서 210m 내려가야 불암사가 있단다. 여기서도 잠시 망설이다가 불암사에 들르기로 했다. 경내로 들어가니 당우(堂宇) 들이 많은데, 하나 같이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웅전(大雄殿)은 계단을 올라 바로 위치해 있어서 사진 찍기가 더 어려웠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웅전’ 현판은 한석봉이 쓴 글씨라고 한다. ‘당우’는 정당(正堂)과 옥우(屋宇)란 뜻으로, 규모가 크고 작은 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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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 비치된 안내문을 보니, 불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봉선사 (奉先寺)의 말사(末寺)로, 신라 헌강왕 16년(824) 지증국사(智證國師 道憲)가 창건했고, 신라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건 後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삼창 (三創)했다. 조선 현종 14년(1673) 지십(智十) 스님이 보물로 지정된 석씨원류응화사적(釋氏源流應化事蹟) 책판을 간행했는데, 이는 석가모니 일대기와 석가모니 이후 서역 및 중국에서 불법이 전파된 사실을 기술한 책이다.


불암사에는 현재 대웅전과 극락전(極樂殿)•관음전(觀音殿)•약사전(藥師殿)• 삼성각(三聖閣)•지장전(地藏殿)•경판고(經板庫) 등이 있으며, 절 뒤 암벽에 조각된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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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사를 나와 400m쯤 오르니 좀전에 가볼까 망설였던 천보사가 나왔다. <문종실록(文宗實錄)> 문종 1년 3월17일(丙辰日) 기사에 ‘천보사’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 이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後 황폐해졌던 것을 1955년 이후 중건했고, 2002년 대웅전과 요사채를 신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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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사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에 여래좌상(如來坐像)이 조각돼 있다는데, 올라가보진 못했다. 또한, 커다란 암벽 굴곡이 3명의 부처가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면에 보살 옆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등 자연적인 불보살 모습이 흔치 않기 때문에 천보사를 천연보궁 (天然寶宮)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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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사에서 불암산 정상까지는 1.7km쯤 남았다. 그런데, 작은 계곡을 건너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주위에 눈이 쌓여있는 산길은 군데군데 얼어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요즘 바닥이 거의 닳아버린 등산화를 신고 다녀서 자칫 미끄러지면 심하게 다칠 수도 있어 조심조심 한발자국씩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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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오르니 정상까지 1.4km쯤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여기부터는 전에 공릉역에서 올라오던 길과 만난다. 계속해서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고 흙길도 지난다. 불암산성(佛巖山城)에서 불암산 정상이 잘 보이지만, 나무들이 많아 사진 찍기는 어렵다. 또한 2배 줌으로 당겨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진이 너무 조그맣게 나온다. 이래저래 여기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장소다.


불암산성과 정상 중간지점(양쪽 모두 440m)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으로 불암사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 거리도 850m밖에 안된다. 하긴 돌아왔어도 300m쯤 더 온 셈이니, 아쉬울 건 없다.


상계역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재시공하는 현장을 지나고, 거북바위도 지난 후에 또다시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향한다. 이정표에는 ‘깔딱고개’ 표시가 있지만, 어디나 비슷한 난이도이기 때문에 비슷하게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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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16분, 드디어 불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바로 내려갔기 때문에 정상에는 나혼자 뿐이다.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사진 몇 장 찍는 게 전부다. 더구나 정상에는 바람도 많이 불어서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으려니 손이 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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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다람쥐광장에 설치된 나무벤치에 앉아 커피와 간식을 먹고, 오늘은 불암산역(佛巖山驛) 쪽으로 내려가려고 지도를 찾아봐도 어느 길인지 모르겠다. 결국 오늘도 익숙한 상계역으로 내려와 귀가했다. 불암산역은 1993년 4월, 지하철 4호선 구간연장 개통 때 ‘당고개역’이었지만, 2024년 10월 역명을 변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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