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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 용화봉(三岳山 龍華峰), 654m

by 이흥재

2025년 4월15일 화요일 맑음


오늘은 오랜만에 춘천 삼악산엘 가기로 했다. 일기를 찾아보니 지난 2021년 5월15일(토) 다녀왔으니, 꼭 4년 만에 다시 가는 거다. 그땐 전철을 타고 가느라고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반 걸렸는데, 오늘은 자동차를 갖고 갔더니 1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니 왕복으로 치면 3시간이나 절약한 셈이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강촌역에 잠시 들렀다 의암댐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출발지점인 등선폭포까지 2.7km를 걸어갔다. 주차장에서도 곧바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었지만, 이왕이면 등선폭포 쪽에서 올라갔다가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기 위해 이동한 거다. 그런데, 기온이 0도다. 겨울채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 왔더니 손도 시리고 바람맞는 얼굴이 차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30분쯤 걸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에서 2천원짜리 입장권을 끊어야 하는데, 아침 8시전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권을 끊으면 2천원짜리 춘천사랑상품권을 주기 때문에 사용한다면 무료나 다름없지만 쓸 일이 없으니, 어떻든 2천원 절약한 셈이다.


삼악산엘 오르기 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국토지리정보원에서 2015년 발행한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에 삼악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삼악산(三岳山, 654m)은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산이다. 삼학산 (三鶴山)으로도 불렸으며, 주봉(主峰)은 용화봉이다.

<춘천읍지>에 따르면, ‘부(府) 서쪽 25리 강 북쪽에 있다’고 전하며, <대동지지>에는 ‘서쪽으로 35리 강 북쪽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지도>, <청구도>, <동여도>에는 이 산에 고성(古城)이 표기돼있고, 인근에 보안역(保安驛)이 표시돼있다. 고성은 삼국시대 이전 맥국(貊國) 성터로 알려져 있으며, 보안역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29개 속역 (屬驛)을 관할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봉인 용화봉과 함께 청운봉(546m)과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서 삼악산이란 이름이 생겼다. <관동지>에는 ‘부 서쪽 25리에 있다. 석파령으로부터 온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지명사전>에 ‘강원도 춘천시 남서쪽 14km 지점에 위치하는 해발 654m 산으로 강원도 춘성군에 속하며, 광주산맥이 화악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으로 내려오다 소양강 굽이에 끊긴 끝머리를 이룬 곳이 삼악산이다. 산 입구에 이름난 등선폭포가 있지만 크지 못하다. 산정(山頂)에 올라가면 북한강 상류와 의암댐•춘천호가 한눈에 든다. 산중에는 신흥사지, 흥국사, 상원사 및 몇 채의 민가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 땅이름>에는 ‘춘천 서쪽 암호에 접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해발 654m 삼악산은 옛날 춘천지방에 자리잡았던 맥국(貊國)의 전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산으로, 맥국군(貊國軍)이 패해 망했다는 망국대(亡國臺), 맥국 부흥을 기원하는 사찰이었다는 흥국사, 맥국의 마지막 패망현장이 된 삼악산성과 말골, 칼봉, 북문새 등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의암호와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하고 유서 깊은 흥국사를 비롯해 금성사, 신흥사, 대원암, 상원사 등의 절이 자리잡고 있어서 춘천사람들은 물론 각처에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산이다.

지금도 춘천지방에서는 삼악산이 조화를 부린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상에 검은 구름이 감돌면 맥국의 패망한 원한이 검은 구름으로 감돌다가 비바람을 몰아치게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태봉국(泰封國)을 세운 궁예 (弓裔)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하고 샘밭 삼한골(현재의 신북면 발산리)을 거쳐 이곳에 성을 쌓아 피신처로 이용했다는 전설이 있는 삼악산 고성이 있다.”


삼악산 입구를 지나기 전, 검은 오석(烏石)에 새겨진 삼악산성지(三岳山城址) 설명문이 먼저 나타난다. “산 정상 능선을 따라 옛 산성이 있다. 삼국시대 (三國時代) 이전에 쌓은 맥국(貊國)의 성지(城址)라 하기도 하고, 한때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이 일대에 세력을 뻗치던 후삼국(後三國) 시대 궁예(弓裔)가 쌓은 성이라 전하기도 한다. 뒤로 북한강의 거친 물결이 놓이고 앞에는 서울로 향하는 석파령(席破嶺) 고갯길이 놓인 교통요충지로 삼악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한 이 산성(山城)은 봉(峰)을 연결하는 능선을 따라 동서로 길게 놓여있다.”


삼악산 입구를 지나니, 거대한 암벽으로 이뤄진 협곡 사이로 등선폭포가 보인다. 삼악산을 오르는 협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데, 그중 경천폭 (境川瀑)이라고도 하는 등선폭포가 가장 유명하다. 이곳은 규암의 절리에 의해 만들어진 협곡이라고 한다. 이정표를 보니 흥국사까지 1.7km (50분 소요), 정상인 용화봉까지는 2.9km(90분 소요)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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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를 지나니 곧바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그리고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나온다. 백련폭포, 옥려담(玉女潭), 비룡폭포. 주렴폭포 등 이름 있는 폭포들도 많지만, 계곡을 따라 이름은 따로 없지만 다른 곳에서라면 명승으로 꼽을 만한 폭포들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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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평지를 지나 ‘운파산막’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삼악산성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 내용이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이 산성은 정상 서남쪽 골짜기를 둘러쌓았다. 산성 북서쪽으로는 과거 춘천에서 덕두원을 거쳐 가평, 서울로 왕래하는 역로(驛路)인 석파령이 있다. 내성(內城)과 외성(外城)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성 둘레는 2km 정도며 외성은 4km다. 내성은 삼악산 정상 서남쪽 봉우리(등선봉)를 중심으로 동남쪽 공간에 축조됐는데, 대궐터가 그 중심이다. 외성은 산 정상 서남쪽 공간을 둘러 쌓았는데, 흥국사 쪽에서 등선폭포로 이어지는 계곡이 있다. 내성은 외성보다 이른 시기에 축조됐다.”


운파산막에서는 냉막걸리와 커피 등 음료를 팔던 곳인 것 같은데, 지금은 폐허가 된 낡은 건물만 남아있다. 건물 옆에 붙여놓은 안내문을 보니, 이곳은 ‘운파’란 호를 가진 성량수란 산악인이 말년을 보내던 곳이라고 한다. 성량수는 산을 너무 좋아해 교직을 그만두고 백두대간 종주 등을 하다 1986년부터 20년간 오대산 노인봉 산장지기를 했으며, 그의 인생이야기는 2018년말 <노인봉 털보>란 책(이원복 지음)으로 나와있단다.


오전 8시37분, 흥국사(興國寺)에 잠시 들렀다. 조그만 대웅전과 석탑 하나, 그리고 허름한 집이 전부인 조그만 절이다. 하지만 마당에는 하얀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안내문을 보니, “894년경 궁예가 왕건과 맞서 싸운 곳으로, 이곳에 궁궐을 짓고 흥국사란 절을 세웠다. 전란에 불탄 것을 광무 2년(1898) 중수했지만 퇴락하여 불기 2529년(1985) 대웅전 17을 중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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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를 나오니 곧바로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이 나왔다. 이곳이 등산안내문에서 봤던 ‘333계단’인가 싶어 세면서 올라갔는데, 200계단쯤 나오고 멈췄다. 올라가다 또 있나 싶었는데, 웬걸 ‘작은 초원’을 지나니 “이 계단은 333계단입니다”란 안내문이 떡하니 서있다. 그리고 그곳부터 돌계단이 새로 시작됐다. 돌로 불규칙하게 쌓은 계단이라 제대로 셀 순 없었지만, 아주 가파르고 많은 계단을 숨 가프게 올라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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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고 나니 ‘큰 초원’이 나오는데,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다. 언제 내린 눈인지 모르겠는데, 참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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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가파른 돌길을 따라 올라 1시간 반 만에 정상 용화봉(654m)에 도착했다. 그곳엔 가파른 바위 위에 춘천시민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정상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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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니 저멀리 이름을 알 수 없는, 구름 덮인 설산(雪山)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북한강 가운데 태양광 발전설비가 가득찬 붕어섬과 레고랜드가 들어선 하중도(河中島)도 보였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잠시 쉬면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하산길은 상원사를 거쳐 삼악산매표소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거리는 2km가 조금 안되지만 길이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도 눈이 많이 있다. 붕어섬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잠시 주위를 구경하고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그런데 길이 너무 안 좋다. 올라오는 사람들도 미끄러운 바윗길 때문에 투덜거리며 오른다. 어떤 사람은 무릎이 아파 내려오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힘들지만 이쪽으로 올라가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가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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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에 달하는 깔딱고개를 내려왔는데, 상원사까지 또 가파른 돌길이다. 삼악산엘 4년 만에 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다시 오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럭저럭 10시19분 상원사(上院寺)에 도착했다. 산중턱에 지은 절이라 대웅전을 비롯해 모든 당우(堂宇)들이 어렵게 터를 잡고 서있다. 안내문을 보니, “상원사는 고려 충숙왕 1년(1314) 창건됐지만, 여러 차례 소실(燒失)과 중건(重建)을 거듭하다 1984년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 등을 중창했다.”


상원사에서 매표소까지는 650m 남았다. 그리고 여기부터 길이 어느 정도 잘 정비돼있다. 길도 가파르지 않고 곳곳에 계단이 설치돼있어서 걷기도 편하다. 계단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하긴, 그런 사람들은 산에 오는 게 싫을 수도 있겠다.


단체로 오르는 사람들은 만난 삼악산장을 지나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 반, 하산 1시간 만에 매표소에 도착해 주차비(2천원)를 지불하고 1시간 남짓 달려 귀가했다. 평일인데도 도로 곳곳에 정체가 좀 있었지만 아무 탈 없이 오늘 일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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